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연 삼분의일을 자고 있을까
7살 된 둘째 아들이 갑자기,
"아빠 우리 매트리스 산지 얼마 되었어?"
"결혼할 때 샀으니까 10년 좀 더 되겠지.."
"유트브에서 매트리스는 꼭 8년마다 바꾸라고 했어, 매트리스 사줘~~"
둘 째의 부탁은 거절하기 힘든 묘한 마력이 있다.
그리고, 사실 잠과 별로 친하지 않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매트리스를 한 번 바꿔보겠다는 생각은 계속하고 있었던 차, 그냥 그날 밤에 주문을 해버렸다.
요즘은 그래도 다양한 매트리스가 많이 나와, 이것 저것 좀 찾아봤지만, 예전부터 점 찍어둔 삼분의일 매트리스라는 것을 그냥 구매한다. 거품을 뺀 뭐라고 하지만 100만원돈이 나가니 비싸다. 다른 것들도 뭐 그러니, 원래 비싼 물건이려니 한다.
어찌보면 하루만에 충동적으로 그냥 구매했더니, 변심이라도 할까 싶어 바로 배송이 되어버린다.
생각보다 바로 배송이 되고
이제까지 통통 튀는 스프링만 쓰다가, 올라 앉는 순간 푹 갈아앉아버린다. 뭔가 헉 하는 느낌이다. 누웠더니 머리가 쏠린다. 머리가 무거워서 더 깊이 빠져드나 보다. 여튼, '다르다'는 것에선 성공했다. 평소에도 아주 애민해서 잠을 거의 못 자는데, 과연 잘 잘 수 있을까?
누워본다.
잠들때나 너무 지쳐 누울때면 오래된 영화 트랜스포팅을 생각한다.
침대 속으로 푹꺼진다.
꺼지다 못해 정말 푹 아래로 빨려 내려간다.
어쩌면 침대에서 그런 것을 기대하는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그렇게 꺼지진 않는다. 그냥 '푹'신하다.
아쉽게도 이 방에는 에어콘이 없어, 하룻밤 자보려고 했지만, 잘 수가 없다. 갈아앉아서 피부에 닿는 면적이 더 넓기 때문에 더 더운거 같기도 하다. 지금은 가족 모두가 에어콘있는 거실에서 자고 있어서, 가을에나 되야 진가가 발휘되려나?
정말 밤에 잠을 자는 날이 온다면, 그렇게 푹우욱 꺼져서 잠들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
이런 생각들이 잠을 잘 못자는 사람으로 만들었나 보다.
자면 잘 수록 무한한 다른 것들이 떠오른다.
수면의 과학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는 광고를 공드리씨가 보고 만든 제목인지, 정말로 잠이라는 신비한 행위에 대해 다시 오만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매트리스 말마따라 삼분의일이나 보내는 시간인데 말이지,
거기에 꿈까지 끼여들면 생각은 더 복잡해진다.
왜 그 꿈과 그 꿈은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인지, 동양에서는 '몽' 이였던 것이 거창한 '드림'이 되어버린다. 역시나 '몽'이 좋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2~3일 냄새가 빠지길 기다려야 한다.
그리곤 매트리스에게도 옷을 입혀주었다.
그래도 커버를 씌우고 청량한 이불도 하나 올려두었다.
둘 째가 좋아한다.
그거면 됐다.
여튼, 잘 자는 것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