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피어나는 찰나의 지혜 'UX 인사이트'
숨 막히는 폭염과 자비 없는 폭우의 무차별적인 교차가
잠시 비 그친 흐리지만 숨 맑은 날씨조차 애타게 만든다.
이런 날씨엔 우산을 챙기는 것은 그냥 일상일 테고, 그래서,
애지중지 챙긴 이 우산을 지금 펴야 하나 말아야 하나가 관건!
지하철 출구를 나서며 비가 오지 않음을 잘 확인하고 가는데
어째서, 눈앞에 펼쳐진 길엔 우산 쓴 다수의 무리들이 있는 것일까?
내 감각이 무딘 것 같아 센서 민감도를 최대치로 눈을 감아 본다.
보슬보슬은 커녕 소록소록도 아니라 아냐, 정말로 비는 안 왔다!
그들은 전부 나와 반대편으로 향했고, 그렇게 우산무리를 스쳐 보냈다.
이윽고 빗방울을 느낌과 동시에 내 안에서 ⚡가 번쩍하고 말았다.
비로소 알아챈, 키 큰 플라타너스 꼭대기는 산들바람에 나부끼고 있었고
그 육중한 나무의 잎들이 보관하다 떨구는 방울들은 보슬비나 다름없었다.
비는 그쳤어도 줄지어진 가로수잎에 잠시 머물던 빗물이 떨어져 모이면
그 길을 계속 지나갈 사람 입장에선 우산을 펼쳐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라 비유한 유레카, 대수롭지 않아 보여도 이런 게 'UX 인사이트'다!
End User의 입장이 되는 순간 통하듯 번지는 깨달음과 그 순간말이다.
우산을 쓸지 말지, 써야만 하는, 쓰고 싶은 이유는 하나같이
'우산을 쓸 사람'에게 있는 것임을 잠시 망각해 버렸던 것이다.
그러니 비를 감춘 하늘 따위가 우산을 접어야 할 근거일 순 없었다.
조사와 추론이 지닌 오류가능성, 본시 지혜란 현장에 피어 있는 법이거늘.
불특정다수의 User란, 공감한다고 해서 공감 가능한 쉬운 대상이 아니다.
방금 전 당당히 고객경험을 외친 직후에도 버젓이 놓치는 것이 고객이다.
가끔 UX 업계 혹은 UX 담당자의 미래와 비전에 대한 질문도 받는다.
음성인식, 인공지능이 바꿔 놓을 UXer의 일상이 아무렴 왜 없겠는가.
그렇지만 고객중심, 고객을 먼저 생각하자, 이 구호는 어쩌면 영원할 것 같다.
수천 년이나 지난 고전이 출처인 '역지사지'가 아직도 유효한 세상이라면.
이렇듯 'UX 인사이트'란 기본기와 자질이지만 실은 전반전에 불과하다.
후반전인 'UX 엑스큐션', 여기서 UXer의 실력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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