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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한 Mar 24. 2016

수염을 밀었다

자유로움이 더 소중하다

해외생활이라는 이유로,

안 해보던 것을 여러 가지 시도해본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수염 기르기이다.


여기로 떠나오기 전 만난 친구-중국에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가 했던 말이

"해외에 나가보면 내가 얼마나 다른 사람 시선을 신경 쓰며 살았는가 알게 될 거야."

그리고 또,

"자유로워져."

였다.


그래서 며칠째 길러온 수염. 어느새 덥수룩해졌다.


그런데 수염이 자라듯, 내 마음속에서도 어떤 생각 하나가 자랐다.

'수염 정리를 어떻게 할까?'

'좀 더 멋지게 다듬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러면서 나는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를 뒤지고 다니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수염 기르는 법, 다듬는 법, 약품 사용 등에 관심이 많았다.)


한 일주일간을 그렇게 분주하게 다니던 중 다시금 떠오른 친구의 한 마디.

"자유로워져."


나는 자유롭지 않았다. 수염에 정신이 팔려 있었고, 해외생활 안에서 나는 새로움에 집착하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수염을 밀-었다.


태생이 멋 내고 꾸미는데 관심이 없어서 이겠지만, 

마음이 편하고 더 많은데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문득 스티브 잡스가 떠올랐는데, 그는 늘 검정 폴라티, 청바지, 뉴발란스 운동화 차림이었다. 옷에 신경 쓸 에너지를 다른 곳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에너지 관리의 소중함을 이번에 이 '수염'을 통해 새삼 알게 되었다.


사소한 일이다. 하지만 나의 일상엔 커다란 부분이다.

어디에 집중할지를 정하고, 다른 것은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이 좋다.


나중에 또 마음이 동해서 수염을 기르게 될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내 모습이 좋다.

(게다가 좀 더 어려 보이지 않는가!)


잠시 동안이지만 내 얼굴에 머물렀던 수염들아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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