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스타트업의 함정: AI를 더해도..스케일은..

우리는 하드웨어 회사가 아니라 AI 회사입니다.

by 벤처다이제스트

바쁘신 분들을 위한 5초 요약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은 복사-붙여넣기로 확장하지만, 하드웨어는 그렇지 않다. AI 기술을 탑재한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이 소프트웨어의 성장 곡선을 기대하다 무너지고 있다. 제조 원가, 재고 리스크, 물류 복잡성, 품질 관리는 AI로도 해결되지 않는 물리적 한계다. 2026년 현재, 하드웨어 AI 스타트업의 80%가 시리즈 B를 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I를 얹으면 소프트웨어처럼 확장될까?

“우리는 하드웨어 회사가 아니라 AI 회사입니다.”

AI 스피커, 스마트 IoT 센서, 자율주행 로봇을 만드는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하드웨어는 '그저 AI를 담는 그릇’이고, 진짜 가치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에 있다는 논리다.

투자자들도 한때 이 논리를 받아들였다. 2019-2021년 하드웨어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급증했다. 테슬라가 자동차 회사에서 테크 기업으로 재평가받고, 애플이 하드웨어를 통해 생태계를 구축하는 모습을 보며 '하드웨어는 AI의 접점’이라는 믿음이 퍼졌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2026년 현재, 당시 주목받았던 하드웨어 AI 스타트업 중 70% 이상이 사라졌거나 구조조정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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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문제였을까?


유닛 이코노믹스의 착각

소프트웨어의 마법: 한계비용 제로

순수 SaaS 기업은 고객이 100명에서 1만 명으로 늘어나도 서버 비용만 약간 증가할 뿐, 제품을 ‘만드는’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다.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깝다.

첫 번째 고객에게 판매하는 가격과 1만 번째 고객에게 판매하는 가격이 같아도, 이익률은 점점 좋아진다.


하드웨어의 현실: 팔수록 돈이 나간다

하드웨어는 다르다. 제품을 하나 팔 때마다 부품을 사고, 조립하고, 배송해야 한다. 규모가 커질수록 단가는 내려가지만, 여전히 '실물 비용’이 붙는다.

한 스마트홈 AI 카메라 스타트업은 초기에 대당 제조 원가 15만 원, 판매가 30만 원으로 50% 마진을 기대했다. 하지만 물량이 늘자 문제가 터졌다.

부품 공급 지연으로 긴급 에어 운송 → 물류비 3배 증가

초기 불량률 5% → 교환/환불 비용 누적

재고 보관 창고 비용, 유통 채널 수수료

결국 실제 판매 한 대당 순이익은 3만 원에 불과했고, 마케팅 비용을 고려하면 적자였다.



확장 속도에 대한 오판

소프트웨어: 클릭 한 번으로 글로벌

Slack, Zoom 같은 소프트웨어는 미국에서 만들어 한국 고객에게 팔 때 추가 비용이 거의 없다. 언어만 번역하면 된다. 출시 6개월 만에 50개국 진출도 가능하다.

하드웨어: 국가마다 다른 인증과 물류

하드웨어는 국가별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한국의 KC 인증, 미국의 FCC, 유럽의 CE 마크. 각국의 전압, 주파수, 통신 규격도 다르다.

한 웨어러블 헬스케어 AI 기기 스타트업은 한국에서 성공 후 미국 진출을 시도했다가 1년을 허비했다. FDA 의료기기 승인 절차가 예상보다 길었고, 미국 전용 하드웨어 재설계에 5억 원이 추가로 들었다.

소프트웨어처럼 '빠른 글로벌 확장’은 불가능했다.



제조 파트너와의 협상력

소프트웨어: AWS에 돈 내면 끝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은 클라우드 서비스에 종속되지만, 선택지가 많다. AWS, GCP, Azure 중 선택할 수 있고, 가격도 비교적 투명하다.

하드웨어: 공장의 눈치를 봐야 한다

하드웨어는 제조 파트너(ODM/OEM)에 크게 의존한다. 문제는 스타트업의 물량은 대기업에 비해 '새 발의 피’라는 점이다.

한 AI 로봇 청소기 스타트업은 중국 선전의 공장과 계약했다. 초기 500대 생산 시 단가 20만 원을 약속받았지만, 실제로는 부품 가격 변동, 환율 변화를 이유로 25만 원을 요구받았다.

게다가 애플, 샤오미 같은 대형 고객 물량이 들어오면 스타트업 주문은 뒤로 밀렸다. 납기가 지연되자 크라우드펀딩 후원자들에게 환불 요청이 쏟아졌다.

협상력이 없으니 원가 통제가 불가능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결될 거라는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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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업데이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하드웨어는 플랫폼이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계속 가치를 올린다"는 전략은 테슬라처럼 거대한 생태계를 가진 기업만 가능하다.

