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ing interfaces - 박재현 옮김, 한상택 감수
이 책은 녹색 배경의 오리가 그려져 있던 그 시절 처음 접하게 되었다. (Designing interfaces, 2007년) 바야흐로 데스크톱과 웹 사이트가 범람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다양한 패턴의 용어와 사용 방식에 대해 이렇게까지 상세하게 다룬 책은 없었다. 그 당시에도 꽤 훌륭했었는데, 한참이 지난 지금 왜 이 책이 다시 나왔을까?
그동안 인터페이스를 보면 많은 것들이 변화했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인해 디스플레이는 점점 작아지고 세분화되었다. 오늘날 작은 디스플레이에서 또 조금씩 커지고, 패드라던가, 워치라던가, 키오스크 같은 큰 디바이스까지 그 영역이 촘촘히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이 책은 어떤 목적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이 필요하고, 그 목적에 따른 다양한 패턴과 본질의 중요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기본적으로 '당신은 사용자가 아니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사용자의 목적들도 다양해지고 세분화되었는데, '짬 시간 활용 (Microbreaks)' (p.25)과 같은 목적이 인상 깊었다.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종종 여유시간이 생기게 되고, 여유시간 동안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무언가를 한다. 이런 목적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해야 한다.
또한 2021년 지금 이 시점에 없어서는 안 될 모바일 디스플레이에 대한 챕터가 추가되었고, 심미적 목적에 따른 디자인 방식에 대한 부분이 대폭 보강되었다. 예전 사례들과 패턴들은 좀 더 최신 사례들로 업데이트되어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모바일 디스플레이의 경우 데스크톱에서 쓸 수 없는 좋은 기능들이 있다. 위치 인식, 카메라, 음성 인식, 제스처 입력, 떨림이나 진동 같은 햅틱 피드백을 활용하면 좀 더 목적에 맞는 기획을 할 수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 감상 시 적용할 수 있는 '터치 툴 (Touch tool)' (p.304)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그래서 UI 디자이너라면 이 책은 책상에 꽃아 두고 수시로 봐야 한다. 요리사가 재료의 이름과 특성을 알고 요리를 하듯, UI 디자이너들은 UI패턴과 활용법에 대해서 명확히 알고 기획에 적용해야 한다. 이를테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똑같다고 느낄 김치라 할지라도, 김치와 기무치의 맛과 유래와 특성에 대한 미묘한 차이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서 이게 중국산 김치인지 한국산 김치인지 구별해 낼 수 있어야 한다. 라디오 버튼과 체크박스는 뭐가 다른지, 아코디언 폴더를 어떤 용도로 쓸지, 요즘 유행하는 인피니티 스크롤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비록 최신 유행을 소상히 다루고 있지는 않다. 최신 사례가 업데이트되었지만, 그 사례조차 오래된 것으로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이 업계가 일 년, 한 달, 하루 단위로 변화한다. 출판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책이 따라가기 버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본질은, 그 클래스는 영원하다. 당분간 바뀌지 않을 핵심 패턴들, 그리고 바뀐다면 또 후속 편으로 업데이트될 것이라 기대되는 이 책을 보며 기본기의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다.
반면에 이 책에서 약간 아쉬운 점은 다음과 같다. 워낙 패턴계의 바이블같이 세세하게 접근하다 보니 다양한 사례를 다루고 있어 좋지만, 그렇기 때문에 책이 많이 두꺼워졌다. 책의 크기도 이전 책에 비해 좀 더 작아져서 더 페이지가 늘었을 것 같다. 스크린샷이 많아 스크린샷의 색 구현을 위해서인지 책의 재질이 매끄러운 형태로 되어있고, 그래서 밑줄을 친다거나 하면 반대편에 배기기도 한다. (아마 기존판의 매끄러운 재질은 살리되 페이지의 두께가 얇아져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책 넘김이 다소 뻑뻑한 느낌이다. 이 점은 추후에 꼭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전반적인 번역은 꼼꼼하게 잘 되었고, 특히나 역주가 섬세하게 되어있는 점이 좋았다. 번역하고 감수하신 pxd의 박재현, 한상택 두 분의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 많은 분량을 번역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전에는 정보가 없어 고민이었다면, 요즘에는 정말 많은 정보들이 범람함을 몸소 느낀다. 혼란스러운 이 시기에 중심을 잡아줄 책으로 강력히 추천한다. 수많은 책들 중에 UI패턴에 대한 책을 한 권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필자는 주저 없이 이 책을 추천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책 링크 :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492224
Seungyong, Wi (a.k.a ux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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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xd UI lab.
작은 차이로 감동을 줄 수 있는 UX 디자이너를 지향합니다.
작은 동작을 꾸준히 연마해 머지않아 '필살기'를 쓰려고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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