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좋아서 한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 업이 되어 있었다.
회사에 다니면서 나는 늘 내 일을 다 하면서도, 따로 관심 있던 분야에 대한 공부를 병행해왔다. 처음엔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일이었다. 단순한 취미였다. 관련 책을 읽고, 블로그에 정리해보고, 커뮤니티에도 슬쩍 발을 담갔다. 사람들이 말하길, "덕업일치 같은 건 환상이다"라고 했지만, 나는 그저 좋아서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일이 조직에서 먼저 나를 찾기 시작했다.
어느 날, 회사에 새로운 프로젝트가 떴고 그 주제는 내가 오랫동안 즐겨 연구해왔던 분야와 겹쳤다. 팀장은 말했다. “혹시 네가 이거 좀 맡아볼래?” 그렇게 취미는 업무가 되었고,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해 괜찮은 방향을 빠르게 제시할 수 있었다. 회의에 내 말이 반영되고, 타 부서에서 질문이 들어왔다. “요즘엔 자기가 좋아하는 걸 오래 한 사람이 앞서가더라”는 말도 들려왔다. 조직 안에서 내 영향력은 조용히 퍼지기 시작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회사의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던 지인은 평소 반려견 행동 교정에 깊은 관심이 있었다. 유튜브로 강의를 듣고, 전문서적을 정리하고, 반려견 훈련 자격증까지 준비하면서도 “이건 그냥 내 개인의 기쁨”이라 여겼다. 그러던 중, 사내에서 반려동물 관련 제품을 주제로 한 캠페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누구도 자신 있게 나서지 못하는 가운데, 그가 조용히 말했다. “제가 조금 알아요.” 그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G.A.I.N.의 세 번째 선물은 Influence, 영향력이다. 많은 사람들이 영향력을 ‘무언가를 컨트롤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영향력이란, 통제가 아니라 반응의 방식에서 비롯된다. 예기치 못한 충돌, 변화, 흔들림 속에서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영향력은 형성된다.
Interruption에서 우리는 변수를 맞이했다. 예상하지 못한 사건, 시스템의 충돌, 외부의 개입. 이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하지만 그 변수를 흡수하고 재구성하여 확장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따로 있다. 그들이 바로 Influence의 주인공이다.
변수는 누구에게나 오지만, 그것을 ‘재료’로 삼는 사람은 소수다. 영향력이란,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 모든 것들을 견디고 이해하고 소화한 다음, 거기서 새롭게 무언가를 만드는 힘이다. 이것은 우연한 기회가 아니라, 반복된 경험과 태도의 누적에서 생긴다.
영향력이란 단순히 말발이 세다거나, 유명세를 탔다거나, 인맥이 많다는 식의 피상적인 인지도가 아니다. 진짜 영향력이란, 내가 가진 생각, 태도, 행동, 그리고 시스템이 주변 환경과 타인에게 유효한 영향을 주어 결국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힘이다. Influence는 단순한 노출이 아니라, 구조에 침투하는 방식이다. 나의 반응이, 선택이, 행동이 주변에 새로운 규칙을 형성하고 흐름을 바꾸는 것. Influence는 일종의 '확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향력은 ‘지속가능한 파급력’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단 한 번의 눈에 띄는 성과나 이슈가 아니다. 반복적으로 진동하며 주변 구조 안에 스며들고 축적되는 힘이다. 어떤 강한 소리보다 낮은 울림이 더 오래 남듯, 영향력은 조용히 그러나 깊이 침투한다. 마치 물이 암석을 깎아내듯, Influence는 ‘소리 없이 작동하는 구조의 개입’이며, 시간이 쌓인 파동이다.
또한 영향력은 단순히 ‘이끌 수 있는 힘’이 아니라 ‘바꿀 수 있는 능력’이다. 구성원 하나의 생각과 태도가 조직 전체의 방향을 바꾸고, 한 사람의 행동이 커뮤니티의 문화 자체를 다르게 만든다. Influence는 커다란 권한이 아니라 작은 조정에서 비롯되는 힘이다. 내가 가진 구조가 타인과 연결될 수 있고, 그 구조가 반복되며 전파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영향력이다.
충돌이 없으면 영향력도 없다. 왜냐하면 영향력이란, 기존의 구조를 다시 쓰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존 구조에 순응하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파급을 만들 수 없다. Influence의 탄생은 언제나 Interruption을 통과한 이후에 이루어진다.
