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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텀 Sep 03. 2023

엔비디아와 투자에 대한 생각

올해 주식 시장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엔비디아가 2023년 1분기에 이어 2분기에 또 다시 압도적인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엔비디아는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2분기 예상치를 매우 높게 예상하며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었습니다. 당시 엔비디아라는 거대 기업의 주가가 몇 십 프로 단위로 움직일 정도로 상상을 뛰어넘는 가이던스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분기에 엔비디아는 이런 예상치를 단순히 달성한 것을 넘어서 가볍게 뛰어넘는 실적을 보여줬습니다. 약 $11.2B로 예상됐던 매출의 실제 수치는 $13.5B로 무려 20% 이상의 수치였으며 이익 역시 주당 $2.7으로 예상치인 주당 $2.09를 약 30% 초과 달성했습니다. 1분기에 이어서 또 다시 시장을 크게 놀라게하는 성과입니다. 이로 인해 주가는 애프터마켓에서 약 7% 가량 상승하며 오늘 주가가 또 다시 두 자릿수 단위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올해에만 238% 상승했습니다. 엔비디아 투자자들에게는 아름다운 한 해입니다.


슬프게도 저 역시 올해 초 엔비디아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즐거움을 함께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이전에도 밝혔듯이 엔비디아를 올해 1분기에 $260에 전량 매도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꼭 슬퍼할 일만은 아닙니다. 엔비디아의 주가가 상당히 강하게 하방 압력을 받고있던 2022년에 정해둔 매수가 아래에서 지속적으로 매수를 하고 있었고 평균 매수가는 약 $145 정도였습니다. 1년 정도의 투자기간으로 약 78%으로 수익을 올렸으니, 사실 이것보다 큰 성공이 앞으로 얼마나 자주 있을까 싶을 정도의 성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게 되는 이유는 엔비디아가 그 이후로도 주가가 끝 없이 올라 현재 $500 수준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도가에서 약간 더 오른 정도가 아니라 매도가에서도 약 2배 가량 올랐으며 현재까지 보유했다면 약 245%의 수익률이였을 것이라는 점이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경지에 오른 현인처럼 "나는 내가 정해두었던 가격에 충분한 수익을 올리고 매도를 했으니 그 이후는 상관없다"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저 역시 수 많은 작은 투자자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단순히 아쉬움만을 가지고 이 이야기를 마치기에는 엔비디아와 투자에 대한 주제는 너무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입니다.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 하나만으로도 수 많은 질문을 하게 됩니다. $260이라는 매도가를 설정했던 주식이 현재 $500에 거래되고 있다면, 제 투자 기준은 도대체 얼마나 어긋나 있던 걸까요? 반대로 이렇게 단기간에 주가가 저점에서 거의 5배 가까이 오를만한 가치의 기업이였다면 당장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작년 10월에 엔비디아는 왜 $108에 거래되고 있었을까요? 더 많은 투자자들이 참여할수록 시장은 더 효율적으로 변하고 시가총액이 큰 기업일수록 주가와 가치의 괴리가 크게 생기지 않는다고 보통 말하는데, 시가총액 1조 달러 규모의 엔비디아는 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요?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저의 부족함이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을 겸손함을 가장한 단순함으로 끊어버리는 것이 투자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위 질문들에 대해서 우리는 투자자로써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대답은 투자자들이 서로 다른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엔비디아의 현재 주가는 내재 가치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간다면 정당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이는 단순히 저의 밸류에이션의 부족함을 넘어서 대부분의 가치투자자들 역시 공감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투자 대가들의 포트폴리오를 13F 기준으로 매 분기 업데이트하는 DATAROMA는 총 75명의 투자 대가들의 포트폴리오를 정리하여 제공하는데, 이 중 엔비디아가 보유 종목 상위 10위권에 있는 포트폴리오는 단 4개에 불과합니다. 만일 명백하게 엔비디아의 내재 가치가 현재의 수준이였다면, 겨우 1년 전에 이보다 훨씬 낮은 가치에 거래되었던 엔비디아는 적어도 4개보다는 많은 투자 대가의 포트폴리오에 포함돼있어야 할 것입니다. 