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오랫동안 지켜본 것은 그 사람의 포장지일 뿐이다
다이어트를 위해 당분간은 금주다!라고 선언하고 정확히 2시간 후 걸려 온 전화
"VR, 나와라 술 한잔 좀 하자!" ㅜ_ㅜ 정말 친구도 울 줄도 모르는 놈이다.
반바지에 티만 입고 동네 족발집으로 나가 연애상담을 시작했다.
이 친구는 나와 같이 재수생활을 함께한 친구로 뛰어서 3분 거리에 살아
시도 때도 없이 불러내 나를 살찌우는 인간이다...ㅜ_ㅜ
이 친구(이하 '친구남')의 여자 친구(이하 '친구녀')도 우리와 같이
재수생활을 했던 친구로서 이 둘은 서로를 알게 된 지 근 7년 만에 커플의 길로 들어섰다.
친구녀는 몰랐겠지만 이 커플은 100% 나의 작품이다....-_-;;;
각설하고 이제 사귄 지 100일을 갓 넘긴 이들이 요즘 들어 시끄럽다.
7년 동안 서로 알고 지냈으면서도 왜 이리 맞지 않는 것일까?
1. 1급 비밀연애
현재 이 둘의 연애는 1급 비밀이다. 워낙 둘 사이에 엮인 인연들이 많고 심지어 친구녀의 옛 남자 친구도 같이 재수생활을 했던 친구다. (난 내 자식은 절대 재수 안 시킨다... 하라는 수능 공부는 안 하고 연애 공부만 하기 때문에...)
이러다 보니 친구남과 친구녀의 연애 생활은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이런 비밀연애는 둘 사이에서 트러블이 일어났을 때 어디에 하소연할 수도 없게 만들었고 철저히 고립된 연애 생활을 하게 했다.
절대 비밀!!!
2. 서로에 대한 환상이 없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7년 동안 그저 친구로만 지내다 보니 서로 볼장다본 사이가 되어버렸다. 구남은 나와 나이트 죽순이들과의 추억들을 구성진 가락으로 친구녀에게 낄낄거리며 자랑했었고, 친구녀는 5년간 사귄 남자 친구와 여행 다녀온 이야기며, 기념일의 추억들을 나와 친구남에게 자랑했다. 이렇게 서로의 지난 과거의 일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상태에서 연애를 시작하다 보니 연애가 결코 쉽지 않다.
난 너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3. 서로에 대한 환상이 너무 많다?
오랜 기간 서로를 알고 지내다 보니 서로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남자 친구 여자 친구의 관계가 되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갖은 단점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친구 남녀의 경우 친구남은 조용하고 배려심 깊은 친구였지만 막상 사귀어보니 그렇게 우유부단하고 소심할 수가 없었고 친구녀는 활발하고 귀여웠는데 막상 사귀어보니 그렇게 바가지를 긁고 집착이 심할 수가 없다고 한다.
물론 모든 커플들 또한 사귀고 나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단점들을 발견하지만 오래 친구사이를 유지했던 커플의 경우에는 서로를 잘 안다는 생각이 깊기 때문에 사귀고 난 후 발견된 단점들에 대해 "속았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1. 비밀연애는 부패한다.
비밀연애 초반에는 남들 모르게 몰래 만난다는 일종의 길티 플레져(guilty pleasure)를 느낄 수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비밀연애는 조금씩 부패하기 시작한다.
사랑은 단둘이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주변 환경에서 영양분을 얻어 자란다. 당신의 사랑이 썩어가는 모습을 보기 싫다면. 비밀연애는 하지 말아라.
이쁜 연애를 하고 싶다면 공개해라!
2. 다른 남자나 여자도 다~ 똑같다!
오래된 친구에서 연인으로 넘어가면 서로의 치부에 대해 너무나 잘 알다 보니 싸움만 나면 지난 치부를 들춰내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다른 남자나 여자도 모두 비슷한 경험이 한 번씩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왕년에 나이트 좀 안 가본 남자가 몇이나 되며 과거 없는 여자는 어디 있겠는가?)
당신이 알고 있는 상대의 치부는 사실 대부분의 남자와 여자가 간직하고 있는 치부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차라리 속 시원하게 미리 알고 만났다는 것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3. 포장지와 똑같은 라면은 없다!
오래된 친구에서 연인으로 넘어온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친구일 땐 몰랐는데 ~하더라! 정말 속았어!"
우리가 흔히 먹는 라면의 포장지를 보면 세상에 그런 일품요리도 없다.
하지만 실상은 그냥 빨간 국물에 건더기 몇 개에 올라간 국수일뿐이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오랫동안 지켜본 것은 그 사람의 포장지일 뿐이다. 라면을 끓여보니 포장지와 전혀 다르다고 슈퍼로 달려가 따지는 사람이 없듯이 친구일 때와 다르다고 상대방에게 따져서는 안 된다.
라면 포장지에는 아주 조그마한 글씨로 '조리 예'라고 쓰여있다. 당신은 그냥 친구일 때 당신에게 보여준 상대방의 모습도 일종의 '조리 예'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