이 과정은 쉽지 않다. 충돌은 아프고, 불편하고, 때로는 치명적인 실패를 동반한다. 하지만 이 충돌을 ‘통과’한 사람만이 주변에 이야기를 전파하고, 사람을 연결하고, 구조를 재정의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른다. 영향력은 충돌로부터 비롯되며, 그것을 견뎌낸 자의 전유물이다.
예를 들어, 예상치 못한 이직 상황에서 낙담하는 대신, 그 경험을 분석하고 기록하며 온라인에 정리한 사람이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유사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그의 글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 기록은 결국 하나의 자료가 되었고, 그는 같은 경험을 겪는 이들을 돕는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한 번의 충돌이, 시스템을 설계하는 도구가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티 내지 않는 것’을 성숙함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영향력은 드러냄에서 비롯된다. 상처를 보여줄 수 있는 용기, 실패를 말할 수 있는 태도가 주변에 울림을 준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실패했음에도 다시 일어난 사람. 그 서사에 사람들은 반응한다.
영향력은 잘난 것에서 오지 않는다. 영향력은 연결을 통해 만들어진다. 혼자서 아무리 뛰어나도 연결되지 않으면 영향은 발생하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시스템이 다른 사람과 접속 가능한가’이다. 영향력은 시스템의 개방성에서 비롯된다.
크게 보여지는 무대, 팔로워 수, 플랫폼이 곧 영향력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진짜 영향력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도 발생한다. 작은 팀에서의 태도, 한 사람에게 건네는 말, 일상 속 루틴. 영향력은 무대가 아니라 패턴이 만든다.
영향력은 목적이 아니다.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영향력은 하나의 결과다. 시스템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 구조를 설계하려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부산물이다.
Influence는 단순한 존재감이 아니라, 구조를 통해 연결되는 지속 가능한 힘이다. 설계된 구조가 있어야 충돌을 견디고, 그 안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영향력은 ‘구조 안에서 외부로 작동하는 파급력’이다.
Influence는 어떤 문 앞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을 새롭게 만드는 일이다. 새로운 시선, 새로운 기준,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할 때, 우리는 더 이상 구조 안의 플레이어가 아닌, 구조를 다시 쓰는 사람이 된다.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나는 그 취미를 오랫동안 혼자만의 세계로 간직해왔다. 좋아서 했던 일이었고, 누구에게 자랑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예상치 못한 프로젝트에서 그 취미가 나를 꺼내 세웠다. 자료가 쓰이고, 아이디어가 반영되고, 내 언어가 회의 안에 살아 움직였다.
비슷한 맥락에서, 한 동료는 반려견 행동 교정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유튜브로 강의를 듣고, 매뉴얼을 읽고, 자격증을 준비하면서도 '이건 그냥 내 개인의 기쁨'이라 생각해왔다. 그런데 회사에서 펫 관련 제품 마케팅 프로젝트가 생겼고, 팀원들이 주저하는 사이 그는 “제가 조금 알아요”라며 나섰다. 그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회의에서 그의 시선이 기준이 되었고, 타 부서와의 협업에서도 중심에 서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해당 캠페인을 주도했고, 덕업일치의 이상적인 사례가 되었다.
그리고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해당 경험을 기반으로 퇴사를 결심했고, 반려동물 관련 콘텐츠와 제품을 기획하는 1인 브랜드를 시작했다. 이전 회사는 첫 고객이 되었고, 이후 그의 콘텐츠는 커뮤니티와 협업 플랫폼에서 입소문을 탔다. 그는 이제 ‘좋아하는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에서 ‘좋아하는 일로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연결해주는 사람’으로 변화했다. 영향력은 확장되었고, 그는 새로운 시스템의 일부가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의 주체가 되었다.
충돌을 지나 영향력을 형성했다면, 이제는 기준을 세울 차례다. Influence가 확산이라면, Norm은 응축이다. 기준이란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무게 중심이며, 주변의 흐름을 바꾸는 진원지다. 영향력이 퍼져나갔다면, 이제 그 영향이 머무를 자리를 만드는 단계가 필요한 것이다.
기준은 단순히 “내가 옳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된 설계와 선택의 누적이 만든 응축된 중심이다. 그 기준 위에 누군가는 기대고, 또 다른 누군가는 방향을 정한다. 그렇게 기준은 하나의 방향이자 하나의 거점이 된다.
다음은 G.A.I.N.의 마지막 단계, Norm. 선택과 조율을 통해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 위에 또 하나의 시스템을 세우는 사람의 이야기다. 영향력의 중심에서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가 새로운 규범이 되는 순간을 향해 나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