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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xxun Feb 19. 2018

군산 관리도 백패킹

그 섬에 내가 있었네

SNS에 올라온 사진 한 장에 반해 찾아간 곳 군산 관리도.

관리도 여행을 가기 위해서 우선 군상 여객선 터미널에 전화를 해서 배 시간을 문의했다.

배 시간은 오전 9시 반과 오후 1시 반.

오전 시간에 맞추려면 새벽부터 출발해야 하니 오후 1시 반 배를 타기로 하고 집에서 출발했다.


9월 중순에 가까워지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해가 많이 뜨거웠다. 

조금만 걸어도 땀 이 날 것 같은 날씨 때문에 창밖으로 스치는 해수욕장으로 계속 시선이 갔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원래 목적지를 향해 힘껏 액셀을 밟았다.


오늘 비박할 장소는   2인용 텐트가 두 개 정도 들어갈 정도로 협소했다.

누가 자리를 선점했으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들기도 했고 , 

누군가 한 명쯤은 있어서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하기 전 마트에 들려서 이것저것 필요한 양식을  챙겨 넣었다.


군산항에는 국제 여객선 터미널과 국내 여객선 터미널이 따로 있다.

처음엔 국제선 쪽으로 갔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운항이 중지된 것으로 오해하고 당황하기도 했다.



1시 10분쯤 내가 타고 가야 할 배가 도착하고 안내하던 아저씨가 승선하라는 이야기를 했다.

꽤 빨리 도착했네 라며 아무 생각 없이 승선을 했는데 아차 내가 카메라가 들어있는 사코슈를 차에 놓고 온 게 아닌가. 등으로 식은땀이 흘렀다.


고생해서 왔는데 사진도 못 찍으면 정말 슬플 거 같았다. 

다행히 출발 시간이 조금 남아서 승무원? 아저씨께 양해를 구하고 잽싸게 가방을 가져왔다.


멀어지는 군산항 여객 터미널


평일이라서 배에는 나와 관리도 주민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3분뿐이었다.

오늘 관리도의 외지인은 나 혼자 일 것 같다.


출발했던 항구가 희미하게 사라지고 잠잠했던 바다가 점차 성을 내기 시작했다.

성난 바다를 뚫고 가기를 1시간 30분 지났을까 저 멀리서 군산 관리도가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냈다.


떠나가는 배



이제 나는 꼼짝없이 이 섬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


선착장에 주민 한 분께서 물고기를 손질하고 계셨다.

섬에 들어왔다는 느낌이 더욱 강해진다.





십여분을 선착장 안쪽으로 걸었더니 작은 마을 하나가 보인다.

마을 안은 여느 시골마을처럼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집들과 무심하게 놓여있는 리어카가 왠지 정겹다.



마을 전체 풍경


마을을 지나 언덕길에 올랐더니 마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낮시간이라 일하러 나갔는지 마을 주민들도 눈에 띄지가 않는다.

육지에서 너무 멀리 떠나온 탓일까? 갑자기 사람이 그리워진다. 이런 조용한 마을도 주말이면 백패킹 자리를 잡기 위해서 전쟁을 벌인다고 하니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마을 뒤로하고 다시 십여분 정도를 더 걸어 올라갔을 때쯤 전마 데크길이 나오고 목적지에 점점 가까워졌다는 게 느껴졌다. 발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드디어 도착했다!


파아란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서 서로를 감싸 안는다. 막상 도착해서 보니 멍하니 바다만 바라보게 된다.

지금 이곳에 존재하는 것은 바다와 하늘과 나뿐이다. 어떠한 고민과 걱정도 지금 이 순간은 중요하지가 않다.





전망데크에 텐트를 피칭하고 주변을 어슬렁 거린다. 급한 일도 없고 해야 될 일도 없다.

다시 오지 않을 지금 순간만 느끼면 된다.




태양이 검은 바다 뒤로 넘어가려고 하니 철썩 거리는 파도소리가 점점 더 거칠게 느껴진다. 혼자서 떠나 올 땐 기대와 설렘도 있지만 두려운 마음도 있다. 심심하거나 외롭지는 않을까? 위험하지는 않을까? 하지만 이렇게 나 혼자만 가질 수 있는 풍경을 건져내다보면 다시 그 즐거움이 나를 밖으로 이끌어 낸다.





긴긴밤이 지나가도 어제보다도 더 뜨거운 태양이 떠올랐다. 파도 소리 때문에 잠은 한숨도 못 잤다. 사진에서는 알 수 없는 현실이다. 이것 또한 좋은 경험이다 생각하고 자리를 정리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배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떠나기 전 아쉬운 마음에 근처 산책로를 다시 한번 돌아본다.

이번엔 혼자 오게 되었지만 좋은 사람들과 다시 오게 된다면 이곳을 좀 더 여유롭고 싶게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근처에 있는 산에서 비박을 했던 경험은 많았지만,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섬에 혼자와 보니

정말 색다른 느낌이다. 오늘 하루의 일탈이 계속 그리워질 것 같다.






LNT : Leave No t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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