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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 PLEAT Jun 27. 2019

서드 스크린, 간편함 속에 작은 감옥

시니어 UX/UI 현황과 문제점 | 최승일

마치 새로운 미래를 경쟁하듯 ‘4차 산업 기술 혁신’이라는 명칭으로 세계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는 벅차기만 합니다. 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오히려 이러한 발전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혁신이라는 이름 뒤에 불균형이 숨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빠른 고령화 & 가장 심한 정보 격차

<주요 국가별 인구 고령화 속도(통계청)>


세계적으로 기대수명이 증가했고, 인구가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만, 출산율은 인구 절벽을 그리면서 크게 줄어들고 있으며, 늘어나는 인구가 노년층을 중심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고령화 사회의 가속이 붙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초고령화 사회 진입까지 몇 년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되어 있을까요? 특히 스마트폰을 통한 서비스 이용은 고령층을 배려하고 있을까요? 전방위적으로 매우 미흡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특히 디지털 기술에 대한 노인들의 정보 비대칭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연령별 스마트폰 사용률 증가 추이(한국갤럽)/연령별 스마트폰 보급률(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95%로 1위를 자랑합니다. 국민 10명 중 9명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 갤럽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경우, 77% 정도가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60대 이상 고령자의 경우, 디지털 기기 사용의 미숙함 등으로 모바일을 활용한 서비스 이용이 다른 연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사 결과 60대 이상 고령층 내에서 이용률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연령별 인터넷 서비스 이용 비교(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런 격차는 디지털 소외로 이어지는데, 특히 스마트폰을 이용한 예약 및 결제, 금융 서비스 등에서 ‘실버 텍스(Silver Tax)’라고 불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60대-70대 이상 연령의 모바일 뱅킹 이용률은 25% 이하로 대부분이 금융 서비스 이용을 위해 은행을 방문하며, 이때 창구를 통해 이체 및 환전을 진행하면 모바일 뱅킹을 이용한 수수료보다 많은 수수료가 발생하면서 상대적으로 특정 연령대에 집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중은행별 100만 원 이상 타행 이체 수수료 비교(전국 은행연합회)>


이처럼 특정 연령대에 수수료가 발생하게 되는 문제도 있지만, 실제로 60대 이상 노인들이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기 위해 넘어야 하는 장벽은 아주 많습니다. 우선 모바일 뱅킹을 설치한 후, 인터넷 뱅킹 가입, 공인인증서 발급, 보안카드 및 OTP 등록 등 젊은 연령에게도 번거롭고 복잡한 단계를 그대로 완료해야 이용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특히 공인인증서의 경우, 발급 후 스마트폰에 옮기는 과정에만 6~7단계가 필요합니다. 결국 PC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게 느껴집니다.


<모바일 금융 서비스 등록 단계 예시>


이런 복잡한 과정을 통해 모바일 뱅킹을 등록한 후 앱을 실행하면, 많은 문제 요소가 발생하게 됩니다. 우선 고 연령층에게 익숙하지 않은 금융 용어와 외국어 사용이 빈번하고, 낯선 아이콘 및 메뉴명이 모바일 뱅킹을 더욱 복잡하게 느껴지도록 합니다. 물론 많은 금융사가 쉬운 금융용어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단순히 아이콘과 이미지를 사용한다고 쉬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간편 뱅킹이나 간편 송금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고객 편의는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편의성을 높여야 할 대상에게는 단순히 글씨 크기를 키워 서비스 이용 문제를 단순화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고객의 탓으로만 이야기되는 것입니다. 그동안은 빠른 금융이 초점이 되어 사용 경험을 높였다면, 이제는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대상들의 사용 경험을 충분히 고려하고 반영해야 합니다.


<노인들에게 일반적이지 않은 메뉴 아이콘>
<익숙치 않은 메뉴 구조와 낮은 판독성의 메뉴/큰글씨 뱅킹적용 시 변경되는 조회화면/필수입력 구분이 없는 이체화면>


보편적이지만, 누군가에겐 보편적이지 않은 것들


사실 이런 문제는 모바일 뱅킹 서비스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빈번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다른 서비스를 사용할 때에도 가입 시 휴대폰 본인인증, SMS 메시지를 통한 인증 등의 과정은 60대 이상에게는 낯설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실제 노인분들의 경우, 본인 명의 휴대폰이 아닌 경우도 많으나 이런 고객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대안으로 신용카드 인증 등이 제공되고 있으나 결국 복잡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간편 로그인으로 제공되는 SNS 로그인 등은 그들에게는 결코 간편하지 않은 방식입니다. 


