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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필수연구소 May 06. 2024

서막 - 갭위크를 맞이하여

갑자기 주어진 일주일을 일년처럼 보내다.

이런 일들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이 된다


12월초 흔히 있는 이직이었고, 일주일 정도 시간이 있었다. 참 애매한 시간, 어디 멀리 여행을 가기도 그렇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준비할만한 시간도 아닌, '조금 긴 휴일' 같은 시간이었다. 더구나 아이들도 학교를 다니고, 이제 막 추워지는 겨울이라 어디 편하게 놀러가기도 애매한 시기였다. 


처음에는 그냥 동네 카페나 가서 책이나 보고, 영화나보고 하려다가, 이제까지 퇴직하는 동료들에게 했던 '절대로 애매하게 시간 보내지 말고 최선을 다해 놀아'라고 했던 조언을 스스로 실천하기로 했다. 남들이 보기에 '뭐 그렇게까지 열심히 빡시게 놀아?' 라고 할 정도로 후회없이 혼신의 힘을 다해 시간을 보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놀아보니, 그 일주일이 지금의 반복되는 루틴의 한달의 시간들보다 훨씬 길게 느껴지는 일주일이었고, 그때의 경험이 또 다른 씨앗을 심어서 더 다양하고 무모하게 놀 수 있는 작은 용기를 만들어 주었다. 


맛보기로 간 홍천의 뮤지엄 산,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간 철원의 주상절리,
당일치기 제주도 여행에서 처음 올라가본 한라산과 남쪽의 동백꽃,
무슨 바람이 물어서 갑자기 간 예술의전당에 우연히 취소표가 생겨 볼 수 있었던 국악공연
20세기에 가고 처음 가본 홍대의 메탈코어 공연에 만난 모싱 장인들
더 몸이 뻣뻣해 지기전에 배우고 싶었던 스키를 처음으로 배우며 올라탔던 리프팅..


일주일이라고 보기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나니, 그 뒤로도 가능한 많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놀려고 하는 버릇이 생겼다. 이 갭위크를 계기로 지금도 꾸준히 한달에 2~3번은 어딘가를 간다. 시시각각 변하는 꽃들을 찾아다니고, 이동네 저동네 어떻게 사는지 구경다니고, 한번도 보지 않았던 공연들을 찾아서 예약하고 본다. 망할 때도 있고, 진심으로 감동하여 눈물이 날 것 같은 황홀할 때도 있다. 


우연들이 만나 예상치도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하기도 하고, 뭔가 안맞아서 삐그덕 거리는 적도 있지만, 이런 시간들이 점점 쌓여나가면서 이 시간의 즐거운 정도를 평가할 필요가 없어지고, 이런 순간 자체에 감사하게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알게된 것이, 노는 것도 많은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초보라는 겸손한 마음으로 망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귀찮더라도 용기내어 시도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는 건강한 몸과 비용이 든다. 이제까지 단순히 생존을 위한 노동이었는데, 덕분에 이젠 노동의 목적에 대해 훨씬 구체성을 가질 수 있게된 것도 하나의 수확이다. (하지만 큰 돈이 드는 것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애초에 가성비 인생을 살고 있다.)


한 주도 쉬지 않고 연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결국엔 '오늘도 하루 잘 놀았다' 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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