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부스, 기발한 아이디어 출몰지

WORD 47 : 샤워기

by 다시청년


샤워기는 무방비한 상태에서 지식의 파편을 잇는 고리다.

쏟아지는 물줄기에 몸을 맡긴다. 익숙한 동작을 반복한다.

특별한 기술은 필요 없다. 눈감고도 할 수 있는 동작 사이로 정신이 이완된다.

머릿속 고민과 어제 읽은 문장이 수증기 속에서 만나 뜻밖의 해결책으로 결합한다.


인풋만큼 중요한 것은 정보가 서로 부딪칠 틈을 주는 일이다.

정답을 찾아 안달할 때는 보이지 않던 실마리가 잡념이 씻긴 순간 불쑥 고개를 든다.

아이디어는 쫓아가는 대상이 아니다. 비워낸 자리에 스스로 찾아오는 손님이다.


성장은 채움보다 채워진 것들이 연결되도록 자리를 내어주는 과정에 있다.

꽉 쥔 생각을 풀고 물줄기 속에 나를 맡길 때 직관이 출몰한다.

샤워는 집착을 멈추고 뇌를 쉬게 하는 시간이다.

창의의 물꼬가 트이는 순간이다.

유연해진 틈이 있는 곳에서 기발한 생각은 항상 번뜩인다.



다시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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