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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커셔니스트
by 유영 Jul 02. 2018

마음을 두드리는 퍼커셔니스트, 서익주

우리들의 퍼커션 이야기

The Percussionist Interview

마음을 두드리는 퍼커셔니스트, 서익주

글: 유영, 인터뷰이: 서익주


그의 음악을 처음 들었던 날이 생생하다. 마치 고릴라 같은 긴 팔로 악기를 '부셔' 버릴듯한 연주를 하던 서익주 퍼커셔니스트. 그는 국내에서 촉망받는 뮤지션이다. 어쿠스틱 음악을 좋아하는 혹자라면 모를 리 없는 고막 남친 '윤딴딴밴드'의 퍼커셔니스트로, 또 다른 어쿠스틱 밴드 '하랑은유'의 작곡자로 활동하는 서익주 씨는 누가 봐도 음악에 미쳐있는 사람이다. 매일 밤 음악을 떠올리고 곡을 쓰느라 잠도 못 자는 그의 삶을 촘촘히 들어보았다.


옆에서 보면 악기 다 부서질 것 같은 연주자 서익주


악기를 온몸으로 부셔! 하는 것 같은 서익주 씨,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서익주입니다. 세상의 수많은 악기 중에서도 몸을 직접 이용해 타악기를 두드리고 연주하는 퍼커셔니스트입니다. 움직이는 대로 악기의 소리가 따라오는 퍼커션의 매력을 사랑해요. 소리와 타격을 통해 따라오는 '퍼커션' 음악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매일매일 기도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 그리고 부끄럽지만 얼마 전 스페인 카혼 브랜드 '라로사'의 공식 엔도저가 되었어요.


손에 굳은살이 잔뜩 배겼는데 어릴 때부터 음악을 하셨나 봐요.

- 이건 타악기를 오래 연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긴 거예요. 어릴 때 부모님이 식당을 운영하셔서 아주 바쁘셨는데. 손으로 하는 건 지금이나 그때나 재주가 좋았거든요. 동네 슈퍼마켓에서 100원짜리 달착지근한 과자 하나를 슬쩍 숨기는 재미를 알아버렸어요.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라고. 어머니에게 들켜버렸어요. 제가 우는 소리를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어머니는 경찰서까지 소매를 질질 끌고 가셨어요. 그렇게 울고불고 죄송하다고 했으면 그만뒀을 법도 한데. 다음 날이면 또 관심을 받으려는 행동은 계속되었죠. 낙서 금지라고 쓰여있는 벽에 자꾸 낙서하고 싶은 마음처럼. 왱왱거리는 사춘기가 계속되었어요.

정신없는 마음을 단번에 가라앉히게 된 건 음악을 만나게 되었던 날부터였어요


어린 서익주씨가 쳤을 법한 기본 드럼세트 (출처: 드럼몰)

사춘기의 복잡한 마음을 음악으로 채울 수 있었나요?

- 그렇죠, 저는 철저히 독학으로 드럼을 공부했어요. 베이스 드럼의 소리는 쿵. 하이햇은 치, 스네어는 따! 이렇게 입으로 악기의 소리를 표현하는 노하우를 터득했어요

          쿵치따치

          쿵치따치 쿵쿵따치

          쿵치따쿵 쿵치따치

          쿵치따쿵 치쿵따치

이렇게 패턴이 단순한 리듬은 금방 보고 따라서 칠 수 있었어요. 4 가지 리듬은 항상 말로 소리를 내면서 연습을 했어요. 요즘도 레슨을 가면 학생들에게 이렇게 소리를 내서 가르치고 있는데 아주 큰 도움이 돼요.


그렇게 열심히 연습했으면 입시도 술술 풀렸을 것 같아요.

