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글
내가 그리는 이야기는 언제나 나를 정의해 왔다. 회사업무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놓지 못한 것은 바로 나만의 캐릭터와 작업들이다. 그것이 몹스터(MOFFSTER)라는 특별한 시작으로 이어졌다.
운 좋게도 이런 삶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20대 중반에 그리기 시작했던 몹스터(MOFFSTER)라는 캐릭터 작업 덕분이다. 간략히 말하자면, MONSTER(괴물)라는 단어 속 'ON'과 'OFF'를 대조시킨 것이다.
마치 모든 사람 안에 존재하는 가능성과 두려움을 상징하듯, 몹스터는 스위치를 켜고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하려 했다. 이 작업은 성공한 사람 또는 한 분야의 장인을 우스갯소리로 괴물이라 부르는 데서 착안한 것이다. 즉, 각자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캐릭터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내 감정을 배제하고 만든 설정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온전한 내 감정이 집착처럼 묻어나 있었다. 참 순수하게 좋아서 했던 작업이었다. 그래서였을까 한 공모전에 입상하는 계기로 다양한 협업을 하게 되었다.
바쁘게 1년을 보냈다. 하지만 몹스터와 함께 이루고자 했던 목표는 점차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기대했던 전시회와 프로젝트의 성과가 예상만큼 나오지 않았고, 한 번의 실패가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없는 듯한 불안감을 키웠다. 기대했던 성과가 보이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몹스터는 무거운 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내 마음을 애써 외면한 채 돈이 되는 일에 캐릭터를 소비시켰다. 순수하게 좋아서 했던 작품에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머릿속은 '돈=성공'이라는 생각으로 변모했고 그것은 내가 생각했던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생활고에 시달리지도, 재벌이 되지도 않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은 어쩔 수 없었다. 원치 않던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은 늘 한참 지나서였다. 스스로도 정의 내리지 못했던 몹스터는 어느새 손도 대기 힘든 내 모습을 투영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작품에서 멀어졌다.
2번의 겨울이 지나고 이사할 무렵, 한 USB를 발견했다. 오랜만에 마주한 책상 위에는 지난 작업의 흔적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화면에는 오래된 폴더 아이콘들이 빽빽이 자리 잡고 있었다. 묵은 먼지가 쌓인 것처럼, 나의 의욕은 그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오래된 벽지처럼 겹겹이 쌓여 있던 몹스터 작업 폴더를 열어보니, 쾌쾌한 곰팡이로 가득했다. 빛바랜 사진집을 열어보는 심정으로 먼지를 털고 한 장, 한 장 넘겨보며 시간을 보냈다.
가끔씩 몹스터의 작업들을 들여다보는 일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되었다. 함께 방황한 시간이 긴 작품인 만큼 매번 새로운 질문을 들려주기도 하는 것 같다. 나를 표현함과 동시에 실패라는 두려움도 함께 담고 있던 작품. 늦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작품만큼 즐거운 작업은 없었던 듯하다. 마주 보고 바라보는 생각이 바뀌니 비로소 마음에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은 새로운 방향을 안내해 줌과 동시에 새로운 작업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앞으로의 바람은 몹스터라는 이름처럼 평생 정의 내리지 못할 흑과 백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잡고 나아가는 것이다. 빛을 찾으려면 어둠 속에서 길을 잃는 것부터 시작된다라는 말이 있듯이 두려움과 실패를 마주하고 극복하며 내면의 성숙을 목표로 천천히 걸어가고 싶다. 내면의 성숙으로 빛나는 그런, 괴물(M 'ON' STER)이 되고 싶어졌다.
아무렇게 휘갈겨 놓은 백지 위의 낙서들. 선택의 연속이 난무하는 바다 위에서 방향조차 알 수 없는 채, 안개가 자욱한 머릿속에서 조명이 수없이 번쩍인다. 흑과 백 그사이 어딘가 깜빡이는 빛을 솔직히 마주하는 에세이. 이 글들이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로의 연결고리가 되길 바라며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