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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커셔니스트
by 유영 Jul 08. 2018

음악으로 행복을 찾은 열아홉의 퍼커셔니스트, 임규원

우리들의 퍼커션 이야기

The Percussionist Interview

음악으로 행복을 찾은 열아홉의 퍼커셔니스트, 임규원

글: 유영, 인터뷰이: 임규원


열아홉은 결정하는 나이다. 곧 교복을 벗고 새로운 삶으로 한 발자국 내디뎌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수많은 갈림길에서 열아홉 살의 규원 씨는 타악기를 연주하는 길을 택했다. 어린 나이지만 그의 눈에는 생기가 흘렀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분명하게 아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눈빛.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터뷰를 한다는 풋풋한 청년에게 타악기의 매력을 물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 안녕하세요, 저는 임규원이고 나이는 19살입니다. 그리고 지금 호원대학교 실용음악과에 올해 입학했어요. 아직 공식적인 활동을 하지 않아서 퍼커셔니스트라고 부르기는 조금 민망하네요.


음악을 좋아한다고 자기를 소개했는데 언제부터 악기를 시작했나요?

- 사실 음악은 클래식 바이올린으로 시작했어요. 저기 울진에서 살았을 때 바이올린을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배웠어요. 아예 음악으로 진로를 결정하고 계속 배울 마음이었는데 부모님 반대로 공부를 하게 되었어요. 부모님이 자식들 교육에 관심이 많으셔서 서울에 올라오게 됐거든요. 음악을 한동안 못했죠.


서울 생활은 어땠어요?

- 바이올린 그만두고 서울에 올라오고 나서 잠시 방황을 했어요. 서울 애들은 지방 애들이랑 다를 것 같다는 인식에 친구도 안 만들고 혼자서 놀았어요. 그러다 우연히 복싱을 하게 됐는데, 고등학교까지 계속했거든요? 그런데 접었어요. 많이 맞아서 힘들었고 싫더라고요. 스파링 하다가 코뼈도 부러졌어요. 진짜 열심히 했는데. 어느 순간에 맞는 게 싫어졌어요. 그래서 그만뒀어요.


바이올린부터 운동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는데 어떻게 퍼커션을 배웠어요?

- 공부를 정말 못했어요. 사실 공부를 안 했어요. 말장난 같지만 공부를 못하니까 안 했어요. 부모님도 그 정도 되니까 아시더라고요. 제가 공부에 재능이 없다는 걸. 고등학교도 동네에 있는 인문계 학교로 진학했어요. 중학교 때는 그래도 절반 정도는 했는데 고등학생 때는 절반에서 더 내려갔어요. 성적표도 안 봤어요. 아버지가 공부하라고 잔소리만 하시는데 공부가 안됐어요. 학원도 다녔는데 의미 없이 왔다 갔다만 했어요. 어머니가 지인 분께 제 이야기를 하소연하다가 당신 아들이 음악을 하는데 배워보면 어떻겠냐고 해서 처음으로 퍼커션을 접하게 됐어요.

임규원 씨의 선생님 서익주 퍼커셔니스트의 타악기 구성 

퍼커션을 처음 만난 거네요. 배울 때 재밌었나요?

-  처음엔 그냥 귀찮았어요. 퍼커션이란 악기가 있다는 걸 몰랐거든요. 어머니도 처음 들어본 악기인데 저를 시킨다고 하니까 이해가 안 갔어요. 그런데 저희 선생님이랑 수업으로 처음 콩가를 치게 됐어요. 콩가를 계속 배우다가, 봉고도 쳐봐라, 팀발레스도 쳐봐라 하다가. 다양한 악기를 접했어요. 퍼커션은 악기가 많잖아요.


저는 잘 질리는 타입의 사람이에요. 타악기는 소리가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어요. 봉고를 배우면 팀발레스를 칠 수 있고, 콩가를 치거나 카혼을 칠 수도 있고. 드럼 외 모든 악기를 전부 퍼커션이라고 하잖아요. 음악 장르도 발라드나 알앤비 등 다양하게 쓰일 수 있고. 그런 것도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퍼커션을 하는 사람이 많이 없잖아요. 잘 하면 다른 악기나 다른 분야보다는. 프로가 될 수 있는 길이 많아 보여요. 자연스럽게 퍼커션을 계속하게 되었어요.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실용음악 대학교 입학은 어떻게 준비했어요?

- 아현산업정보학교라고 아세요?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3학년에 교환학생처럼 아현산업정보학교에 갈 수 있어요. 처음 퍼커션을 알려준 선생님이 아현고 이야기를 꺼내셨어요. 시험을 봐서 들어가야 하는데 아현고는 퍼커션 과가 없다고 해서 드럼을 따로 배웠어요. 드럼이 리듬감 익히기 좋다고 하더라고요. 시험 보기 두 달 전부터 연습했어요.


