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치 않은 일기
1. AI로 인해 사람들이 일을 더 많이 하게 되고 있는 것 같다.
- 업무 시간은 더욱 더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 미국 테크 업계는 중국의 주 6일, 매일 12시간 근무를 이상적으로 여기기 시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인간이 완전히 대체될 것이라는 존재론적인 위기에서 비롯한 위기감인가, 국가 경쟁력에서 밀릴 것이라는 불안에서 기인한 민족/국가주의적 안건인 것일까, 물론 복합적일 수 있겠다.
2. 그런데 많은 것들이 무엇을 향해 가는지는 모르겠다.
- 이러한 물리적/정신적/시간적 투자는 리스크를 수반할 수밖에 없긴 한 것이나, 무엇을 위해서 이토록 달려가고 있는지 어려운 경우가 많다.
- 생산적인 무언가를 위해 달려가는 경우로 보이는 경우가 적달까.
3. 주객전도가 된 상황들이 많다.
- 물론, 정말 잘 체계화된 사업 운영 구조를 가졌다면, AI라는 레버는 사업을 폭발적인 성장으로 이끌 것은 분명하다.
- "저런 AI 서비스라고 나오는 건 그냥 ChatGPT나 Claude(또는 관련 API) 쓰면 끝 아닌가?"
- "이미 비효율적인 걸 자동화하면 그냥 비효율적인 걸 천문학적으로 많이 하게되는 것 아닌가?"
- 하지만 그런 구조조차 가지지 않은 조직들이 많다. 그렇기에 AI를 통한 자동화나 AI 서비스라고 무수히 홍보하고 있는 글들을 보자면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 사업이든 개인의 일이든, 본질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기보다 기술을 만병통치약으로써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4. 막대한 혼란도 주고 있다.
- 실질적인 성과와 직결된 행동을 취하기보다, 뒤처질 것이라는 공포로 인해 AI를 사용하는 흉내를 내고 싶은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 "공부하는 나", 또는 "공부하는 조직"이라는 정체성에 심취하여 개인이나 조직의 목표가 뒤틀리는 경우가 그렇다.
- 사업뿐만 아니라, 일상 내 많은 소셜 미디어에서 배설되고 있는 해괴망측한 AI 컨텐츠들도 그렇다.
- 예전보다 더한 속도로 쏟아져 나오는 거짓, 선동과 그것을 믿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
- 더 나아가서는, AI에 자아를 의탁한 사람들도 눈에 띄게 현실에서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 ChatGPT가 쓴 답변("다음은 ... 해드릴까요?")을 그대로 복붙하는 사람도 있었고, 업무 실수해놓고 "ChatGPT가 잘못했네요."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5. 더욱 본능/동물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 마일드한 경우는 인플루언서 생태계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경우다. (근데 사람들간 상호작용은 더욱 더 줄어드는 것은 역설적이다.)
- 자칭 AI 서비스라고 자기 PR해오던 많은 기업들은 저속해지는 경우(성적인 챗봇에 집중하는 경우)도 있다.
- 아니면, 원래 그러한 사업(ex. 온리팬스)이 더욱 성장한다던가.
- 상호작용으로써 사람을 대하기보다, 그저 타자화된 객체가 되어가는 느낌이 굉장히 크다.
5. AI 회의론이라기보다, 더 신중해야할 시기가 온 것 같다.
- 커리어에 있어선, 사업 운영 체계를 잡고 중요한 것을 빠르게 파악해내는 역량 혹은 이미 이를 잡아둔 회사를 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항상 당연한 소리긴 하지만 말이다.)
- 업무적으로 있어선, 점검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속도를 내는 것은 더욱 더 쉬워졌다. 실패에 속도를 내면 그것은 더 빠른 나락이다.
- 존재적으로는, AI로 인해 사람은 무엇으로 인해 더 사람다워지고, 사람으로서 어떤 역할을 더할 것인가?
- 마치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같은 상황 같다. 낙관적 허무주의가 될 것인가, 아니면 파멸의 허무주의가 될 것인가.
6. 무엇이 중요한가, 그리고 얼마나 집중할 것인가.
- 기술사적으로 어떤 것이든 무한한 발산과 수렴 과정을 겪고, 평탄화되고, 그것이 패러다임으로 잡히는 것은 당연하다.
-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맹목적인 발산의 파도에 휩쓸리고 싶진 않다.
- 지금 많은 시도들을 지켜보자면, 새로운 발산이 필요한 것들이 아니라 발산 전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채비해야하는 것들이 굉장히 많다.
- 확률 기반 트랜스포머 모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도 한 몫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연산 자체의 효율성의 증가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리포트들도 종종 보인다.
- 그렇기에 2023-2024년 GPT의 등장이 엄청난 패러다임 변화를 일으킨 것처럼, 머지 않아 현재의 발산의 방법론 자체가 흔들려버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 그렇다고 지금 모든 것들이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개괄적인 흐름을 파악하되, 너무 지엽적으로 파고들 필요는 없다. (그리고 난 지엽적으로 파고 들어 뭔가를 할 수 있는 수학 천재도 아니다.)
- 지금 현재에서 필요한 것을 담담하게 찾아내고, 이를 해결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