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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필수연구소 Nov 03. 2020

계절 휴가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하루는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시간을 갖습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 지도 모른다.

이런 정신 없는 시간을 보내던 어느날,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계절휴가 : 매 계절마다 하루 계절을 느끼기 위한 휴가 

하루 하루를 곱씹어 음미하고 싶어서 만들어 낸 것이 이 계절 휴가이다.


이 계절 휴가에는 온전히 계절을 느끼는 시간을 보낸다. 주로 동네 산책이나, 차마시기, 카페에서 차마시기, 공원에서 낙서하기 같은 활동을 주로 한다. 

생각해보면 어떤 여행이나, 가족행사, 치과 진료 같은게 아니면 휴가를 써본 기억이 없다. 모두 무슨 일이 있어서 휴가를 낸다. 하지만 계절 휴가는 단지 '계절이 바뀌어서' 내는 휴가이다. 


태생이 일 중독 캐릭터로, 처음엔 이유도 없이 망설여졌지만, 그냥 휴가를 내기로 한다. 연차 신청에는 '가을을 즐기려고' 라고 쓰려다, 평탄한 조직 생활을 위해 '개인 사유' 라고 쓴다. 



동네를 산책한다. 가족이 아닌, 사람이 아닌 사진을 오랫만에 찍는다. 어디 구석에 묶혀 있는 DSLR 카메라다, 필카라도 꺼내볼까 하다가, 최신식 아이폰의 성능을 믿는다. (사실은 귀찮다. 애초에 이 행위가 여유있고 느슨한 행위라, 무언가 생산적이거나 적극적이어서는 안된다)


계절휴가는 휴일에 해서는 안된다. 

반드시 '모두가 일하는 평일'이여야 한다. 그 평일의 기운이 있다. 어딘가는 바쁘게 돌아갈 테지만, 이 바깥쪽은 매우 평온하다. 멈춰있는 시간, 엄마들이 아이들 유치원 보내고 커피마시는 시간, 노란 봉고차들이 왔다갔다 하는 그런 시간이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

글을 뭐라도 쓴다. 꿍작꿍작


2020년의 가을은 이렇게 느낀다. 

파란 하늘과 노란 은행잎. 

갈대, 낙엽들..

평년보다 조금 쌀쌀하지만, 상쾌한 공기


정말로 사계절이 있어서 좋은 것들이 있었다. 


이렇게 하루 계절 휴가를 쓰면서, 최대한 계절의 맛을 느끼면, 내일도, 모레도 또 다른 주말에도 이 맛이 기억나게 된다. 그래서 이 하루의 휴가는 계절 전체를 맛 볼 수 있게 해준다. 


낙엽에 떨어지기전에들 모두 하루 나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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