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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lopenspirits Apr 11. 2024

동의할만한 패션은 어떤 걸까?

휴직 99일 차

     최종선택에서 영자가 영수 선택 안 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는데, 나는솔로 19기 모태솔로 특집은 한 주를 더 기다려야 결과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영자의 패션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영수의 말에 동의하지 못하겠다. 누군가의 동의를 구해야 할 정도로 영자의 패션이 특이하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머리가 빨간 것이 눈에 띄긴 하지만 옷 자체는 그 나이대에 어울리는 편안한 복장인 것 같은데 말이다. 영수가 동의하는 패션은 검은 생머리에 긴치마에 하늘하늘한 블라우스를 매치한 패션일까?


     영자는 잘 나가는 네이버 웹툰작가이며 웹툰이 게임으로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녀의 추정 재산은 100억이라는 썰이 돌던데 그녀가 이룬 성공의 비결은 모두 핑크색 머리 덕분이라 생각한다. 영자의 웹툰은 본 적이 없지만, 평범하고 심심한 이야기는 절대 아닐 거라 예상할 수 있다. 사람들이 웹툰과 게임에 원하는 건 지극히 비현실적인 전개와 그래픽일 테니 말이다. 100억 어치의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평범할 리가 없다. 남들과 같아서는 그 바닥에서 성공할 수 없으니까. 비범한 개성은 눈에 띄는 머리색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상자 속에 들어있는 물건을 맞추는 게임에서 희망이라고 쓴 답에서 유추할 수도 있다. 영수가 좋아한다는 영자의 독특함, 일에 대한 열정, 아무나 될 수 없는 네이버 웹툰 작가라는 직업은 모두 보통 사람들은 쉽게 동의하지 못하는 영자의 모습에서 나왔다. 영자가 영수가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여자들처럼, 영수가 동의할 만 패션 즉, 슬랙스에 블라우스를 입고 목에는 회사 아이디카드를 메고 있었다면 영수가 반했다는 영자의 모습은 사라졌을 것 같다.


     영수가 영자와 진지한 관계를 원한다면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할 것이다. 패션에 대한 동의를 포기하거나, 영자의 개성을 포기하거나. 공리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영수는 다른 사람을, 영자도 다른 사람을 찾는 것이 이로울 것이다. 한 남자를 만족시키자고, 영자의 영혼은 물론 영자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저버리는 건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에 반하는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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