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 55 : 키보드
키보드는 머릿속 생각이 모니터로 넘어가는 길목이다.
생각이 펄펄 끓어오르면 키보드는 바빠진다.
사유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타격은 더 강해지고,
자판을 내리치는 소리는 경쾌한 뇌파음처럼 울린다.
무언가를 격렬하게 만들어내고 있다는 열정의 증거다.
그중에서도 'ENTER' 키는 늘 강한 펀치에 고생한다.
생각의 흐름을 바꾸거나 결정을 짓는 변곡점에 딱 버티고 있어서다.
지루한 고민 끝에 줄을 바꿀 때 탁,
문단을 정리하고 다음으로 넘어갈 때 탁,
그리고 마침내 결과물을 완성하며 마침표를 찍을 때 퍽! 하고 얻어맞는다.
마지막 ENTER 키를 강하게 내리치는 찰나,
팽팽했던 손등의 힘줄이 일순간 풀리며 온몸에 묵직한 진동이 남는다.
귓가를 때린 그 타격음은 무질서했던 사유가 비로소 단단한 형태를 갖추었음을 알리는,
성장의 감각이자 가장 완벽한 마침표다.
다시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