단순히 75명의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엔비디아의 내재 가치에 대한 정당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비약일 수 있다는 것은 정당한 지적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엔비디아와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여줬던 메타의 경우 16개의 포트폴리오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취향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투자 대가들이 엔비디아를 바라보는 전반적인 관점에 대해 단편적으로나마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투자 대가들은 공개적으로 내재가치를 논하는 것을 꺼리지만 아즈워스 다모다란 교수는 최근 본인의 유튜브와 여러 인터뷰에서 엔비디아의 현재 주가는 시장 전체를 엔비디아가 혼자 독점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평범한' 시나리오에서는 엔비디아의 주가는 $245 정도일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다모다란 교수는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내재 가치를 계산했을 때 각각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구체적으로 계산했는데, 현재 주가는 긍정적인 시나리오의 극단에 있다고 가정했을 때도 겨우 논해볼 여지가 있는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모다란 교수의 가치 평가가 절대적인 기준은 전혀 아니지만, 이러한 계산 과정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주는 덕분에 내재가치를 투자의 중심으로 두는 가치투자자의 눈에 현재 엔비디아는 어떻게 보이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만일 내재가치를 바탕으로 현재 주가를 정당화할 수 없다면 엔비디아의 주가는 어떻게 이렇게 폭발적으로 상승했고, 또 상승하고 있을까요? 대부분의 가치투자자들의 내재가치 평가 방식이 고루한 기법이며 엔비디아와 같은 성장주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흔한 비판을 이야기할수도 있겠지만, 내재가치를 바탕으로 한 투자와는 다른 투자를 하는 투자자들이 현재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는 가정 역시 관심을 가져볼만 합니다. 실제로 가치투자라는 방식 자체가 그다지 인기가 없는 방식인 것이 사실입니다. 제 전문 분야는 아니지만 아마 많은 모멘텀 바탕 투자자들은 엔비디아와 같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주식에 내재가치와는 별개로 투자를 할 것입니다. 또한 최근 많은 투자자들이 사랑하는 '혁신'의 대표적인 기업이자 또 많은 투자자들이 사랑하는 '우량주'라는 기준까지 충족한다는 점에서 투자를 집행하는 투자자 역시 많을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서로 다른 게임을 하고 있지만, 현재 엔비디아라는 주식에 대해 대부분의 투자자들의 게임은 '매수'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다시 '우리는 서로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와 같은 듣기 좋은 결론을 내려는 것은 아닙니다. 엔비디아를 보면서 제 투자에서 무엇을 보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모다란 교수의 이야기로 잠시 돌아가면, 그는 엔비디아의 주가가 $245가 적정한 수준이라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유한 주식의 절반만을 팔았으며 나머지 절반은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적정 주가가 $245라고 이야기해놓고 그보다 주가가 두 배에 가까운 시점에 절반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논리에 매우 어긋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다모다란 교수가 이 부분을 깔끔하게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순수주의자가 아닌 현실주의자에 가까우며 내재가치와는 상관없이 엔비디아라는 기업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나머지 절반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결과론적으로 그의 비논리적 결정은 꽤나 큰 수익으로 돌아왔습니다.


다모다란 교수의 '현실주의적' 매도 방식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260에 전량 매도를 한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 이후의 방향성과는 별개로, 어떤 한 주식에 대해서만 예외를 두는 것은 다른 주식들에 대한 투자 역시 흔들리게 하며, 그런 일은 최대한 피하고자 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할 주식 선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기본적으로 '훌륭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기업들에 투자하는만큼 단순히 가치만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끊어내는 것이 합리적인가에 대한 질문을 또 다시 하게됩니다. 이런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이 엔비디아의 주가가 현재 기염을 토하며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인지에 대한 질문 역시 하게됩니다. 전형적인 결과론적 생각은 아닐까 하는 걱정입니다. 아마 엔비디아의 주가가 매도 이후 하락했거나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면 이런 생각 자체를 할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편견이 작용할 수 있다는 부분도 고려해볼만한 부분입니다.


결국 남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아쉬움과 이후 방향성에 대한 수 많은 질문들입니다. 엔비디아가 또 다시 시장을 놀라게 했으니 앞으로 변동성이 꽤나 심한 장세가 지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장에서 눈을 떼고 투자 공부에 집중하며 이 흥미로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8/23/2023

Value Investor's Sanc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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