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티 크리에이터 세레나
필진 소개: 차’와 관련된 모든 것을 기획하는 ‘차 문화 기획자’ 세레나입니다. 차 여행, 찻자리, 전시 등을 기획하고 있고 현재는 서울시 서촌 라운지에서 계절 차회를 진행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에서 숨겨진 찻집을 소개하고 한국차를 알리는 티-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도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 차』 를 출간했습니다.
10월 중순, 잘쓸레터 팀으로부터 구독자 분들을 위한 차회를 열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주제가 아주 흥미롭고 독특했어요. '바질'을 활용한 차회를 열어달라고 의뢰하셨거든요. 차담회 장소가 플랜테리어를 전문으로 하는 마초의 사춘기(가든어스)라는 곳이라, 바질이 초보자도 쉽게 키울 수 있는 식물이라는 점에서 차와 엮을 수 있냐는 제안이었죠. 저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진행했던 차담회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이었거든요.
‘바질’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바질 페스토가 들어간 파스타? 저도 바질과 차의 연관성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바로 이미지가 떠오르더라고요.
저는 지독한 차덕후라서 그런지, 바질의 푸릇한 초록 잎은 녹차를, 화분의 흙냄새는 호지차를 떠올리게 했어요. 이 정도로는 부족한 것 같아 인터넷에서 더 찾아보니, 놀랍게도 인도 브랜드 오가닉 인디아의 툴시 차(바질차)가 있더라고요. (TMI: 저는 인도에서 2년 정도 살았는데, 그때 ‘툴시’라는 허브를 자주 접했어요. 그런데 ‘툴시’가 바질의 한 종류라는 건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또한, 차와 함께 즐길 티푸드도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바질 스콘과 제가 직접 만든 초콜릿 스프레드를 준비했답니다. 색감도 초록과 갈색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신경 썼어요.
결국 머릿속에 이런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웰컴티로는 냉침한 홀리 바질차, 그리고 우전 녹차와 지역이 다른 두 가지 호지차를 함께 바질 스콘과 즐기는 구독자 여러분들의 모습이요!
여러분들을 만나기 2시간 전, 데스커 신사점 3층에 위치한 가든어스 전용 공간에 도착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테이블보를 깔고 테이블 위에 바질 화분을 배치했어요. 가든어스에서 참가자들이 직접 만지고 향을 맡아보며 바질과 식물에 친숙함을 느끼도록 미리 준비해 주셨죠. 1인 티매트를 깔고 찻잔을 배치하며, 분위기에 맞는 노래까지 선정했답니다. 구독자분들을 위한 파티 플래너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손님들이 한 분 한 분 오셨는데, 알고 보니 이분들이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오신 거였더라고요. PD님께서 말씀하시길 무려 600명이 넘게 차담회에 신청했었다는 거예요! 평일 저녁에 진행되는 행사라 신청하기 어려운 분들도 많이 계셨을 텐데도요. 그래서 더욱 잘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야근 등 다들 갑작스러운 이유로 많이 못 오시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대부분 지각 없이 정시에 와주셔서 출발부터 시작이 좋았답니다.
‘차’라고 하면 어렵다는 이미지가 있어서 제 차담회는 사랑방 같은 분위기를 지향해요. 게다가 참여형 토크쇼 같은 느낌이라 무조건 한 마디씩은 하셔야 된답니다. 참가자들께 자기소개 대신 '평소 차를 좋아하는지, 어떤 이유로 신청했는지'를 이야기해 보자고 했어요. 10명이 옹기종기 모여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면 짧은 시간 안에 확 친해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처음엔 쭈뼛쭈뼛하시던 분들도 따뜻한 차와 함께 어색한 분위기가 눈 녹듯 사라지죠.
