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낡은 거문고

#106

by 서하
거문고.jpg


나는 낡은 거문고

by 서하


긴 시간 어둠 속에 방치된 나는 낡은 거문고 하나.

내 안의

문현 유현 대현 괘상청 괘하청 무현

여섯 줄 명주실은 먼지에 묻혀 제 목소리를 잃어버렸네.


... ... ... 침 묵 ... ... ...


부드러운 의 소리도

움트는 의 선율도

웅장한 의 울림도

모두 침묵 속에 갇혀 있었네.


그런데 하필

이 낡고 버려진 나를

택하셨네.


당신의 술대가 조심스레 내 문현을 건드렸을 때,

오래 잠들었던 명주실이 떨며 처음으로

'뜬...!'

맑은 음을 토해냈네.


'뜬뚱댕~뚱댕~ 드르렁~'


나는 낡은 거문고

당신의 손에 든 술대로 이제

새로운 소리를 이어가네.



모티브: “ 그들은 배를 저어다 뭍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루카 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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