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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rbandaddy May 28. 2018

아빠 육아휴직 3개월 차, 내가 마주한 변화 2

아이와의 관계에서 달라진 것_첫번째

지난 편에서는 내 삶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썼다면, 이번 글에서는 아이와의 관계에서는 어떤 변화(또는 발전)가 있었을까? 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나 역시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피부로 느끼는 아이와의 관계를 정리해 보는 것 역시 의미가 있고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아기가 엄마에게 말하는 방식과 아빠에게 말하는 방식 역시 다르다. 생후 18개월에서 24개월쯤 되면 아기는 말을 하거나 웅얼거리며 의사표현을 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불분명하게 말해도 엄마는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기 때문에 아기는 엄마와 있으면 언어적으로 크게 노력하지 않는다...(중략)... 반면, 아빠는 자녀의 옹알이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중략)... 아기는 아빠와 함께 있으면 의사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또 그런 만큼 언어능력이 많이 발전한다. <프랑스 육아의 비밀 중에서>

1) 아이의 언어를 조금씩 이해하게 됨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는 특정한 소리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데 그 필요를 잘못 이해하는 경우, 아이가 짜증을 내거나 울거나 한다. 매일 함께 하며 그 특정한 소리의 정의를 알고 있는 엄마와 달리 하루에 적은 시간만 함께 하는 아빠는 이것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실제 내 경우는 아이가 ‘끙’이라는 소리를 주로 사용하는데, 1) 어떤 것을 다시 해달라는 ‘또’의 의미 2) 물이 차다고 얘기할 때 3) 또는 뜨겁다고 얘기할 때 4) 물을 달라고 얘기할 때 5) 불을 꺼달라, 켜달라 등등 전방위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처음엔 해석에 엄마라는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짜증을 낼 때는 졸려서인지 배고파서인지 불편해서인지 그냥 짜증을 내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이 다양한 여건에서 발생하다 보니 아이와의 대화 속에서 내가 약간 위축되기도 하고 (내가 잘 모르는 언어를 구사하는 외국인과의 대화에서의 느낌과 비슷함) 또 위축된 표정을 아이가 읽는다는 생각에 자신감을 잃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24시간을 매일 함께 하다 보니 아이의 미묘한 표현의 차이에 대해서 조금씩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 솔직하게 아이에게 '아빠는 네가 지금 뭐라고 말하는지 잘 모르겠어. 조금 더 자세히 표현해 줄래?' 지속적으로 얘기하였고, 아이도 음성으로, 몸짓과 표정으로 설명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며 나와 대화하고자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가 말을 습득해 나가는 과정에 하게 된 전담 육아인 덕분에, 아직은 세상에서 규정한 규칙(한글)에 얽매이지 않고 아이와 저만의 대화법을 정의할 수 있었다는 것이 나에게는 큰 기쁨이었다. 남들은 모르는 언어와 몸짓이지만 아빠는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응한다는 것(물론 100% 다 아는 것은 아니어서 아직도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하는 적도 많다) 그리고 아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자신 있게 다른 사람에게 얘기해 줄 수 있을 때 뿌듯함이란. 이제는 엄마보다도 더 아이의 언어를 알게 되니 자신감은 더욱 생기기 마련이다(물론 엄마는 이때껏 쌓아왔던 관계로 여전히 능숙히 대화한다).

21개월을 향해가는 아이는 상당수의 단어들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아이의 요구사항은 세분화되고 복잡해져 가는 것 같다. 아이와의 대화를 위한 노력은 사실 끝이 없는 것 같고 100%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이의 언어발달 과정 가운데에서 아빠가 좋은 자극을 줄 수 있고 아이 역시 아빠와 함께 노력해 나가는 그 모습 속에서 우리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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