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태평양을 접하고 있는 캐나다 대륙 서안의 도시입니다. 인구 270만명 정도가 살고 있는, 서울의 구 몇개 정도에 해당하는 그런 도시입니다. 저는 그 밴쿠버 중에서도 웨스트 밴쿠버라는 곳에 살고 있습니다. 밴쿠버의 여러 도시들 중에서도 부동산 값이 제일 비싸고 부자들이 많이 사는 동네입니다. 다른 지역에 가서 웨스트 밴쿠버에 산다고 하면 사람들이 그냥 부자인줄 알고 다시 한번 얼굴을 더 봅니다. 존경어린 눈으로.
그렇다고 저는 부자는 아닙니다. 가진 것도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기생충처럼 부자동네에 어찌 끼어들어 사는 재주를 하나 부렸습니다. 밴쿠버가 자연이 좋기로 캐나다 내에서는 그렇게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아웃도어 액티비티의 메카, 아웃도어 캐피탈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그런 밴쿠버가 데이터 상으로는 캐나다의 도시 중에 파크(park)의 비율이 낮은 편에 속하는 도시라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제가 사는 웨스트 밴쿠버에서는 주변이 공원이 부족하다는 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웨스트밴쿠버는 남쪽으로는 바다를 접하고 있고, 북쪽은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말 그대로 천혜의 배산임수 지형입니다. 뒷산에는 스키장도 있고, 스키장 주변으로 산속에 수많은 트레일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산에는 고지대에서만 볼 수 있는 야생블루베리도 여름내 등산을 하면서 따먹을 수 있을 정도로 첩첩산중 높은 산들입니다. 그리고 바닷가에는 너댓개의 공원이 줄줄이 이어져 있고, 해변과 산 중간, 동네 안에도 여기저기 크고작은 공원들이 많이 있습니다. 공원비율이 적은 도시라는 것이 실감이 가지 않는 환경입니다.
집에서 나와 바닷가로 가는 길에는 꼬끼탁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꼬끼탁은 왼쪽으로는 스탠리 파크에서부터 UBC가 있는 밴쿠버 서안까지를 하루종일 지켜보는 재미로 삽니다.
5월 중순의 늦은 오후 태평양 너머 한국으로 기울어가는 태양빛이 강렬합니다. 멋있습니다.
스탠리 파크에도 해안가를 따라 씨월(Seawall) 산책로가 있습니다. 거기는 밴쿠버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찾는 유명 관광지고, 웨스트 밴쿠버 쪽의 씨웍(Seawalk)은 웨스트 밴쿠버 동네 사람들의 전용 산책로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웨스트 밴쿠버쪽의 씨웍을 더 좋아합니다. 이 좋은 산책로를 집앞에 두고 살고 있는 것은 인생 행운입니다.
앰블사이드 파크에 있는 피어(pier)에서는 낚시도 할 수 있고 게잡이도 할 수 있습니다. 도심 피어에서 가자미와 큰 게를 잡아올릴 때의 짜릿함은 한번 맛보면 평생 잊지못할 추억이 됩니다.
해안 산책로를 걷다보면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물개는 거의 매일 볼 수 있습니다. 씨오터(sea otter: 바다 수달) 가족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고래도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일이 있습니다.
*꼬끼탁? 꼬끼탁에 대한 이야기(꽁트)는 제 블로그에 올린 “꼬끼탁의 전설”이라는 이야기를 보시면 뭔 쉰소리인지 알 수 있습니다. 재미로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