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끈〉- 이중섭 그림
나는 똥멍청이다.
역사나 정치, 경제 등 기본 상식이 아주 모자란 똥멍청이. 애석하게도 추구미는 박학다식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는 전혀 안 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여기서 반전은 오늘부터 할 것이라는 것. 계기를 묻는다면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재밌고 유익한 글을 많이 쓰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내 추구미가 박학다식인 이유도 어쩌면 많은 이야기를 최대한 오래 떠들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려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알아야 할 것이다.
도서관에서 무료로 하는 수업에 문해력 향상 프로그램이 있길래 냅다 신청했었다. 수업 첫날 나이 지긋하신 선생님께서 마른 입을 쩝쩝 다시며 수업을 하시기에 솔직히 약간 실망했었다. 오래된 교과서 마냥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신청했으니 딴짓을 하더라도 출석은 지키자는 마음으로 걸음을 향했다.
선생님께서 수업 중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었다. 저도 이 부분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O년 전부터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아는 게 참 많아 보이시는데 들어보면 5년 전 , 7년 전 이런 식으로 나이가 꽤 차신 후에 공부를 시작하신 것들이 많았다. 강의를 많이 다니시다 보니 강의를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빠지게 되면서 파고드신 것 같았다. 고리타분할 것 같은 교과서에서 갓 나온 뜨끈함이 느껴졌다. 나도. 선생님을 닮고 싶었다.
오늘의 주제는 '그림을 읽고 마음을 쓰다'였다.
이중섭 작가의 일생과 그림에 대해 설명해 주시고 수업 마지막에 그림 한 점을 감상한 후 에세이 한편을 쓰는 시간을 가졌다.
이중섭은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를 일찍 여의고 외로이 자랐다고 했다. 일본 유학 중 일본인 아내를 만나 결혼해 두 아들을 두었으나, 전쟁과 분단으로 가족과 헤어져 홀로 조국에 남았다. 그리고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도 끝까지 그림을 놓지 않았다고 했다. 제주도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낸 시기가 그의 인생의 황금기였을 것이라며 보여준 그림 뒤에 아이들이 영양실조에 걸렸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환상의 그림과 영양실조. 한 사람의 삶 안에서 그 두 세계가 공존했다는 게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잔인했다.
설명이 끝난 후 아이들과 끈이라는 작가의 작품을 감상 후 15분간 각자 에세이를 쓰는 시간을 가졌다. 다 쓴 후에는 앞에 나와서 낭독을 했다. 평소와 다르게 읽는 내내 가슴이 세차게 쿵쾅거렸다. 내 추구미는 앞에 나와 마이크를 잡고도 여유를 부리는 것인데 오늘의 떨림은 어쩐지 마음에 들었다.
아래는 그림 감상 후 적었던 에세이다.
아이들은 언제나 자유롭다.
기다란 끈일 뿐인데,
구르고 휘감고 던지며 함께 뛰논다.
노랗던 피부는 어느새 발개지고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기다란 끈일 뿐이다.
아이들에겐 끈도, 잎도, 가지도
자유고, 놀이고, 즐거움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자유의 끈으로 점점 옥죄이기 시작했을까.
무엇들이 우리를 칭칭 감고 뻣뻣하게 했을까.
발갰던 얼굴은 점점 노래지고, 검해지고.
놀 줄 모른다.
구를 줄 모르고 던진 줄 모른다.
감겨있다.
돌아가자. 우리. 아이로.
풀기만 하면 된다. 별 게 아니다.
스스륵 푸르면 어느새 노래지고.
휘리릭 던지면 어느새 발개지고.
돌아가자. 아이로.
우리는 본래 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