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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Oct 24. 2024

드디어 책장 비우기에 성공했다.





어젯밤부터 내리던 비는 아침이 되어도 멈추지 않았다.


여름철 사놨던 우비를 오래간만에 꺼내자

공룡옷이라며 한껏 신이 난 아들.


우비에 장화를 신고

손잡고 나선 아이의 등원길.


비가 와서 그런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자

마음이 싱숭생숭하니 오늘 하루는

뭐라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오늘 뭐 하지?

뭘 해야 할까 싶어 찬찬히 거실을 둘러보자

큰 책장이 눈에 들어왔다.




신혼 초, 나만의 로망으로 구입했던 책장.


지난 7년의 시간 동안 한 권씩 한 권씩 쌓인 책들과 물건들로

책장은 어느새 거실 한편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천천히 책장을 정리하며

버릴 물건들은 버리고,

한참을 읽지 않은 책들도 비우기로 결심.



그렇게 한 시간 동안 비워진 나의 책장.




주방에 있던 그릇장에 그릇들 역시

함께 정리하였고

그릇장에 책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직 완전히 정리되진 않아 정신이 사납기도 하지만

이전보다 훨씬 깔끔해진 것 같아 만족스럽다.





친정아빠의 도움을 받아 비운 책장을 밖으로 버리고

방구석에 뒀던 화분들을

책장이 있던 자리에 옮겨 두었다.


25평 좁은 거실 한 편에

로망이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책장.


7년 전 신혼생활을 시작했던

14평 오피스텔에서부터 함께 책장은

결혼생활 내내 잘 사용하였고,

그 덕분에 미련 없이 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차지한

푸릇푸릇한 식물들 ♡





정리를 마친 집에서 바닥 청소까지 하고

아이가 오기까지 남은 시간 동안

영화를 보며 즐긴 휴식.


전업주부로 살며 느낀 점 중 하나는

내가 일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오늘 아침에 계획했던

책장 비우기를 이뤘다는 사실 덕분에

하루가 벌써 행복했다.





폐기물 업체에 전화하니 내일 책장을 가져간다고 한다.


'계산은 내일 계좌이체로 하시면 됩니다'


책 정리도 힘들었고,

책장 내리는 것도 힘들었는데,

돈까지 내야 하다니...





안녕 책장아!

지난 시간 동안 덕분에 고마웠어.


덕분에 앞으로는 함부로 가구를 사지 못할 것 같아...

비우며 깨달았거든.


사기는 쉬우나

비우긴 너무너무 어렵다는 것을...



다신 보지 말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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