아현고 입시는 어때요? 태어나서 처음 치른 실용음악 입시였는데.

 - 입시 곡을 완성시킨 다음에 시험이 보기 전까지만 그 곡으로만 주구장창 입시곡을 연습했어요. 그리고 아현고에서 시킬만한 것, 메트로놈 키고 8비트 치기, 초견 악보 주고 치는 법. 리듬 악보 주고 치는 법 이런 것 연습했어요. 교실에 선생님 두 분 앉아 계세요. 드럼 선생님 1분이랑 다른 선생님 1분. 드럼이 앞에 놓여 있으면 몇 번 들어오세요. 시키는 것 하고, 자기가 준비한 것 연습한 것 치는 거고. 면접 질문 3가지 물어보세요


'만약에 합주가 있는데 친구가 늦었다. 너 어떻게 할 것이냐?'

저는 그 친구가 올 때까지 연습을 하고 있겠다. 이렇게 말을 했죠. 친구한테 화내면 안 좋게 보일 것 같았어요.

드럼 언제 시작했는지, 좋아하는 장르 있는지 물어보셨어요. 연주하다가 끊지 않았어요 곡이 1분 30초밖에 안되니까. 옛날엔 익주 선생님 때는 가수 박효신하고 휘성 나오고 그래서 엄청 유명했어요. 학교가 정말 유명해서 경쟁률이 높았을 때에요. 합격하고 나서 기분 좋았어요. 아 그래도 내가 음악으로 들어갈 실력은 있구나.

아현산업정보학교는 휘성, 박효신 등으로 유명해졌음 (출처: 마포땡큐뉴스, 최휘성 님 고교 졸업사진)

  고등학교 3학년을 다른 학교에서 보내다니 특별한 기억이겠네요

- 재밌었어요. 여러 학교에서 오니까 친구들 교복이 다 다르더라고요. 일주일에 한 번만 본교를 가면 되거든요. 보컬, 기타, 베이스, 피아노 치는 친구들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퍼커션은 저 하나였어요. 학교에 퍼커션 관련된 악기가 하나도 없더라고요. 처음엔 제 악기를 들고 갈 정도로 학교에 퍼커션 환경은 부족했어요. 무리 연주라고 부르는데. 대학교 앙상블 수업처럼 합주하는 시간이 있어요. 그 수업에서 한 명씩 돌아가면서 하고 싶은 곡을 말한 다음에, 마음이 맞는 친구랑 같이 모여서 밴드처럼 연습하는 거예요. 60년대부터 90년대 빌보드 차트에 있는 곡 중에 한 곡을 정해서 친구들과 합주를 했어요. 전주에서 아현고 다니는 친구가 있을 정도로 열정이 대단했어요. 예고나 실용음악 학원에 다니는 게 아니면 이렇게 무리 연주할 일이 없어요. 소중한 경험이에요.


아현고에서 퍼커션 음악을 제대로 배우면서 진로를 결정했겠네요?

- 저는 실용음악 대학을 가기로 결정하고 입시 준비를 빨리 했어요. 우리나라에 드럼 관련된 전공이 있는 대학교가 많은데. 저는 드럼보다 퍼커션이 좋았어요. 일단 서울예대, 동아방송대랑 호원대, 백석대 넣었어요. 원래 경희대도 넣으려고 했는데. 경희대는 재즈 하는 학교라서 제가 하고 싶은 음악 방향이랑 안 맞아서 넣지 않았어요.

가끔 성적을 보는 곳도 있는데. 거의 실기가 60%이고 학생부가 40%라서. 교수님들이 공부 잘하는 것보단 음악 잘하는 걸 보기 때문에. 공부 못한 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c3iFboeGRhE

Mambo influenciado 노래가 너어무 좋다 , 들어보시길

규원 씨만의 퍼커션 전공 입시를 준비하는 팁이 있나요?

- 입시곡을 준비할 때 원래 정해진 악기는 없어요. 입시하는 친구들은 웬만하면 콩가나 봉고, 팀발레스 세 개 위주로 준비를 많이 해요. 저는 맘보 음악을, 라틴 음악을 준비했어요. 처음 퍼커션 알려주신 선생님이 너는 입시에 차별화를 줘야 한다고 해야 해서. 클라베라는 악기를 입시할 때 더 연습했어요. 원래 클라베를 팀발레스 주자가 해요. 퍼커셔니스트는 보통 클라베까지 연주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저는 퍼커션을 하면서 클라베까지 연주했어요. 손을 치면서 발로 밟았아요. 라틴 할 때 클라베가 많이 쓰여서. 장점이라고 생각했요. 드럼 킥에다가 잼 블록이라는 악기를 달아서 클라베라는 리듬을 치고. 손으로는 콩가를 쳤어요. 선생님이 가르쳐준 대로만 했어요.


실용음악 대학마다 시험 스타일이 다 다른가요? 호원대는 어땠어요?

