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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Aug 15. 2024

중년의 철학: 인간-차원을 달리다 7

인디아나 존슨 시리즈 중 '크리스털 해골의 비밀'이라는 영화가 있다. 악당으로 등장한 소련 여군 장교는 외계인에게 크리스털 해골을 훔쳐 가져다주고 그들이 아는 모든 지식을 전수해 달라고 한다. 지식은 빛의 형태로 직접 그녀의 뇌로 흘러 들어가지만 감당하지 못할 막대한 지식으로 인해 신체는 산산이 폭발하고 만다.


영화에서는 허황된 악당의 비참한 최후로 묘사되었지만 당시 어린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지식이 빛의 형태로 바로 이식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눈으로 일일이 책을 읽어야 하고 귀로 듣거나 생각을 해서 기억해야 하는 현재의 공부 방식을 생각해 보면 너무 가성비가 우수한 방법이 아닌가 싶다.


외계인의 지식수준은 모르겠지만 현재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을 알아내 실체적 진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진실은 지평선 너머에 있어(the truth is out there)'고 X파일의 멀더 요원은 말했지만 지평선은 그저 경계일 뿐 지평선 너머는 또 다른 지평선이 펼쳐져 있을 뿐이다. 


나는 대한민국을 지구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고 미국인 친구는 미합중국이 중심이라고 한다면 모두 진실이다.  조금 더 확장해 보면 3차원 우주의 시작과 끝은 어디서나 동일하다. 마치 에르허르의 <천사와 악마>처럼 관찰자의 시각에 따라 전혀 이질적일 것 같은 두 존재는 하나로 끝없이 어어져 있다.


VII. 초끈(superstring)과 M이론(M-theory)


시공간의 시작과 끝도 어쩌면 우리의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현재 물리학에서 정의한 우주의 4가지 힘 중에서 중력은 아직까지 힘을 매개하는 매개체를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다른 고차원에 존재하는 힘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닐까 의심해 보는 것도 가능하다.


시공간은 빛이라는 존재를 통해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의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사과의 색도 인간의 살색도 빛이 존재하기에 시각이 인지하고 두뇌가 판단한다. 인강 중심 이론에 따라 세상만물은 인간의 의지와 관념에 의해 정의되고 존재할 것으로 믿을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빛을 압축해 본 실험이 있었다. 정밀하게 설계된 폐쇄 구간 양 끝단에 반사 거울을 설치하고 빛(광자)을 투입하면 빛의 알갱이들은 거울에 반사되어 구간을 왕복하게 된다. 양 끝을 서서히 밀착시키면 처음에는 서서히 움직이다 저항이 발생하여 잘 움직이지 않게 된다. 


우리가 숨 쉬는 대기에는 수많은 분자들이 떠 다니고 질량이 있어 압축하면 밀도가 높아져 온도가 높아지게 된다. 빛은 기본적으로 질량이 없지만 광자가 압축됨에 따라 특정 구간의 밀도가 높아져 저항이 발생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계속 압축해 임계점을 넘어서면 저항이 갑자기 사라지게 된다. 즉 빛의 입자가 파동으로 변환되어 중첩되기 때문에 물질이 파동으로 변하는 현상이 된다. 빛은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현실 세계에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사람이 갑자기 안개가 되었다가 다시 전기로 변해 공간을 이동하는 것은 괴이하지만 무협지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판타지 세계는 이미 양자 역학이 실체화된 평형 우주다.


초끈이론이 확장되어 끈이 막으로 확장되는 M이론이 있다. 2차원의 끈이 3차원의 막으로 확장되는 과정이다. 양자 요동이 특정 구간에 집중되는 지점을 솔리톤(soliton)이라고 한다. 솔리톤은 파동이 주변과 상호 작용을 하면서 스스로 강화하여 사라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는 것을 말한다. 


돌수제비를 던졌을 때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물결과 비슷하다. 이 솔리톤이 계속 확장되면 막(membrain)이 되어 여러 우주를 생성한다. 수많은 우주가 구멍이 뚫린 치즈 빵처럼 존재하는 다중 우주가 된다. 빅뱅의 발생조차도 막과 막의 충돌로 설명 가능하다. 수학으로 계산된 세상에만 존재하고 실제 관측이나 증명은 불가능한 영역이지만 세상의 실체를 설명하는 최신 이론 중 하나다. 


중력은 시공간에 종속되어 물체의 질량에 의존해 영향을 미치는 힘이다. 중력의 근원이 다른 막(타 우주)에서는 전자기력의 형태로 존재하는 힘일 수도 있다면 막과 막 사이의 간섭에 따른 효과로 그 힘은 아주 약해진 형태로 전달되고 막에 갇혀 사는 우리는 막 사이의 매개체를 알아낼 수가 없다. 중력까지 모든 힘을 통합하려는 통일장 이론은 불가능해진다..


만약 이것이 우주를 구성하는 실체적 진실이라면 인간의 삶의 의미 또한 달라져야 한다. 어쩌면 나의 실체 또한 여러 우주에 존재하고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상상을 해본다. 그러나 각각의 개체는 서로 절대 알 수도 없고 인지할 수도 없다. 시간 또한 다른 차원에 종속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시작과 끝 또한 자신의 우주에서는 하나가 되고 또 다른 곳에서는 전혀 달라진다. 만약 충돌한다면 소멸과 새로운 시작이 반복된다.


장자의 꿈속 나비(胡蝶之夢)가 현실인지 아닌지 모르는 세상을 나와 우리가 살고 있다. 나는 무엇에 속아가며 꿈과 현실을 이어가고 있을까. 다만 어느 곳에서든 만족하며 살 수 있다면 모든 것은 아무래도 좋다. 그것이 삶의 존재 이유며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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