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들

대림 1주간 화요일에 루카복음 10,21-24을 묵상하며..

by 서하


철부지들


서하



누군가의 말끝이

날카롭게 스쳐 지나갈 때마다

나는 왜 마음을 거기에 두었을까.


흔들리던 이유는

그 사람이 세운 그림자 때문이 아니라

내가 중심을

그에게 내어주었기 때문이었구나.


지혜롭다는 이들은

자기 확신으로 단단하지만

나는 모른다, 자꾸 흔들린다.


흔들 흔들 넘어질까

버스 손잡이를 꽉 잡듯

땅에 발을 단단히 딛고

한번 더 꽈악 잡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손잡이를 잡고 있는 줄 알았는데

손잡이가 날 꽈악 잡고 있었네


많은 예언자와 임금들이

보려 했으나 보지 못한 것—

나는 지금, 여기서 본다.


성령 안에서 즐거워하는 철부지들

우리의 눈은 행복하다.


여 백

— 시가 남긴 자리


성령 안에서 즐거워하는 철부지들
우리의 눈은 행복하다.


성령 안에서


철부지들은 묻고

지혜로운 자들은 답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묻는 자들의 눈이 더 빛납니다.


왜일까요?

질문은 열림이고,

답은 종종 닫힘이 되기 때문일 겁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많은 예언자와 임금들이 보려 했으나 보지 못한 것”을

우리 눈이 지금 보고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철부지의 눈은 그래서 행복합니다.

다 알지 못해도 괜찮고,

완성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성령 안에서 즐거워한다는 것은

스스로 확신을 쌓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를 먼저 바라보고 계신

그분의 눈길 안에 자신을 맡기는 일입니다.


이 시는, 답을 쥔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묻는 이들의 자리에서

그 눈길을 더듬어 보려는 저의 작은 고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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