<간편송금서비스 회원가입/간편송금서비스 회원가입(본인명의휴대폰아닌경우)/간편 비밀번호 입력>


최근에는 이체뿐만 아니라, 이를 알려주는 알림 서비스조차 실버 텍스가 발생합니다. 물론 금융 서비스가 익숙한 연령은 알림톡 등의 별도 서비스를 통해 알림 수수료를 면제받을 수 있으나, 그렇지 않으면 고스란히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SMS를 통한 입출금 알림은 평균 월 900원 정도로 적은 금액이지만, 수수료 면제와 느껴지는 차이는 분명합니다.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봐야 하는 이유는 '비용이 발생하느냐'보다, 더 나아가 당연한 권리도 박탈당할 수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최근 정부기관에서도 알림이나 공지가 카카오톡으로 오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물론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라고 불리고 있으나, 노인분들이 스마트폰과 카카오톡을 쓰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만약 재난문자에 문제를 대입한다면,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적절히 안내받지 못해 안전에서 소외되는 것입니다. 우리에겐 보편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매우 낯선 경우가 있습니다. 스마트폰 세상은 말 그대로 노인들에게는 낯설고 힘든 공간입니다. 다수의 편의를 위해 소수의 선택권이 제한된다면 이 문제는 결국 다른 소수에게도 이어지는 차별과 격차가 될 것입니다.


<한 쇼핑몰의 SNS 간편 로그인 / KB국민은행 스타알림 서비스 / 긴급재난문자>


간편함이 불러오는 단절


서드 스크린이라고 불리는 모바일 스마트폰이지만, 노인들에게는 또 다른 창살이 분명하게 존재합니다. 한때 인터넷 강국이라 불리던 우리나라에서 배려 없는 디지털 혁신은 격차를 심화시키는 중입니다. 이런 간편함은 스마트폰 밖에서도 이어집니다. 최근 현금 없는 사회가 심화되면서, 돈이 있어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매장에서 주문을 하다가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들을 보면 노인들이 많습니다. 더불어 키오스크를 이용한 주문이 일반화되어있는 패스트푸드점의 경우, 실수할까 봐 눈치를 보며 차례를 양보하는 노인들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간편함을 추구하는 매장의 방침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조금 더 고민했다면 앞서 말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대안을 둘 수 있었을 것입니다.


<[불편한IT] 무인포스 확산···햄버거 주문이 버거운 노인 |  BLOTER>


그렇다면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를 겪고 있었던 해외는 어떨까요? 우선 미국의 Tapestry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해당 서비스는 노인분들을 위한 페이스북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가족들과 함께 추억을 공유하고 운영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아주 간소화된 기능들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고, 기존에 사용하던 SNS를 연동시킬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NPR one라는 라디오 뉴스 방송 서비스가 있습니다. 해당 서비스는 노인분들을 타겟팅한 서비스는 아니지만, 익숙한 라디오 채널을 큼직한 UI와 직관적인 UX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노인분들의 필수 서비스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라디오 외 팟캐스트 등 오디오를 통해 제공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Librivox Audio Book라는 오디오북 서비스로 자원봉사자들의 지원을 받아 다양한 오디오북을 녹음해 무료로 제공합니다. NPR one과 마찬가지로 노인분들을 타겟팅한 서비스는 아니지만, eBook을 읽기 어려운 노인들에게는 적합한 독서 콘텐츠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좌측부터 Tapestry App / NPR One App /Librivox Audio Book App>


이처럼, 해외의 경우 고 연령층을 단순히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생각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그들이 주체적으로 콘텐츠를 즐기고 연결될 수 있도록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과도기적 성격을 띠며 부족한 부분도 있고 오디오를 통한 콘텐츠에 집중되어 있지만 단순히 큰 글씨, 큰 이미지의 서비스가 아니라 관계를 형성하고, 즐거움을 얻고 정보를 나누는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제공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고객은 기업들 각각의 경쟁관계와 포지션에 대해 고려하지 않습니다. 그저 내가 당장 쉽고 즐겁게 쓸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고, 맞지 않으면 지우는 거죠.


몇 해 전, 간편 송금 서비스와 인터넷 전문 은행이 등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진작 왜 이렇게 하지 않았냐'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고객들은 불가능에 대한 어떤 이유도 불필요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 좀 더 편리하고 즐겁운 서비스가 되도록 하는 것이 인정을 받는 방법입니다.


국내의 금융 기업의 경우, 인터넷 전문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에게 자극을 받아 새로운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앱을 구동해 계좌이체를 하는 것이 아니라 SMS 문자를 이용해 간편 이체를 제공합니다. 신한은행과 SC제일은행의 경우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스마트폰 키보드를 통해 문자로 간편 송금을 제공합니다. 이처럼 기존 방법 외 추가적인 서비스 이용 방법을 제공하면서 고객에게 맞추는 시도가 더 많은 기업에게도 필요합니다.


<KEB하나은행 텍스트뱅킹 / 신한은행 키보드뱅킹 / SC제일은행 키보드 뱅킹>


사실, 시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노인분들이 쉽고 즐겁게 쓸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오기 전까지 이런 상황들이 반복될지 모릅니다. 그러나, 유니버설 디자인을 지향하면서 노인들도 쉽게 쓸 수 있는 서비스가 된다면, 어느 누구도 어려움 없이 쓸 수 있는 서비스로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연령간 차이를 당연히 여기면서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지금의 소외를 당연히 여긴다면, 결국 우리가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을 때 소외되는 것 역시 당연하게 여겨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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