스타트업이 만든 AI 스피커는 출시 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기능을 추가할 수 있지만, 하드웨어 자체의 한계(마이크 성능, 스피커 음질, 배터리 용량)는 바뀌지 않는다.

한 음성인식 AI 기기 스타트업은 "계속 학습하는 AI"를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초기 하드웨어 스펙이 낮아 음성 인식 정확도가 경쟁사 대비 떨어졌다. 소프트웨어로 극복하려 했지만, 사용자들은 그냥 아마존 에코를 샀다.


그럼에도 성공한 사례들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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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드웨어를 최소화하고 소프트웨어를 극대화

Oura Ring(건강 추적 반지)은 하드웨어는 단순하게 만들고, 대신 데이터 분석과 구독 모델에 집중했다. 반지 자체보다 월 구독료에서 수익을 만든다.

하드웨어는 '데이터 수집 도구’일 뿐, 진짜 가치는 AI 분석 리포트와 개인화 추천이다.

2. 니치 시장에서 높은 단가로 승부

Boston Dynamics는 대중 시장이 아닌 산업용 로봇에 집중한다. 로봇 한 대 가격이 수천만 원이지만, B2B 고객은 ROI가 명확하면 구매한다.

소비자 시장에서 저가 경쟁을 벌이는 대신, 고가 B2B 시장에서 프리미엄 포지셔닝으로 성공했다.

3. 제조를 직접 하지 않는다

Peloton(운동 기구 + AI 코칭)은 제조를 외주로 돌리고,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에 집중했다. 하드웨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확장 가능한 구독 모델로 수익을 만들었다.

제조 공장을 직접 갖는 것은 스타트업에게 자살 행위다.



투자자들이 이제 묻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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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를 정말 만들어야 하나요?”

많은 VC들이 하드웨어 AI 스타트업에게 이렇게 묻는다. 기존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만 얹어서 해결할 수 없나?

예를 들어 스마트팩토리 AI라면, 새 센서를 만들 필요 없이 기존 공장 설비에서 데이터를 받아 분석하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다.

“유닛 이코노믹스가 정말 맞나요?”

제조 원가, 물류, 마케팅, 고객 지원, 불량 처리 비용을 모두 포함해서 계산했을 때 이익이 나는가?

많은 창업가들이 '규모의 경제’를 과신한다. 물량이 10배 늘면 단가가 절반으로 떨어질 거라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20-30% 감소에 그친다.

“재고를 얼마나 쌓을 건가요?”

소프트웨어는 재고가 없지만, 하드웨어는 재고가 곧 현금이다. 판매 예측이 빗나가면 재고는 창고에서 돈을 잡아먹는 괴물이 된다.

재고 회전율, 예측 정확도, 재고 처리 전략이 없는 스타트업은 투자받기 어렵다.



창업가가 알아야 할 현실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의 10배 힘들다

자금도 10배, 시간도 10배, 리스크도 10배다. 같은 노력으로 순수 소프트웨어를 만들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정말 하드웨어가 필수적인가?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한다.

"AI"는 면죄부가 아니다

AI 기술이 들어가도 하드웨어의 물리적 한계는 그대로다. 오히려 AI 칩, 센서, 배터리 등 고급 부품이 필요해 원가가 올라간다.

"AI 기업이니 소프트웨어 밸류에이션을 달라"는 주장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글로벌을 꿈꾸지 마라

한 시장에서 먼저 증명하라.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한 제품이 미국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로컬 시장에서 PMF를 확실히 만들고, 제조-물류-CS 프로세스를 안정화한 뒤 확장을 고민하라.


결론: 하드웨어는 하드웨어다

AI를 더한다고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처럼 확장되지 않는다. 물리 법칙, 제조 현실, 공급망 복잡성은 알고리즘으로 최적화할 수 없다.

하드웨어 AI 스타트업이 성공하려면, 소프트웨어의 꿈이 아닌 하드웨어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느린 확장, 높은 초기 비용, 복잡한 운영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하드웨어를 해야 한다면, 이것만은 기억하라.

하드웨어는 ‘최소한으로’, 소프트웨어는 ‘최대한으로’. 수익은 '반복적인 것’에서, 성장은 '증명된 후’에.

스케일의 착시에서 벗어나 현실을 보는 창업가만이 하드웨어 AI의 어려운 길을 견딜 수 있다.


출처:

CB Insights - Hardware Startup Failure Analysis 2025

a16z - Why Hardware is Hard

The Information - IoT Startup Graveyard Report

TechCrunch - The Truth About Hardware Margins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 하드웨어 스타트업 실태조사

Harvard Business Review - Scaling Hardware Companies


작성: 에이바이플러스 유중원 대표

문의: connect@aby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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