- 슬프게도 저는 입시에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어요. 고3 수험 시절 친구들한테는 각자 가고 싶은 대학교 리스트가 있었어요. 공부 잘하는 친구는 당연히 스카이였을거고. 음악을 했던 저는 ‘서울예대, 동아방송대, 경희대’ 학교가 가고 싶었어요. 현역 때는 수시와 정시 모두 떨어졌어요. 좌절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3, 4차 전형이 있는 대학을 알아보던 중 어느 학을 찾게 되었고, 그곳에 합격했지만 왠지 낙오자가 되었다는 패배감에 무력해졌어요. 목표하던 대학에 가지 못한 생각에 힘들었거든요.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부모님을 설득시켜 일 년만 더 고생하고 학교 가겠다고 해서 자퇴를 결정했어요.


재수생 서익주 씨만의 연습 방법이 있나요?

- 부모님까지 설득해서 시작한 재수생의 신분이었으니까요. 독한 마음을 품는 거로도 모자라 밥을 굶다시피 연습에 매달렸죠. 하루에 10시간에서 12시간씩 드럼만 두드렸어요. 메트로놈 소리를 이어폰으로 들으며 템포(속도) 50부터 15분씩 연주를 했어요. 템포 50에 15분, 템포 51에 15분. 그렇게 연습을 했는데도 120까지 올리지 못한 날이 많았어요. 시간이 얼마나 지난지도 모르고 연습을 하면 햇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까만 벽만 남아 있었거든요. 저를 지우고 연습만 했던 시기였어요. 사실 재수생은 그렇게 연습에 미치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연습을 하니 감사하게도 차석 합격으로 백석대 실용음악 10학번 신입생이 될 수 있었어요.


지금까지 들려준 이야기는 전부 드럼에 관한 건데 연주하는 악기는 더 다양해 보여요.

- 처음엔 드럼으로 시작했지만 제 운명을 바꾼 수업을 듣게 되었어요. 바로 '타악 앙상블'이라는 강의였는데요.

이때부터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 ‘퍼커션’이라는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되었어요. 콩가, 봉고, 쉐이커, 헤피니케, 아고고벨, 수르도와 같이 여러 타악기를 배웠어요. 은사인 박지나 교수님이 다른 친구들은 다 알고 있는 내용이어도  차근차근 가르침을 주셨어요. 저는 드럼 전공이니까. 드럼 스틱처럼 스틱으로 치는 악기 연주는 금방 따라갈 수 있었어요. 대신 두드리거나 손으로 터치하는 악기는 조금 천천히 따라갔죠.


그렇게 시작한 퍼커션이 어느새 자신의 삶이 되어버렸네요!

- 그 수업을 통해서 깊은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저를 좋게 봐준 은사님의 칭찬에 마음이 흔들렸죠. 교수님과의 대화를 마친 다음, 이 길은 정말 가봐야겠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어린 날의 제 기억을 가득 채운 드럼이 아닌 퍼커션의 길을 가기로 2가 두 번이나 겹치는 스물두 살에 결정했어요. 그리고 난 뒤에 좋은 친구들과 함께 밴드 경연대회까지 나갔거든요.


어떤 경연대회였어요?

- 옛날에 KBS에서 방영되었던 '밴드'라는 음악 서바이벌이었는데......많이 부끄럽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qQ64x53LM2Q

머리를 묶고 신나게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 서익주씨(본인이 매우 부끄러워함, 출처: top밴드 공식 팬카페)


지금이야 다양한 방송을 경험하지만 이때는 방송을 처음 경험했을 때거든요. 메이크업해주는 게 기억에 남아요. 제가 달라 보이더라고요. 새롭게 태어났던 기분까지 들고. 머리에 핀 50개나 꽂고 있었어요! 그 외에도 저희 팀이 거의 유일하게 라틴 음악을 했던 밴드였는데 꽤 높은 순위까지 올라갔던 즐거운 대학 시절의 추억이네요.


그렇다면 본인의 기억에 남는 특별한 무대는 어떤 것인가요?

