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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lopenspirits Apr 21. 2024

명상

휴직 110일 차

     필라테스 선생님의 권유로 명상을 시작했다. 근육을 이완시키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명상을 추천해 주셨다. 한때 운동하는 여자의 대부분이 요가나 필라테스, 둘 중 하나를 했을 정도로 대세였던 시절이 있었는데 나는 이 두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지루하고 정적인 운동이라고 생각했고, 근육을 늘리고 호흡에 집중하는 대신, 좀 더 하드코어 하거나 아웃도어 활동을 좋아했다. 헬스를 하거나 산이나 강으로 갔다. 숨이 끝까지 차오르거나, 무게가 올라가지 않으면 운동을 한 것 같지가 않았다.

 

     자연스레 근육에 순간적인 힘을 가하고, 그것을 추진력 삼아 에너지를 소모하는 버릇이 생겼다. 익숙한 근육을 익숙한 방법으로 사용하게 되었고 그 결과 근육의 불균형이 심해졌다. 겉으로 보이는 근육은 비대해졌고 순간 파워는 어디서도 지지 않을 정도가 되었으나, 근육을 늘리고 이완시키고 유연하게 하는 힘은 떨어졌다. 겉근육에만 의존해서 몸을 가동하다 보니, 연골과 인대를 감싸는 속근육은 힘을 쓰는 법을 잊게 되었다.


     필라테스는 근력과 유연성 증가를 함께 목표로 하는 운동이다. 유연하게 늘리고 접고 비틀기 위해서는 몸에 긴장을 풀어야 가능한데, 매번 목과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가만히 눈을 감고 편한 자세와 호흡으로 몸은 물론 생각을 쉬게 해 주는 명상을 매일 10분씩 하기 시작했다. 머릿속을 비우는 것이 명상의 목표인데 그 짧은 시간에도 수만 가지 생각이 든다. 빨래 개야 되는데, 저녁 먹지 말걸 같은 사소한 생각이 자꾸만 떠오른다. 아직은 셀프명상이 힘들어서 유튜브로 명상가이드를 틀어놓고 하고 있는데, 생각이 들 땐 호흡에만 집중해 흘려보내라고 조언해 줬다. 숨을 내쉬면서 잡생각을 내보낸다고 상상하면 쉬웠다. 아직까지 명상을 해서 몸에 힘이 빠지고 필라테스를 더 잘하게 되진 않았지만 필라테스 수업에서 호흡을 강조하는 이유와 명상을 하면 좋다고 했던 이유가 동일하다고 생각했다. 숨을 쉬면서 팔다리와 머릿속의 긴장을 풀어내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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