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학기시험이 다가올때면 반친구들의 성향을 알수있었다. 꾸준히 공부하는 범생이 친구, 한 달 혹은 일주일 단위로 벼락치기를 하는 친구, 시험을 완전히 포기하는 친구, 열심히는 하지만 공부는 못하는 친구, 공부를 안 하는데도 성적이 상위권인 친구, 커닝이나 편법을 쓰는 친구,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공부하는 친구, 누가 봐도 멍청하게 공부하는 친구, 특정 과목만 미친 듯이 잘하는 친구, 특정 과목만 미친 듯이 못하는 친구 등등.
나는 이 중에서 '시험을 완전히 포기'하는 부류. 정확히 말하자면, '열심히는 하지만 공부를 못하는 부류'에서 '포기하는 부류'로 바뀐 케이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머릿속에 내용들이 들어오질 않았다. 내가 공부하는 방법이 잘못된 건지, 아니면 정말 머리가 나쁜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딜레마의 연속.
그중에서 내가 흥미를 느꼈던 부류는, 누가 봐도 공부를 안 하는데 성적이 상위권인 친구들이었다. 운이 좋게 이 부류에 속한 친구중 한명이 내 베프였고, 어느날 그 친구에게 질문을하게된다. 야, 너 집에서 따로 공부하냐? 그의 대답은 아니였다. 공부를 안 한다니? 그런데 성적이 잘 나온다고? 도대체 어떻게? 그가 내게 말했다. 수업 시간에 들은 내용이 다 기억나.
그날 이후로 나는 '지능'과 '지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고;; 내가 남들과 비교했을때 머리가 나쁘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아마 이때부터 '메타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생각하게된것같음.
그러곤 당시 내가 내린 결론 몇 가지는 공부도 머리가 좋아야 한다, 나에게 맞는 공부 방법이 존재한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은 있다 등이었다.
트레이딩을 하면서 반복되는 손실과 청산 속에서 나는 다시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트레이딩도 결국 머리가 필요한 것인가? 결국 이 바닥도 재능인가? 정말 그렇다면, 나는 지난 2년간 도대체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내 소중한 20대 청춘을 여기다 쏟아부은 결과가 2천만원의 빚이라니.. 돈이 아까운 것보다 지나온 시간이 너무 아까워 미칠 지경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이쯤되면 깔끔하게 포기할 법도 한데, 필자는 좀처럼 트레이딩을 포기할 수 없었다. 앞서 말했듯, 나는 '시험을 포기하는 부류'였고, 허구한날 포기하고 게을러서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내가 미치도록 파고든 트레이딩에서 '상위권'에 속하지 못한다니는것이 너무나 억울했다. 그래서 난 다짐하게된다. "그래, 어차피 포기할 수 없다면, 길바닥에 나앉아도 계속해 보자."
가진돈이 전부 떨어진 난, 반강제로 다음 월급날까지 트레이딩을 할 수 없었고, 그동안 차트를 보며 백테스팅과 모의투자를 하며 시간을 보내게된다. 그러다 문득 학창시절, 고2 중간고사때 영어과목에서 90점 이상을 받아 상위반으로 옮겨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날 시험에서 90점 이상을 받을 수 있었던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당시 나는 전략을 세웠는데, 첫째는 어차피 이것저것 공부해도 다 기억하지 못하니까 국어, 영어, 수학 중 하나만 파자. 둘째는 영어 선생님은 문제 정답 번호 개수를 동일하게 낸다. 예를 들어 30문항이라면 1번 6개, 2번 6개씩 나오는 식. 마지막으로, 두 번째 전략을 바탕으로 모르는 문제가 나왔을 때, 아직 많이 나오지 않은 번호로 찍자. 아예 모르겠으면, 점수가 높은 문항에 가능성이 높은 번호를 올인하자. 이 세가지 전략이었다. 그리고 전략대로 시험을 본 결과 90점 이상을 받았는데, 아마 두문항만 틀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누구나 생각할수있는 단순한전략이었지만, 당시 나는 마치 인생의 진리를 깨달은듯 자신감에 들떠 있었다ㅋㅋ.. 결과도 좋았기 때문에 전략이 통했다는 것에 기분도 좋았다. 물론, 다음시험에는 공부를 아예 안해서 다시 하위반으로 넘어갔지만^^;
이러한 학창시절의 교훈을 트레이딩에 접목시켜 보는건 어떨까했고, 쉽고 단순하게(잔머리 굴려서) 돈을 버는 방법, 여러 가지 전략과 기법을 사용해보면서 정답에 가까워져보자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렇게 고민고민하다 결국 '확실하고쉽게' 돈을버는 방법을 찾게되고, 그 전략이 어느정도 통하며, 백테스팅 결과도 좋아지고 있음을 증명하게된다.
다시 돌아와서 브런치 제목인 트레이딩을 하면서 아직도 풀지못한 문제는 '어떤 요소가 트레이딩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가?'이다. 운? 앞서 말한 잔머리? 노력? 전부 정답일 수 있겠지만, 뭐가 확실한 정답인지는 아직 까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단 한번의 알트코인 트레이딩으로 몇억을 벌고, 누군가는 머리가 좋아서 트레이딩으로 성공하고, 누군가는 사기로 암호화폐 시장에서 돈을벌고, 누군가는 남들만큼 공부한뒤 시장에서 돈을 벌거나 잃는다.
독자 여러분은 트레이딩의 성공 요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문제는 아직도 나에게 시장에서 모든돈을 잃을수있다는 막연한 공포로 자리잡고있다. 혹시나 정말 '운' 좋게 이 시장에서 살아남은 한 사람일까 봐.
새벽 4시 40분, 나는 오늘도 비트코인 차트를 보면서 시장에 100% 성공공식이 존재할까 고민하며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