첫 번째 차로 경남 산청의 우전 녹차를 마셨어요. 바질은 외국 허브이지만, 저는 꼭 한국 차와 엮고 싶었어요. 고소하고 싱그러운 녹차의 향은 허브 못지않게 매력적이거든요. 찻집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는 한 구독자분께서 “제가 마셨던 녹차 중 가장 맛있어요!”라고 극찬해 주셔서 정말 뿌듯했답니다. 제가 올봄 직접 산지에서 찍은 햇녹차 사진과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드리니 현장감도 한층 살았고요.
두 번째 차는 보성 호지차였어요. 호지차는 원래 일본에서 만들어졌는데, 호지라떼나 호지빙수로 드셔 보신 분도 많으실 거예요. 감사하게도 요즘은 제주나 보성, 하동에서도 다양한 호지차가 만들어지고 있답니다. 특유의 구수한 향은 보리차와도 비슷한데, 참가자들께서 “가을에 어울리는 차”라며 좋아해 주셨답니다.
마지막으로 하동의 호지차를 준비했는데요, 이건 제가 준비한 비장의 무기였어요. 아직 정식 출시되지 않은 신상 차였거든요. 호지차인데 우롱차처럼 향기롭고 홍차처럼 가벼운 독특한 차였답니다. 같은 호지차라도 2가지 스타일이 다른 호지차를 맛보며 내 취향을 더 알아가는 시간, 너무 소중했습니다.
그리고 차만 마실 수 없죠. 차담회의 꽃, 티푸드! 바질 스콘과 제가 직접 만든 초콜릿 스프레드를 곁들였는데, 참가자분들께서 차와의 조화가 훌륭하다며 초콜릿 스프레드 어떻게 만드냐는 질문도 많이 해 주셨습니다. 차담회가 끝난 후 인스타그램 메시지로도 감사 인사를 많이 받아서 성공적인 행사가 아니었나 싶어요!
여기서 퀴즈! 제가 차담회 중간중간 퀴즈를 냈는데요. 맞추신 분들께는 제 저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 차>를 선물로 드렸어요.
보시는 분들을 위해 문제를 소개할게요.
Q. 우리는 백차는 white tea, 녹차는 green tea라고 부르죠. 그런데 왜 홍차는 red tea가 아니라 black tea일까요?
정답은 ‘서양과 동양의 관점 차이’ 때문입니다. 서양에서는 찻잎의 색깔을 보고 black tea라 하고, 동양에서는 우렸을 때의 붉은 수색을 보고 홍차라고 부르는 거죠. 같은 차도 보는 관점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 게 신기하지 않나요?
또 다른 문제도 있었어요.
Q. 서양에서 red tea라고 하면 무엇을 뜻할까요? 체리차? 히비스커스차?
정답은 바로... 루이보스차입니다! 루이보스는 찻잎이 아니지만 붉은 잎과 우렸을 때의 빨간색 때문에 red tea로 불린답니다.
혹시 두 문제 다 맞히신 분 계시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정말 지독한 차덕후이십니다 :)
‘차(茶)’라는 한자는 풀(초), 사람(인), 나무(목)로 이루어져 있어요. 어떤 사람은 향이 좋아서 차를 마시고, 어떤 이는 맛이 좋아서, 또 어떤 이는 차를 마시는 과정이 명상 같아서 좋다고 하죠. 저도 마찬가지예요. 향과 맛, 과정이 좋아서 차도 좋지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매개체라서 좋은 것도 있어요.
저는 “아무리 찻잎을 씻고 차 도구를 깨끗이 해도, 인간적인 순수한 마음이 없다면 맛있는 차를 우리지 못한다.”는 말을 믿습니다. 차의 향도 좋고, 차를 마시는 리츄얼적인 명상 같은 시간도 좋지만, 저는 무엇보다 차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좋아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잘쓸레터 구독자분들과 눈을 맞추며 차를 마신 시간들은 저에게도 정말 소중했어요. 이번 차담회가 제 진심이 닿는 시간이었기를 바라며, 한국 차가 대중들에게 더욱 편안하게 다가가기를 기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