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박물관당 최소 4시간이 필요한 그와의 박물관 데이트
기름이 나는 나라란 이런 것인가? 15분 정도 거리는 우버로 $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우버를 타고 오전 느지막이 그의 호텔로 이동했다. 평상시의 나였다면, 언제 또 여기를 오겠냐는 생각에 새벽부터 어디든지 놀러 가겠지만, 출발 전의 피 말리는 상황 속 긴장이 풀리면서 피곤이 몰려오기도 했고, 쉬는 것도 중요한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그 덕분에 늦은 오전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초단위로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을 가진 그에게는, 일이 끝나고 나면 휴식 시간이 소중한 건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전형적인 공대 오빠의 기질을 가진 그는 그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을 가지고는 스트레스를 안 받는 스타일이라 함께 하면서, 그와 함께 하는 시간 동안 내가 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은 없었다.
우리가 직관할 첫 경기는 세네갈대 네덜란드전이었는데, 경기는 카타르 시간으로 오후 7시에 시작이어서 오전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만나서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는데, 영락없는 K-장녀이며, 반론을 제시하는 것이 직업의 반인 나는, 내가 대부분 리서치를 해서, 일정을 짜고, 혹시라도 모르니 더블 체크를 하다 보니, 꽤 많은 문장을 "그런데"로 시작하는 나의 문장 끝에 그가 농담처럼 이런 얘기를 했다. 그냥 "You are always right (네가 항상 맞아)!" 한 마디면 내 삶이 편해질 거라고. 항상 6분 단위로 내 시간을 계산하면서 쓰는 것에 익숙한 나에게는, 상대방이 리서치를 해서 무언가를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사실은 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나라에서 살아본 그를, 여행을 하기 위해 사는 사람처럼 사는 그를 믿어 보기로 했고, 실로 참는 자에게는 복이 있었다. 이 날 그가 추천한 레스토랑은 모든 것이 완벽했고 카타르 여행 중 가장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기쁨을 누리게 해 주었다.
내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SMAT이라는 레스토랑이었는데, 식사를 마치고 카타르 국립 박물관 (National Museum of Qatar)까지도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다.
사막의 장미를 모티프로 장 누벨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로 박물관의 외관만으로도 압도적이었다. 어느 곳에 가더라도 박물관을 들르는 나지만, 한 박물관당 무조건 4시간은 잡아야 하는 그와의 여행이기에 두 박물관의 입장 가격만으로도 4개의 박물관과 다양한 전시를 즐길 수 있는 One Pass를 망설임 없이 구입했다.
박물관에 들어가자마자, 입구에 있는 상점에 가서, 직관할 경기에 동행할 세네갈 스카프와 프랑스 FIFA 유니폼을 구입했다. 가이드 투어를 미리 예약하지 않아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1관으로 들어가니 예상외로 몽골의 역사로부터 시작을 했다. 카타르에 부를 가져다준 건, 진주의 발견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일본이 진주를 인위적으로 만들기 시작하고부터는 더 이상 진주를 교역해서 돈을 벌 수가 없게 되었다. 하지만, 기름이 발견되면서, 카타르는 급격하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 이외에도 사막에서의 의식주 생활을 보여주는 유품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중 인상 깊었던 건 매를 애완용으로 사육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직도 매를 사고팔 수 있는 상점이 마켓에 있었고 사막 투어를 하게 되면 눈을 가린 매와 일정 금액을 주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그렇게 4시간이 넘도록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니, 시간이 많이 없어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우리의 첫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 서둘러 경기장으로 향하기로 했다.
그가 묶고 있는 호텔 1층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간단히 음식을 시키고 기다리는 시간에 우리의 대화.
그: 참, 그거 방에 놓고 왔네.
나: 그럼, 지금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까 내가 빨리 다녀올게.
그: 아니, 우리 지금 쉬고 있잖아.
그렇게 그는 내게 쉬는 것이 달리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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