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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Dec 27. 2016

연락 문제 때문에 헤어지고 싶다는 여자

연락을 안 하는 걸 보니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걸 거야!?

하루에 밀려드는 수십 통의 사연들을 읽고 있으면 주로 미안한 감정이 든다. 내가 그녀의 남자 친구도 아니지만 그저 같은 남자로서의 미안함이랄까? 밀리는 사연이 너무 많아 전부 답장을 할 수는 없지만 같은 남자로서 너무 미안한 사연들에는 짧게나마 답변을 해주려고 노력을 한다. 


그러다 가끔씩 오늘의 사연 같은 남자로서 그리고 연애를 이야기하는 사람으로서 답답함 3컵에 불쾌함 2컵 짜증 한 스푼 정도를 믹스한듯한 기분을 들게 하는 사연이 있다. 주로 이러한 사연들의 특징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자기의 입장을 이야기하며 상대를 비난하는 데에 온 힘을 쏟는다. 끝까지 읽기도 거북하지만 막장 드라마를 보는 맛과 비슷하게 인상을 구겨가면서라도 끝까지 읽게 된다. 그래 연락 문제 중요하다.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연락을 안 하는 걸 보니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걸 거야!?

며칠 전 5주년이 된 장수커플입니다. 이렇게 바로님께 사연을 보내는 건 남자 친구의 연락 문제 때문입니다. 사귀기 전에는 분명 연락을 잘했었는데, 연애초부터 연락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모습에 많이 싸우기도 하고, 매일 헤어지자고 했지만 남자 친구가 잡아줘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네요. 한 번은 제 마음을 똑같이 느껴보게 하려는 생각에 일부러 하루 종일 연락도 안 해보고 그랬는데 남자 친구는 아무렇지 않아하더라고요... 그때 느꼈어요. 난 항상 오빠 생각하는데 오빠는 그게 아닌가 보다... 하는 부정적인 생각도 들더라고요...  


연락이 별로 없는 것은 분명 환영할만한 일은 아니다. 실제로 많은 경우 연락이 줄어드는 것과 함께 권태기가 오는 케이스도 많으니 분명 여자 입장에서는 예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연락을 꼭 사랑의 척도로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B양은 사연에서 자신을 연락에 민감하고 외로움을 잘 탄다고 묘사하고 있는데, 남자 친구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닐까? B양은 "제가 연락에 민감한 걸 안다면 연락 좀 자주 해줄 수 있는 것 아닐까?"라고 말하지만 남자 친구가 "나는 원래 연락에 신경을 잘 안 쓰는 스타일인데 좀 이해해줄 수 없을까?"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서로의 의견이 대립하는 상황이라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B양의 사연 안에서는 "남자 친구가 연락을 안 해요! 왜 내가 연락 중요하다 하는데 안 해주죠!?"라는 뉘앙스밖에 없다는 게 참 당황스러울 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락을 자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B양은 애정이 식은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는데, 이 또한 너무 자기중심적인 해석이다. 상대방이 바쁠 수도 있고, 원래 연락을 잘 하지 않는 성격일 수도 있지 않은가? 이뿐이 아니다. 많은 남자들은 여자 친구에게 자주 무슨 연락을 해야 하는지를 모른다!


연락이라는 개념이 여자와는 다른 거다. 여자가 연락을 통해 정서적 교감을 원하는 것이라면 남자 친구는 연락을 어떤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거다. 여자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겠지만 이게 현실이다. 며칠 전 친구와 술을 마시다 녀석에게 물었다. "야, 근데 여자 친구한테 전화 안 해줘도 괜찮아? 너무 늦었는데?" 그 녀석의 말은 이랬다. "아까 너 만날 거라고 카톡 했는데?" 


그 녀석이 여자 친구를 사랑한다는 건 내가 보장한다. 다만 연락에 대해서 놀라울 정도로 건조한 개념을 갖고 있을 뿐이다. 이런 남자가 내가 보기엔 대한민국 남자 중 60% 이상이라고 확신한다. 물론 연락 줄어드는 것이 사랑이 줄어드는 과정일 수 도 있다. 이럴 땐 단순히 연락만 가지고 남자를 들들 볶기보다는 일단 지켜보며 전체적인 연애의 질을 따져 봐라 연락과 함께 연애의 질 또한 급격하게 떨어진다면 그건 B양이 말하는 대로 사랑이 식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연락만 줄어들고 다른 것에는 큰 변화가 없다면 그건 다른 이유가 있음이니, 단정적으로 애정이 식었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그 원인에 대해서 여러 방향으로 생각을 해도 록 하자.  



연락할 시간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요?

주변에서 사람들은 저보고 네가 아직 사회생활을 안 해봐서 연락에 더 민감한 거라고... 사회생활하면 핸드폰 손에 잘 쥘 수 없다고들 하는데... 저랑 데이트할 때에는 핸드폰 손에 잘만 쥐고 있네요... 화장실 갈 때 잠깐 볼 수도 있는 거고... 쉬지도 않고 일만 하는 건가요? 


