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런 사람이라...
연애상담을 하며 당황스러운 건 처음엔 "바닐라 로맨스님! 저는 왜 연애가 어려울까요!?"라며 애절한 눈빛으로 답을 구하다가도 내가 입을 열어 문제점을 지적하면 10초쯤 듣다가 얼굴을 구기고 1분을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 거리다가 3분을 들으면 인상을 쓰며 자신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항변한다.
변명하기 전에 생각해보자.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당신의 연애가 안 되겠는가?
연애를 못하는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 전에 꼭 이렇게 말한다.
"제가 좀 소심해요..."
"제 성격이 좀 다혈질이어서..."
"낯을 좀 가리는 편이에요."
며칠 전 한 지인(K양)이 내게 물었다.
"오빠, 난 왜 남자들하고 친하게 잘 지내는데 그 이상 발전이 없을까?"
분명 k양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대화 도중 어깨에 살짝 터치만 해도 불쾌해할 정도로 스킨십에 민감한 탓에 훈남들이 그녀에게 다가와 묘한 썸의 단내를 풍기다가도 그녀의 반응을 보고 깜짝 놀라 도망가 버리곤 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가벼운 스킨십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일러줬지만 그녀의 대답은 이랬다.
"내가 소심해서 그런 건 잘 못해..."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가...?
소심한 성격으로 이성을 유혹하고 다혈질적인 성격으로 닦달을 해도 이별통보를 받지 않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걸까? 그런 방법 따윈 없다. 누가 소심하고 다혈질적이고 낯을 가리는 사람을 좋아하고 이해하나?
당신이 어떤 성격이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다. 아니 상관없다. 당신이 연애를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당신의 성격이 어떤지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어떤 성격을 좋아하는 지다.
당신의 성격이 연애를 하는데에 있어서 부적합하다면 당신이 바뀌어야 하는 거다.
이와 비슷한 어처구니없는 변명으로는 "저도 알고 보면..."이 있다.
이상하게 남자들이 자신을 부담스러워한다는 J양에게 말의 속도가 빠르고 목소리의 톤과 억양이 듣기에는 좋으나 사무적으로 보여서 남자들이 비즈니스 파트너나 동료로는 좋아하겠지만 연인으로 느끼기는 어렵겠다고 조언을 해줬더니 J양은 미간을 구겨진 쿠킹포일처럼 구기며 말했다.
"아... 진짜 남자들은 왜 그러지? 나도 알고 보면 진짜 허당인데..."
알고 보면이라... 혹시 당신도 J양처럼 "나도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인데..."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빨리 정신 차리고 머릿속에 이런 생각을 해보자.
"왜 생판 모르는 사람이 당신에 대해 알아야 할까?"
또 이런 생각을 해보자.
"당신은 주변 사람들의 숨겨진 매력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당신이 주변 지인에게 어떤 숨겨진 매력이 있는지 찾아내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는 것처럼 다른 사람도 당신의 숨겨진 매력 따윈 관심 없다. 당신이 그러하듯 다른 사람들도 지금 눈에 보이는 당장 느껴지는 느낌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혹시 당신에게 숨겨진 매력이 있는가? 그렇다면 누가 알아주길 바라지 말고 적극적으로 어필해라!
J양이라면 "남자한테 데이트 신청은 어떻게 하는 거예요?" 따위의 질문을 하며 허당끼를 보여라. 당신이 알고 보면 재미있는 사람이라면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당신의 끼를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해라.
어린 왕자는 말했다.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하지만 슬프게도 당신도 나도 다른 사람들도 모두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다.
당신이 상대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고 싶다면
당신이 얼마나 그리고 왜 소중한지 상대에게 보여줘라.
많은 사람들을 만나 상담을 진행하며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바로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요...?"다. 그들은 말한다. 왜 나만 그렇게 까지 해야 하냐고,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해줄 수는 없는 거냐고, 내 모습 그대로를 좋아해줄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말이다.
나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에겐 최대한 심기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해준다.
"그럼 XX 씨는 상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대로 좋아해줄 수 있나요?"
상대를 있는 그대로 좋아해 주는 것을
건너편에 있는 후추통 집어주는 것처럼 간단히 여기지 마라.
어떤 사람이든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해준 다는 것은 가족조차도 힘든 일이다.
그렇다고 당신에게 평생 연극을 하며 살아가라는 건 아니다.
다만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싶다면,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나의 있는 그대로를 좋아해줄 수는 없을까?"
라며 구시렁 거리지 말고
어떻게 하면 상대에게 좀 더 멋진고 예쁜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고민을 하라는 거다.
생각해봐라.
가만히 앉아 사랑해주기만을 기다리는 사람과 당신에게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당신은 누구를 더 사랑할 것인가? 당신도 그렇게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