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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요] 유엑서로 일하고 싶어요 #012

by UX민수 ㅡ 변민수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라는 개념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조금 애매할 수 있다.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라는 정의가 실무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장단점은 무엇인지 조금 생각을 더해봤다.




제너럴리스트의 개념 이해


저는 제너럴리스트를 ‘한 가지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이라고 보통 이야기한다. UX 분야에서는 특히 다양한 배경과 역할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개념이 자주 언급되곤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여러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대목이다.


사용자 리서치, 서비스 기획, 정보구조 설계, 인터페이스 설계, 프로토타이핑, 그리고 개발자와의 협업까지 어느 한 분야만 잘해서는 실무에서 요구되는 전체 흐름을 이해하고 주도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제너럴리스트 성향의 UX 인재는 조직 내에서 조율과 연결을 맡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문제는 모두가 다 이렇게 일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 이러한 역할을 하는 이를 업계에서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보통 정의되고 한다.



실무에서의 제너럴리스트 필요성


현업 UX 실무는 교과서에서 말하는 단계별 프로세스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대기업처럼 업무가 잘게 나뉘어 있는 구조에서는 특정 업무에 집중하는 스페셜리스트가 많지만, 조직 전체 UX 방향성을 설계하거나 부서 간 조율이 필요한 순간에는 제너럴리스트형 인재의 역량이 빛을 발한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조직, UX팀이 초기인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 명이 기획, 리서치, 디자인, 프로토타이핑까지 두루 해야 하는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역량을 보유한 사람이 일반적인 UXer처럼 오인되기도 한다. 맞긴 한데, 모두가 이럴 필요는 사실 없다.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자기 전문분야와 도메인에 대한 중요성도 늘어난다는 점도 함께 생각했으면 좋겠다.



제너럴리스트의 장점과 단점


장점이라면, 우선 유연성이 크다는 점일 것이다. 팀이나 프로젝트 상황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실무 적응력이 높고,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발달할 가능성이 크다. 다양한 관점을 통합해서 문제를 풀 수 있기 때문에 리더십이나 전략 기획 역할로 성장하기에도 유리한 편이다.


반면 단점도 있다. 특정 분야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거나, 어떤 역할로 자신을 규정할지 모호한 상태에서 커리어 방향이 흐릿해질 수도 있다. 20대 대부분을 이른바 '넓히는 시기'로 보내며 제너럴리스트 성향을 많이 띠었다. 그러다 30대가 되어서야 하나씩 집중하고 '나의 일'로 좁혀가기 시작했다. 이처럼 커리어 초기에는 넓히고, 이후에는 좁혀가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


결국 장단점과 상황에 따라 더 요구되는 역량이 있을 뿐, 무엇이 더 UXer 답다거나 권장되는 것 등은 없다. 자신의 성향과 목표에 따라 맞춤형 대처와 전략만이 유효할 뿐이다.



조직 내에서의 활용 방식


UX 조직에서 제너럴리스트는 다양한 직군 사이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리서치 결과를 바탕으로 기획을 정리하고, 디자이너(d)나 개발자와 협업하며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이 되는 역할 등이다. 특히 업무 간 연계가 중요한 B2C 서비스의 UX 업무에서는 이러한 연결자의 역할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대기업에서도 특정 프로젝트에서는 다양한 도메인 지식을 넘나들어야 할 때가 있고, 이때 제너럴리스트적 역량이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누차 강조하지만 어떤 조직에서는 무엇을 더 선호한다는 도식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일반화지, 정말로 그렇게만 도식화해서 이해하면 곤란하다. 차라리 어떤 의미에서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더 유효하다.



커리어 전략에서의 선택


결론적으로,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것이 좋냐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이 좋냐는 이분법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제너럴리스트가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스페셜리스트만 살아남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 커리어에서 ‘넓히는 시기’인지 ‘깊게 파야 할 시기’인지 본인의 위치와 맥락을 잘 이해하는 것에 있다. UX는 융합적이고 실용적인 분야이기에 다양한 경험이 나중에 강력한 전문성으로 전환될 수 있다.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 본 경험이 지금의 전략적 사고와 판단에 매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음을 실감하고 있기에 모두 다 필요할 뿐이라 느낀다.




UX라는 직무 자체가 다양한 역할을 수반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제너럴리스트적 자질은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다만, 커리어가 진행될수록 자신만의 ‘핵심 영역’을 하나쯤은 만들어가는 것이 향후 경력관리나 리더십 발휘에 도움이 될 것이다. 커리어 초반엔 다방면으로 확장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실험해 볼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한 10년 차쯤 되어 커리어를 회고해 봤을 때 두 가지 방향성을 가지고 커리어의 깊이와 너비를 늘린 경험이 모두 있기만 한다면 충분하단 것이다. 그렇다고 이걸 너무 의도해서 이직을 할 때 이러한 것까지 세밀하게 고민을 하는 것도 마냥 바람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전개되는 양상을 보며 사후에 해석해 가면서 앞으로를 그려보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어떤 의미에서 이 모든 것은 준비를 위한 지침 이전에 다 결과론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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