B양아... B양이 오죽 민감하면 주변 지인들도 B양에게 민감하다고 말을 하겠는가? 물론 사회생활을 한다고 핸드폰을 전혀 만질 수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확실히 누군가에게 톡을 한다는 것은 확실히 눈치가 보이긴 하다. 납득이 안된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교수님이 B양을 지켜보고 있는데 여유롭게 카톡 할 수 있겠는가? B양의 남자 친구가 대리급도 아니고, 꼴랑 수습인데... 핸드폰? 참.... 이 부분은 B양의 지인 말처럼 B양이 사회생활을 전혀 안 해봤기에 모르는 거다. 


더욱이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듯이 남자는 여자에 비해 멀티태스킹에 취약하다. 하나에 집중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집중하면 몰입을 하기 때문에 업무 하다 중간중간이라는 게 좀 어려운 면이 있긴 하다. 더욱이 수습이면 뭐 말 다했지... 


사실 위의 말들은 다 필요 없는 말들이다. 그래. B양이 생각하는 것처럼 B양의 남자 친구가 연락을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B양의 행동처럼 "왜 연락 안 해줘!!! 화장실도 안가!?"라고 짜증을 내는 것이 맞을까? 반대로 생각해보자. 


B양이 남자 친구에게 마음이 떠서 연락이 줄어들었다고 치자 남자 친구가 그에 격분해서 왜 연락 안 하냐고 마음이 식었냐고 짜증을 내고 분노를 한다면 B양은 깜짝 놀라서 사랑에 활활 타오르며 연락에 신경을 쓸까? (그 자리에서 헤어지자는 말을 안 하면 다행이지...) 


정말 남자 친구가 사랑이 식었다면 그걸 되돌려야 하는 건 남자 친구의 몫이 아니라 B양의 몫인 거다. B양 입장에서는 짜증을 내고 화를 내고 싶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감정 폭발일 뿐이지 현명한 행동은 아니다. 뭔가 상대에게 원하는 게 있다면 상대가 그것을 나에게 해주고 싶도록 유혹을 해야 하는 것이지 분노를 터뜨린다고 될 일은 아니다.  



연락 문제를 못 고치는 남자 믿어도 될까요...?

정말 연락 문제만 빼면 정말 최고의 남자 친구이고 최고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람인데... 5년 동안 연락 문제를 못 고치네요... 이렇게 결혼을 했다가는 지금처럼 외롭고 비참하게 남자 친구를 기다리기만 할 것 같은데... 외롭다고 느끼지 않게 해주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요... 바로님 제가 너무 욕심을 부리고 이기적인 가요? 


누차 강조하지만 연락이 드물다는 건 확실히 좋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B양의 사연에 대해 남자 친구의 편을 드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일단 연락에 민감하고 툭하면 화내고 싸움을 걸고 밥먹듯이 헤어지자는 말을 했음에도 5년을 사귀었다는 건, B양의 남자 친구가 확실히 좋은 남자 친구라는 소리다. 그동안 정말 B양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 영겁의 세월을 견딜 남자는 없었을 거다. 


또한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B양 커플의 연애를 옆에서 지켜본 지인들이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B양아 네가 연락에 민감한 거야"라고 말이다. 5년을 만났다고 꼭 결혼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연락 문제 하나로 믿음에 대해 말을 하는 건 B양의 말처럼 너무 욕심을 부리고 이기적인 거다. 5년을 지내며 큰 사고 없이 B양의 옆을 지켜줬는데... 이것보다 더 큰 믿음의 증거가 어디 있단 말인가? 


B양은 B양의 남자 친구에 대해 "연락 문제만 빼면 정말 최고의 남자 친구이고 최고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람인데."라고 평가하고 있는데 이 말이 얼마나 배부른 소린지는 조만간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다른 남자를 만나보면 뼈저리게 느끼게 될 거다.  



B양에게

B양아, B양이 왜 연락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는지를 생각해보자. B양이 남자 친구를 사랑하는 것만큼 남자 친구가 B양을 사랑하는 것 같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 때문 아닌가? 그래, 남자 친구가 5년씩이나 그렇게 혼나면서 연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건 유감스러운 일이다. 

근데 우리 이렇게 생각해보자. B양은 남자 친구가 어떤 이유로 하루 걸러 하루씩 화를 내고 짜증내고 헤어지자고 하는데 5년 씩이나 남자 친구 옆에 있어줄 자신이 있나? 남자 친구의 드문 연락에 B양도 상처를 많이 받았겠지만 5년 동안 종일 욕만 먹고 헤어지자는 소리를 듣고 있는 남자 친구의 마음은 어떨까?

물론 B양이 연락에 민감한 스타일이고 연락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것도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면야, 이런 관계 당장에 끊어버리는 게 맞을 거다. 다만 남자 친구를 비난하지는 마라, B양이 5년 동안 속상했던 것에 몇 배는 더 스트레스받았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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