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일을 함께 이겨나가고 있다
장거리 커플이 다른 커플들보다 많은 트러블이 생길 수밖에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항상 붙어있어도 지지고 볶는 판에 멀리 떨어져 있으니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고 얼굴 보면 금방 풀릴 일도 큰일이 되어버리곤 한다. 결국 장거리 커플들이 힘이 든 건 서로의 잘못이 아니라 장거리 연애가 주는 어쩔 수 없는 고난들이다. 생각을 조금 바꿔보자. 어려운 일을 함께 이겨나가고 있다고 말이다. 그러면 장거리 커플이 느끼는 고난도 훈장처럼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 햇수로 4년째 연애 중인 남자입니다. 저희 커플은 2년 정도는 같은 동네에 있다가 제가 취업을 하면서 장거리 커플로 바뀌었는데요. 장거리 초반에는 돈 문제, 거리 문제, 시간문제로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2주에 한 번은 꼭 만나자는 약속을 지키며 서로 전화도 자주 하고, 문자도 자주 하고, 좀 여유가 있을 때는 영상통화도 하면서 별문제 없이 서로 더 애틋하게 사랑했습니다.
초반에는 여자 친구가 일 때문에 연락이 잘 안 되어도 다 이해해주고 저한테 자취생활 꿀팁 같은 자료도 찾아서 알려줬어요. 그렇게 항상 저를 이해해주고 사랑해주던 그녀가... 요즘은 많이 지쳤는지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라도 만났을 때는 별 문제없는데요~ 떨어져 있는 기간에는 연락이 조금이라도 안 되면 엄청 서운해하고, 2주에 한번 만나는 것도 왜 이렇게 만나기가 어렵냐며 서운한 티를 팍팍 내더라고요. 여자 친구가 저를 진짜 사랑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헤어지고 싶어서 일부러 그러는 건지 잘 모를 정도로요..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저도 힘이 들고 있는데요. 장거리 연애! 정말 행복하게 할 수는 없는 걸까요?
- 국방 FM 건빵과 별사탕 사랑, 그게 뭔데 사연 P군
P군의 여자 친구들에게 사연이 정말 많이 와요. 갑자기 장거리를 하게 됐는데 처음에는 남자 친구가 연락도 잘해주고 사진도 많이 보내주고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연락이 뜸해졌다. 혹시 마음이 식은 거냐 혹은 다른 여자가 생긴 거냐 등등의 고민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러면 저는 아직 확실하지 않은 것에 대해 추측을 자제하고 남자 친구가 자신의 생활에 집중하듯 본인도 자신의 생활에 집중해보라고 권해요. 친구들과의 약속이라던가, 새로운 취미라던가 말이죠.
P군 입장에서는 “예전에는 안 그러더니 요즘 왜 그러지...? 이제 내가 싫어져서 저러나?”하는 생각이 들 수 도 있겠지만 분명 어떤 변화가 있었을 거예요. P군이 예전보다 더 바빠졌다던지 아니면 예전에는 바빠도 여자 친구가 외로워할게 걱정돼서 해주던 연락이 줄었을 수도 있죠.
그게 아니라면 여자 친구에게 변화가 있었을 수도 있고요. 헤어지고 싶어서 일부러 그러지는 않겠지만 취업이나 이직을 준비하거나 아직 학생이라면 방학이 되어서 비어있는 시간이 갑자기 늘었을 수도 있고, 혹시 결혼 적령기라면 주변 지인들의 영향이 클 수도 있고요.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예전에는 그러지 않다가 갑자기 연락에 대해 서운해하고 짜증을 낸다면 그건 헤어지고 싶다는 쪽보다는 생각에 잠길 시간은 많아졌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저도 돌이켜보면 유독 여자 친구가 취업을 준비하거나 방학 때 서운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반대로 저도 제가 바쁠 때는 서울 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한가할 때에는 요난히 여자 친구가 나를 안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고요.
이런 말이 자칫 여자들이 한가해서 투정을 부리는 거다!라고 들릴 수도 있겠지만 여가시간을 활용하는 남녀의 차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남자들의 경우에는 여가시간이 생기면 지금 당장 가장 재미있을 것 같은 일에 몰두를 한다면 여자들의 경우에는 여가시간이 생기면 사랑하는 사람과 뭔가를 공유하길 원해요. 그래서 같은 상황이라면 남자보다 여자 쪽이 좀 더 외로움과 불안함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여자 친구에게 “자기야! 지금 자기가 투정을 부리는 건 지금 자기의 여가시간이 나와 비교해서 늘어났고 그걸 제대로 풀지 못해서야!”라고 말하면 안 되겠죠?
이왕이면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여자 친구가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연락을 자주 해주시고, 데이트를 할 때 여자 친구에게 여러 가지 취미생활을 권하면서 혹시 요즘 생각할 시간이 많아져서 더 불안한 건 아닌지 조심스럽게 물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최면 기법 중에 ‘산재’라는 것이 있어요. 사전적 의미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음이라는 뜻인데요. 쉽게 말해서 상대에게 각인시키고 싶은 이미지를 상대의 주변 여기저기에 배치를 하는 것이에요. 예를 들면 평소 대화를 할 때마다 현재 상황에 대한 긍정적인 의미를 줄 수 있는 단어와 문장들을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어요.
“남들은 장거리 연애하면 얼마 못 가서 헤어진다는데 우리는 정말 오래간다.” 라던가 “자주 함께할 수 없지만 이렇게 4년을 만나는 걸 보면 우린 진짜 천생연분이다” 혹은 믿음, 신뢰, 이해, 쉽지 않은, 대단한 등등의 단어들을 사용할 수 있겠죠? 이밖에도 같은 게임을 하거나 만났을 때 함께 서점에 가서 다음 만남 때까지 읽을 책을 서로에게 골라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