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 행복 사이,
<가구야 공주 이야기>
홍진에서의 욕심과 행복간의 괴리감
가구야 공주 이야기 (2013)타케토리모노가타리(竹取物語)를 원작으로 한 지브리의 카구야공주이야기(かぐや姫物語).
달로 승천하는 카구야 공주돌아라(回れ) 돌아라 돌아라 물레방아야 돌아라
돌아서 해님을 불러오렴
돌아서 해님을 불러오렴
새 벌레 짐승
풀 나무 꽃
봄 여름 가을 겨울 데리고오렴
봄 여름 가을 겨울 데리고오렴
돌아라(回れ) 돌아라(巡れ) 돌아라 아득한 시간이여
돌아와서 마음을 떠올려다오
돌아와서 마음을 떠올려다오
새 벌레 짐승
풀 나무 꽃
사람의 정을 키우고 키워서
기다린다고 하면 지금 돌아가리라
자연은 끊임없이 돌며 이어진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며 봄-여름-가을-겨울로 변하는 1년단위의 작은 순환부터, 생명이 죽고 새로운 후손을 남기며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는 몇십년 단위의 순환까지. 이러한 순환은 때로는 작게(回る), 때로는 크게(巡る) 작용하며 생물의 인생에 있어 의미를 부여한다.
노래 가사에서도 보이듯, 제자리에서 가만히 도는 물레방아는 回れ로, 공간 사이를 스쳐 지나가 수많은 인연을 만들고 이별을 야기하는 시간의 흐름은 巡れ로 노래의 소-대 확장성과 그를 통한 인간사회의 적용을 보이고 있다.
타케토리모노가타리는 일본 최초의 모노가타리로, 전세계 최초의 소설인 겐지모노가타리에서 ‘모노가타리 탄생의 조상(物語の出で來はじめの親)’으로 불렸다. 굉장히 오래된 작품인 만큼 단조로운 이야기 구성과 인과응보적 사고방식, 속세에서의 교감과 당시 성행하던 불교적 가치관의 개입으로 자칫하면 지루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다.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본 스토리에 시대적 가치관에 대한 거부와 자신의 삶의 목적을 찾는 작은 소녀의 고뇌, 사랑과 배금주의, 생태주의를 집어넣어 보다 재미있게 풀어낸 듯 했다.
카구야가 살던 사회는 890년대 헤이안시대의 일본, 마로눈썹(눈썹을 뽑고 새로 그리는 화장)과 오하구로(검정 이빨)가 유행하던 시기였다.
카구야 공주의 마로눈썹과 오하구로상류층 여성의 활동은 극히 제약되어, 남성의 바람과 동의없는 성폭행이 단순 풍류로 여겨지고 신부측에서도 용인해주는 일본사 최대의 남성우대적인 사회이기도 했다. 카구야 공주는 자연속에서 뛰어노는게 좋던 작은 아이였으나, 멋대로 하늘의 뜻을 해석하고 자신의 욕심에 맞게 아이를 키우고자 했던 아버지로 인해 상류층 여성으로서의 구속된 삶을 살아가게 된다.
물질적 풍요 속 상류층 여성으로 살아가게 될 카구야 공주이 과정에서 카구야 공주는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제한된 삶을 불평없이 살았으나, 내부적으로 갈등이 심했던 것 같다. 카구야 공주의 명명식에서 갈등의 씨앗은 점화되었고 감독은 갈등의 절정을 러프한 스케치와 흑백 속 홀로 빨갛게 빛나는, 빠른 속도에 흩날리는 카구야 공주의 하카마로 표현하였다. 굉장히 인상깊었던 장면 중 하나였다.
흑백 배경과 대비되는 카구야 공주의 붉은 하카마카구야는 한자로 輝夜, 즉 휘야이며 밝게 빛나는 밤, 달을 뜻한다. 달의 세상에서 적강한 카구야로써 아키타가 지어준 이름은 과연 통찰력이 깊다고 할 수 있다.
맨 마지막에 가서 정말 많이 울었다. 카구야가 찾고자 했던 홍진에서의 행복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가는 삶이었다. 물질적인 배금도, 사회적인 위치도 단순 허망에 불가했다. 순환하는 생명의 륜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며 느끼는 행복이 삶의 목적임을 분명히 상기시켜줬다.
**回る(마와루)는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움직임을 묘사할 때 사용하는 동사이고, 巡る(메구루)는 보다 큰, 공간에서의 순환을 묘사할 때 사용하는 동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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