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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텀 Aug 06. 2023

후야(HUYA) 2

CEO 교체

로지텍이 CEO와의 결별을 발표한지 한 달이 겨우 지난 오늘 중국의 스트리밍 플랫폼 기업인 후야가 CEO의 사임을 발표했습니다. 로지텍의 경우 CEO와의 '결별'이라고 표현했지만 후야의 경우 CEO '교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이 변화가 실제로 CEO 본인의 의지와는 크게 상관없는 대주주의 의지가 반영된 경영진 교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후야가 오늘 발표한 변화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CEO 롱지에 동이 '개인적인 사유'로 CEO의 자리에서 내려올 것을 발표했습니다. 이 자리는 준홍 황과 애슐리 신 우가 공동 CEO 자리로 임시 대체할 것을 임원진이 승인했습니다. 이 공동 CEO 자리는 영구적인 결정이 아니며 차기 CEO를 물색할 것을 밝혔습니다. 또한 이 발표에서 후야는 3년 청사진을 그리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앞으로 게임 배급, 인 게임 아이템 판매, 게임 광고 등을 통한 게이밍 매출을 확장하는 한편, 콘텐츠 제작자의 급여 체계를 최적화하여 비용과 매출의 균형을 맞출 것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영업과 재무 지표에 단기적으로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 역시 밝혔습니다.


텐센트와 후야


텐센트는 2023년 3월 31일 기준으로 후야의 지분을 70.3% 보유하고 있습니다. 후야는 2020년 4월에 텐센트 산하의 투자업체를 통해 기존 대주주였던 JOYY에게 약 2억 6천만 달러를 지급하여 후야의 지분을 매수하여 텐센트의 자회사가 됐습니다. 이후 텐센트는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 기업인 도유와의 합병을 추진하였으나 중국 정부의 압력으로 이 계획은 무산됐습니다. 스트리밍 플랫폼 1,2위 기업인 후야와 도유의 합병을 통해 시장을 독점하고자하는 계획은 망가졌으나 텐센트는 이후에도 후야에 지속적으로 직접적인 입김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기존 CEO 롱지에 동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 두 명 중 하나인 준홍 황은 텐센트에서 오랫동안 몸을 담고있던 인물입니다. 2007년부터 텐센트와 함께해 온 준홍 황은 텐센트 클라우드의 부회장으로써 QQ, 텐센트 닥스, 텐센트 클라우드 등의 개발과 관리에 참여했습니다. 후야의 핵심 경영진 혹은 임원진이 텐센트에서 오랜 기간 일한 인물로 바뀐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올해만 해도 2023년 4월 11일에 기존 임원진 중 한명을 2003년 부터 텐센트에서 근무한 칭화 시에로 교체하였고, 2023년 5월 24일에는 동일하게 2003년부터 텐센트에서 근무하던 송타오 린이 또 다른 임원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이번 CEO 자리의 변화를 '교체'라고 부른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텐센트는 주도적으로 후야의 경영진과 임원진들을 텐센트 소속 고위 인사들로 변경해왔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부정적일수도, 긍정적일수도 있습니다. 텐센트라는 성공적인 기업의 성장을 함께한 인물들이 후야에 합류하는 것은 텐센트가 그만큼 후야의 성공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증명일수도 있지만, 다르게보면 빠르게 성장해야할 소규모 기업이 관료화될 수 있는 위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후야에 대한 투자에 있어서 텐센트가 후야의 성공에 진심인지 아닌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투자는 전형적인 담배꽁초 투자로 주식이 자산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기업을 매수하여, 자산가치에 도달하면 매도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후야의 큰 성공이 필요하다기보다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이 기업이 현금유출을 줄이고 기업의 가치가 자산가치 수준은 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텐센트가 명백하게 후야를 관리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판단합니다. 텐센트와 같은 대기업이 후야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자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기업의 성공은 아니더라도 실패에 대한 보험 정도로는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후야에 대한 투자가 '후야가 완전한 실패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이루어지는만큼, 이 변화는 로지텍과 브래큰 대럴과의 결별과는 그 궤를 달리합니다.


사업 모델의 변화


재미있는 점은 공동 CEO가 확정적이지 않으며 차기 CEO를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점에서 '3년 청사진'을 밝혔다는 점입니다. 기업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CEO가 미정임에도 앞으로 3년 동안의 기업에 방향성을 밝혔다는 것은 사실 모순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이야기가 성립하는 이유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후야의 방향성은 CEO가 아닌 텐센트가 정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CEO도 획기적인 인물보다는 텐센트가 원하는 방향으로 기업을 이끌어갈 인물이 될 것입니다.


텐센트에 대한 이야기는 뒤로 하고 다시 사업 모델의 변화로 돌아오면, 후야는 기업 운영의 방향성을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변화시킬 것을 밝혔습니다. 콘텐츠 제작자와의 비용 조절은 긍정적입니다. 후야는 현재 매출의 대부분을 원가로 소비합니다. 2020년엔 80%였던 원가 비중이 2021년엔 86%, 가장 최근인 2022년에는 무려 93%로 증가했습니다. 사실 이건 말도 안되는 수준의 원가입니다. 기본적으로 물건을 만들어 파는 기업이 아닌 스트리밍 플랫폼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총 매출 마진이 겨우 7%라는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이야기이며, 후야의 주가가 현재 수준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원가의 대부분은 '매출공유 및 콘텐츠 비용'인데, 이 비용은 전적으로 콘텐츠 제작들에게 지불하는 비용입니다. 이번 발표에서 밝힌 콘텐츠 제작자와의 비용 체계 조절이 어떤 수준으로 이루어질지는 모르지만 만일 현재의 말도 안되는 수준의 마진을 조금이라도 상식적인 수준으로 만들 수 있다면, 분명히 유의미한 사업의 개선이 될 것입니다.


두 번째 방향성인 게임 관련 매출 증대는 고개를 끄덕이기는 어렵습니다. 이 사업은 후야의 기존 사업과 관련은 있지만 같은 방향성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세계 최대 게임 기업인 텐센트가 후야의 모기업이며, 이 결정을 전적으로 텐센트가 원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방향성을 선택함으로써 최소한 텐센트가, 가능하다면 후야 역시 이득을 볼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보입니다. 사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후야가 다른 방향으로 매출을 발생시켜 기업으로써 성공하는가는 투자 아이디어에서 그렇게 중요한 부분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부분은 약간의 혼란을 야기하는데, 사업 모델의 변화는 곧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후야의 자산가치를 바탕으로 담배꽁초 투자를 진행하는 입장에서 비용의 증가는 단기적으로 자산가치의 하락을 의미합니다. 투자 근거를 훼손할 수 있는 방향성입니다.


후야가 발표한 사업 모델의 변화는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공존합니다. 후야는 변동성이 심해지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이며 소형주인데다가 정부의 규제도 받는 기업입니다. 이에 더해서 CEO가 사임했으며 사업 모델까지 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만일 다른 기업들에 대한 투자처럼 미래에 대한 기대를 통해 투자를 하고 있었다면 아마도 이러한 리스크 요소들을 감내하지 않고자 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변동성들이 결국 자산가치보다 낮은 주가를 만들었고, 이 사실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후야는 자산 대비 41%, 자본 대비 48%, 현금 대비 53%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곧 다가오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후야가 말하는 방향성이 자산 가치 하락과 상승 중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Disclaimer: 이 글은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며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8/1/2023

Value Investor's Sanc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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