 

박주원 - 슬픔의 피에스타(출처: 박주원)


- 탑밴드 프로그램이 끝난 해 겨울, 모르는 분의 전화를 받았어요. '네가 서익주냐' 하길래 '아, 예' 대답했더니 곧 한국 대중문화 시상식이 있는데 한 곡만 할 수 있냐고 물어보셨어요. 기회는 몇 번 찾아오지 않겠다는 생각이 단번에 들었죠. 잘 알지도 못하는 분의 공연을 덥석 한다고 대답했어요. 검색해 보니까 엄청난 사람이었어요. 시상식에선 '박주원- 슬픔의 피에스타'라는 2집 앨범 타이틀곡을 연주해야 됐어요. 이 곡은 속주 기타곡인데, 제가 카혼 파트를 카피했어요. 이 분이 집시 재즈 장르를 연주하셔서 퍼커션 파트는 카혼이 주가 되는 악기거든요.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연주자로서 최대 성장을 해야 하는 미션이었어요. 고스트 노트 하나라도 실수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카피한 걸 또 카피하면서 연습했어요.


공연 당일 분위기는 어땠어요?

- 이렇다 할 연습도 없이 공연에 올라갔어요. 리허설은 악기가 소리 나는 지의 여부만 확인하더라고요.

진짜 프로의 세계를 처음 경험한 공연이었죠. 완전 즉흥적인 재즈 뮤지션이세요. 보통 클래식 연주자는 악보에 강한데, 재즈 연주자는 느낌 가는 대로 연주하거든요. 그런데 연주를 딱 시작하는 순간 숱하게 연습했던 몸이 긴장을 누르고 저만의 연주를 할 수 있게 됐어요. 중간중간에 6 연음 기타 솔로가 들어가요. 기타로 리듬 라인을 치거든요. 이 템포(속도)에 비해서 엄청 빠른 걸 카혼으로 같이 맞춰서 연주했어요. 기타리스트가 더 불꽃처럼 차고 오면서 마지막 하이라이트에 도달하게 되거든요. 엄청나게 예민한 그 공연에서 저는 기타를 서포트하면서도 퍼커션을 흔들리지 않게 연주했어요.


신나게 한번 딱 터뜨리고 나니까, 그 뒤로는 어려운 부분이 없어서 엔딩 땅 --따따 땅 하고 끝냈어요. 공연을 마치고 목도 마른데 물 마시기도 그렇고. 뒤풀이를 하러 가자 해서 따라갔어요. 회식 때 그분이 '잘하네'라고 한 마디 던지셨어요. 기분이 좋았어요. 이날만큼은 인정받았다는 기분에 흠뻑 취했던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런 우여곡절을 다 겪고 지금의 서익주가 되었는데 혹시 음악의 길을 꿈꾸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저는 항상 말해요. 다가온 기회를 꼭 잡으라고. '나는 실력이 부족해서, 지금은 뭐가 부족하니까' 저마다 자신이 없어 기회를 회피하잖아요. 모든 기회가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독이 든 사과든지 달콤한 사과든지 간에 프로가 되고 싶다면, 기회가 다가왔다면 꽉 쥐고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떤 기회든 그 순간에는 모르지만 정말 연주자로서 나를 성장시켜주거든요. 처음부터 타고나서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가 그렇지 않잖아요. 저도 못하는 사람이었지만, 다가온 기회를 마주했을 때 시간이 주어지는 한 거절하지 않았어요. 이리저리 치이고 나니까 지금의 제가 될 수 있었어. 솔직하게 음악 세계에선 잘 나가면 프로라고 말해요. 연주를 잘하면 고졸이든 중졸이든 다 프로라고 해요. 그러니까 그 기회가 자신에게 성큼 다가온 순간엔 죽을 만큼 힘을 다해서 노력하면 좋겠어요..


이제는 음악 작곡과 새로운 앨범 준비로 정신없이 바쁜 서익주 퍼커셔니스트. 그에게 음악은 자신의 고백에 의하면 '하나님이 주신 재능(Talent)'이었고 삶의 길이다. 앞으로도 그가 갈 길을 기대해보며 멋진 연주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서익주 퍼커셔니트의 솔로 연주(출처:퍼커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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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유영입니다. 당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담백하게 휴머니즘이 묻어있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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