- 셋 중에 호원대 시험을 제일 먼저 봤어요. 시험 볼 때 준비한 입시곡 박자를 조금 절었어요. 입시곡을 보다가 잘리면 '입짤'이라고 해요. 호원대는 실기 시험이 1차밖에 없어서 입짤 당할까봐 긴장됐어요.  그런데 지정곡 연주를 마치고 나서 교수님이 ”박자를 좀 저는데 "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전화위복으로 두 번째 시험 과제를 잘했어요. 드럼 MR을 틀어주시면 거기에 맞춰서 악기를 즉흥적으로 쳐보게 시켜요. 콩가를 즉흥적으로 연주했어요.


입시곡은 정말 망했다 싶었는데 즉흥 연주할 때 펑키 리듬에 맞춰서 자유롭게 잘 쳤어요. 스스로 만족했어요. 그랬더니 교수님이 하나를 더 시키셨어요. 솔로까지 쳐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저희 선생님하고 잼을 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쳤던 솔로 리듬이 어려웠거든요? 그 리듬을 쳤어요. 긴장을 많이 했는데 저도 모르게 손이 움직였어요. 하지만 결과는 예상이 안되었어요. 애매하다고 생각했어요. 입시곡을 너무 망쳤으니까.

 

https://www.youtube.com/watch?v=3DfqtulIX24

Bobby 아저씨가 설명해주는 뱀베리듬 -> 전공자 아니면 안들어도 됨

백석대학교에서는 '입짤' 안 당했나요?

- 안 당했어요. 백석대학교는 박지나 교수님이라고. 그분이 시험을 보는데. 학교는 모르겠는데 교수님이 좋고 연습실도 좋다고 해서 가서 시험을 봤어요. 1차 시험에 갔는데 딱히 뭘 안 시키셔서. 입시곡만 치고 나왔어요. 1차는 붙었거든요. 2차 시험 볼 때 교수님이 뱀베(Bembe) 리듬 아냐고 물어보는데. 몰랐어요. 그래서 그것도 못 쳤어요. 시험 보고 가서 바로 배웠어요. 뱀베가 6/8박자 리듬인데 제가 아예 몰랐던 리듬인 거예요! 시험 끝나고 몰라서 바로 배웠죠. 리듬은 거의 다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게 나왔어요...


서울예대는 비전공자인 저도 알고 있을 정도인데 어땠나요?

- 서울예대는 일단. 현역은 잘 못 들어가요, 예대는 일단 기초가 돼야 해요. 서울예대 실용음악은 너무 유명한데. 사실...엄청 가고 싶은 학교는 아니었어요. 시험 순서가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엄청 싸늘했어요. 많이 떨었어요. 분위기가 암울했거든요. 퍼커션을 아예 잘 안 뽑아요. 퍼커션을 잘 치면 입시에서 드럼도 쳐야 해요. 드럼은 못 쳤어요. 그러니까 입짤 당했구나 하고 나왔어요. 그래서 예대는 기대를 아예 안 했어요. 


(출처: 대학일기 자까)


셋 중에서 어디를 붙었나요?

- 올해 18학번으로 호원대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아직 1학년이라 앙상블 수업이랑, 시창청음 등등 실용음악에 꼭 필요한 강의를 배워요. 일단 대학을 가면 좋은 점은 합주를 많이 하고. 전공 레슨을 받을 수 있다는 점. 그래서 학교를 선택할 때는 교수님이 괜찮은 지 그걸 보고 가면 좋겠어요. 개인 레슨 때 교수님이 알려주면 맨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에요.


퍼커셔니스트 임규원의 꿈은 무엇인가요?

 - 저는 퍼커셔니스트. 행복하게 음악 하고 싶어요. 음악 할 때는. 저는 재즈를 안 좋아하는데도 막상 치면 재밌거든요.  음악 안 했으면 아무것도 말 그대로 백수? 놀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대학에 왔어요. 대학에 안 가면 음악을 그만 둘 계기가 너무 많아요. 학교를 다니면 음악을 어쨌든 계속해야 하고. 학교에 가면 잘하는 애들이 너무 많잖아요.  자극도 잘 되고... 내가 좋아서 악기 하니까 어릴 때 하던 운동이랑 달라요. 음악 하면 재밌고 행복해요. 음악은 잘하면 오래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고등학생들에게 최악의 시기라고 할 수 있는 3학년. 어떤 공부를 해도 초조하고 힘든 이 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빨리 캐치하고 길을 개척해 나간 규원 씨의 걸음은 참 가벼워 보였다. 공부가 막막한 학생 혹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에게 규원 씨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가 이렇게 행복하게 음악을 하게 되기까지 웃음 뒤에 숨겨진 노력과 고민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던 것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앞으로 규원 씨가 어떤 행복을 들려줄 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저작권자 (C) 유영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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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유영입니다. 당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담백하게 휴머니즘이 묻어있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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