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가서 국제거리로 향했다.
그래도 비는 내렸다.
조금만 내려서 그냥 맞으면서 다녔다.
2,200엔에 400g 소고기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많이 오가 시작했다. 소나기다.
가방 안에서 우산을 꺼내 썼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뒤집어지기 일쑤였다. 양손으로 우산 끝을 잡고 모노레일 역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우비를 쓰고 달렸다. 신호등이 켜지고 횡단보도를 건너자 비는 더 세차게 우리 가족을 덮쳤다.
나는 “달려”를 외쳤다.
마치 전쟁의 한 장면 같았다. 분대원들을 향해 “돌격 앞으로를 외친 것 같았다. 우리는 비바람에 조금이나마 덜 노출되기 위해 달렸다.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했고 모두들 안도의 한숨과 한 박 웃음을 지었다. 비바람을 맞고도 하하 호호 웃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이 또한 추억이라고 말해주었다.
백화점 화장실에서 재정비를 하고 일본의 이마트 격인 이온몰로 향했다. 내일부터 또 태풍이 온다고 하니 며칠 동안 먹을 장을 보고 비바람 때문에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택시비는 560엔이 나왔다. 딱 기본요금이다. 다 같이 모노레일을 타고 오는 가격보다 적게 나왔다. 택시를 가끔 타다 보면 미터기가 올라가는 게 은근히 거슬린다. 이렇게 기본요금만 나오면 왠지 이득을 본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다.
비는 쫄딱 맞았지만 즐거웠고, 기본요금만 나온 택시비 덕분에 행복했다.
내일부터 이틀정도 집에만 있어야 한다. 지나갔다고 생각한 태풍이 놓고 간 게 있는지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면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 된다.
나가도 못 나가도 그저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