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뭘 하려고 하면 집안에 일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궤도를 벗어나고
합목적성을 거부하며 습관을 중단하는 일.
나의 소심한 딴짓은
일상의 잔재미를 안겨 준다.
글쓰기엔 귀한 자극제다.
다른 감각을 쓰게 하고
다른 세상을 보게 하고
다른 얘기를 만들어 낸다.
인생은 미친 짓으로 위대해지고
글쓰기는 꾸준한 딴짓으로
가능해진다고 말해도 좋을까
은유 작가님 【쓰기의 말들 】
"어무니~ 나 코로나 키트 2줄 나왔어"
평상시 전화 한 통 안 하는 고3 아들에게 이렇게 전화가 왔다.
몸이 이상해서 체크해 보니 코로나 키트에서 양성으로 나왔단다.
오늘은 한 달 전부터 같은 직장 동료들과 함께 폴 댄스 원 데이 체험 후 간단한 회식까지 하기로 계획을 세운 날이었다. 다들 아이들이 있는 엄마이다 보니 제대로 저녁식사해 본 지도 오래되어서 이참에 이벤트처럼 진행하기로 한 것이었다.
셋이서 어렵게 잡은 약속이다 보니 폴 댄스 체험 후 회식 타임은 취소하고 폴 댄스 체험만 하고
아들과 병원에 가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한다. 엄마가 뭐 좀 해볼라 하면 항상 집에 일이 생긴다.
(이때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코로나 확진 시 자가격리를 하던 시기였다)
각자 입고 갈 폴 웨어를 준비했다.
다른 운동복에 비해 노출이 있는 편이라 너무 부끄러웠다.
퇴근 후 저녁 8시 40분 수업으로 간단히 저녁을 먹으러 가는데 복부가 드러나는 옷이다 보니
배가 나올까 봐 허기를 채워 먹기도 애매했다.
드디어 폴 댄스학원
처음에는 요가 매트를 깔고 워밍업 스트레칭을 신나는 음악과 함께 진행한다.
15분 정도의 워밍업 하면서 몸을 쓰니 벌써 열이 나고 힘이 빠진 느낌이다.
그다음은 두꺼운 안전매트를 폴주위에 찍직이처럼 붙여서 준비한다.
미처 빼지 못하고 끼고 온 반지를 빼어 락커에 두고 오니 다들 로션 같은 것을 손에 바르고 다리에도
뭔가 액체 스프레이를 뿌린다. 폴을 타기 위해 준비용품인데 폴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도와주는 그립제였다.
시작부터 참 복잡해 보였다.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많이 바르다 보니 손바닥이 눈사람 같았다.
폴 댄스 체험 때 배운 첫 동작은 스프레드와 다이아몬드 그리고 체어였다.
입문 수업을 해주시는 강사님의 시범 동작을 보고 조심스레 따라 해 본다.
처음 동작인 스프레드는 양손을 위로 잡고 양쪽 다리에 힘을 주고 다리를 ㅅ 모양으로 쭈욱 뻗는 동작이었다. 마음은 뻗고 싶은데 두 다리는 접혀있었다. 강사님께서 어깨와 귀는 멀어져야 한다고 지도해 주셨는데 현실에서 적용이 안되었다. 절벽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처럼 폴에 딱 붙어서 다리 접혀 돌아가는 모습이 나의 첫 폴 동작이었다.
50대에 내가 이 운동을 하겠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폴을 할 거라고 생각하고 오기도 했고
코로나 양성 나온 아들한테 바로 못 가고 이렇게 시간 내어 온 귀한 강습인데
어떡해서라도 인증처럼 영상을 남기고 싶었다.
다른 운동하는 곳 하고는 다른 이색적인 풀 학원만의 짙은 조명에 딴 세상에 온 것 같았다.
강렬한 색채의 조명이 나오고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니 안전매트 위의 폴은 하나의 무대로 보였다.
배경은 완벽하다.
나만 잘하면 되는데 참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제대로 나온 동작이 없어서 체험을 초대해 주신 리온씨가 내가 연습할 때
나 모르게 촬영해 준 영상편집 실력으로 나의 첫 폴 체험 영상이 제작되었다.
배운 동작을 몇 번이나 연습하니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 같았다.
체험 후 눈썹 휘날리게 달려가 아들의 코로나 상태를 진단받으러 갔다.
거의 정신이 없는 상태로 찾아간 내과
의사 선생님은 아들이 아닌 첫 폴 댄스를 하고 멘탈이 나가있는
엄마인 내가 코로나 환자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나의 첫 폴은
그렇게 코로나와 함께 찾아왔고
여름방학을 일주일 앞두고 아들은 자가격리되었다.
몇 년 전 큰 수술 이후 평상시 건강에 걱정이 많은 스타일이라 코로나에 걸리지 않으려고 정말 애썼는데
나도 며칠 후 우리 아들의 전파력으로 코로나 확진을 받고 자가격리되었다.
자가격리되는 동안 걱정, 불안보다는 폴 체험 동영상을 보면 이상하게 재밌었다.
아~~ 체험해 보기 잘했어.
힘들지만 너무 재밌다!!
자가격리되는 동안 이젠 학원 수업이 종료된 리온씨는 폴수업이 끝난 것에 허전함을 전화로 이야기한다.
아이들이 어려서 다시 수강권 발행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한다. 나는 리온씨에게 폴학원이 안되면 폴을 할 수 있는 폴 스튜디오 가서 연습하면 된다고 위로하며 혼자 가기가 어색하면 함께 가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과연 나는 리온씨에게 함께 가준다고 약속한 것이 동료와의 우정으로만 동행을 해준다고 한 걸까
왠지 동행을 빌미로 다시 한번 폴동작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아들이 대입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인데 춤바람처럼 운동하러 다녀도 되는 걸까
운동을 하지 않았던 내가 폴댄스를 하려니
내 기존 일상의 궤도를 벗어나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하고 싶어지는 이 운동 폴댄스.
폴운동이 이대로 마지막이 아닐 것 같은 예감이 든다.
Pole과의 첫 만남 동영상을 올려봅니다.
Pole을 잡고 돌았다는 것 하나에
정말 만족했던 첫 폴링이었어요.
추후 Pole을 배우며
다시 해본 첫 원데이체험동작이에요.
처음 Pole에 매달려 있던 동작보다는
Pole과 자주 만나며 생긴 코어 힘으로
자연스럽게 동작한 것을 느낄 수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