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중소형 VC는 어려워지고 대형 VC로 집중
VC 펀드 클로징 기간이 2025년 평균 17.4개월로 증가하며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고, LP들의 투자심리 악화로 글로벌 VC 펀딩이 전년 대비 35% 급감해 6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핵심 원인은 높은 수수료 구조(2%+20%)와 낮은 실제 수익률(DPI 1.01배) 사이의 불균형이며, 출구전략 병목으로 LP들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면서 자본이 검증된 대형 VC로 집중되고 신규 및 중소형 펀드 결성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벤처캐피탈 업계가 유례없는 펀드레이징 한파를 겪고 있다. 2025년 데이터에 따르면 VC들이 펀드를 클로징하는 데 평균 17.4개월이 소요되고 있으며, 최상위 사분위조차 9.2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벤처캐피탈 호황기였던 2021년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2024년 미국 VC 펀드레이징은 761억 달러로 201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508개의 신규 펀드만이 결성되어 2014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2025년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어 전년 대비 35% 감소하며 최근 6년 내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전체 연도 기준으로는 650억 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지난 10년 중 최악의 펀드레이징 실적이 될 전망이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5년 국내 벤처펀드 결성금액은 14조 2,669억원으로 전년 대비 34.1% 증가했으나, 이는 정부 주도의 모태펀드 확대에 따른 것이며 민간 LP들의 투자심리는 여전히 냉각된 상태다.
LP들의 투자 철회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자리잡고 있다. 2022년 LP들의 VC 펀드 투자액은 2021년 대비 약 25% 감소했고, 2023년에는 전년 대비 40% 급감했다. 2024년에도 10% 추가 하락했으며, 2025년 1~3분기 기준 전 세계적으로 650억 달러 미만이 모금되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자본의 집중화 현상이다. 2024년과 2025년에 LP 투자액의 약 75%가 검증된 대형 및 중대형 VC에 집중되었다. 2024년 상위 30개 펀드가 전체 자본의 75%인 570억 달러를 유치했으며, 단 9개 펀드가 46%에 해당하는 350억 달러를 차지했다.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한 곳만으로도 전체의 약 10%를 모금했다.
신규 및 중소형 매니저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2024년 이머징 매니저들은 전체 자본의 20%인 150억 달러만을 245개 펀드에 걸쳐 조달했다. 과거 이머징 펀드 수가 기성 펀드를 초과하던 패턴이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2024~2025년 3~4분기 클로징 예정이었던 많은 신규 펀드들의 소프트 커미트먼트가 취소되거나 2026년으로 연기되면서, 상당수의 초기 펀드들이 무기한 지연되거나 조용히 청산되고 있다.
LP들의 투자 철회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VC 산업의 수수료 구조와 실제 수익률 사이의 불균형이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VC 수수료 구조는 연간 운용보수 2%와 성과보수 20%로, 낮은 허들레이트(hurdle rate)를 적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융서비스 산업 전반에서 수수료 압박이 심화되는 가운데, VC는 여전히 가장 비싼 자산군 중 하나로 남아있다.
반면 최근 수년간 VC 산업의 평균 성과는 다음과 같다:
평균 TVPI(Total Value to Paid-In): 약 2.0배
평균 DPI(Distributions to Paid-In): 약 1.01배
순 IRR: 약 15~17%
특히 DPI 1.01배라는 수치는 LP들이 실제로 회수한 현금이 투자원금과 거의 같은 수준임을 의미한다. 장기간의 자본 묶임, 유동성 리스크, 높은 수수료를 감안하면, 이러한 수익률은 더 낮은 리스크와 높은 유동성을 제공하는 공모펀드나 ETF(운용보수 1% 이하)와 비교해 매력적이지 않다.
LP들의 유동성 위기는 VC 생태계 전반을 마비시키고 있다. 2020년대 초반 불장(bull market)에서 VC들은 LP로부터 기록적인 자본을 조달했다. 그러나 IPO와 M&A 시장이 사실상 얼어붙으면서 출구가 막혔고, LP들은 예상했던 현금 회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2024년 VC 지원 기업들의 엑시트 가치는 1,492억 달러로 지난 2년보다 개선되었으나, 이 중 42%가 단 21건의 10억 달러 이상 대형 엑시트에서 나왔다. 전체 1,259건의 엑시트 중 90%가 시리즈 A, B 단계의 소규모 M&A였으며, 이는 성장이 둔화되거나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구조조정 성격이 강했다.
IPO 시장은 여전히 침체 상태다. 2024년 IPO로 인한 가치는 과거 2년보다 나아졌지만, 2019~2021년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 대형 VC 지원 기업들은 여전히 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기업가치 하락을 피하고자 상장을 미루고 있다. 대형 인수합병도 규제 장벽에 직면하면서 LP들에게 실질적인 수익을 돌려주는 대형 거래가 더욱 줄어들었다.
Carta의 2025년 2분기 데이터에 따르면, VC들은 LP 유동성 니즈를 인식하고 DPI 생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7년 빈티지 펀드의 85%가 DPI를 생성하기 시작했고, 2019년 빈티지는 53%가 LP에게 자본을 돌려주기 시작했다. 특히 2023년 빈티지의 경우 펀드 운용 6분기 만에 약 15%가 DPI를 생성하기 시작해 과거 어느 빈티지보다 빠른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21년 이전 펀드들의 드라이파우더(dry powder)가 거의 소진된 상황에서 신규 투자 여력은 제한적이다. 2020년 빈티지 펀드는 총 약정자본의 11%만 남아있으며, 2022년 빈티지는 33%, 2023년 빈티지는 42%를 보유하고 있다.
LP의 자금 경색은 스타트업 투자로 직결되고 있다. 2025년 국내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1,155건으로 전년 대비 33.2% 급감했다. 투자 금액은 6조 5,724억원으로 5.3% 감소에 그쳤지만, 이는 AI 분야 대형 딜에 자본이 집중된 결과다. 라운드당 평균 투자금액은 92.6억원으로 전년 대비 47.3% 급증했다.
글로벌 시장도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2024년 미국에서 약 15,260건의 딜이 체결되어 2,090억 달러 규모를 기록했으나, AI/ML 기업이 거래 건수의 29%, 거래 가치의 46%를 차지했다. 반면 전체 딜의 30%가 플랫 또는 다운 라운드였으며, 모든 단계에서 평균 및 중간 거래 가치가 2021년 정점 대비 계속 하락했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어려움은 더욱 심각하다. 2025년 국내 초기 단계 스타트업 투자는 749개사가 839건의 투자를 통해 1조 2,186억원을 유치했으나, 이는 2024년 대비 크게 감소한 수치다. 2025년 상반기 신규 투자 기업이 569개사에 그쳤다는 점은 막대한 자금이 신생 기업으로 흐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창업가 10명 중 6명은 2024년보다 2025년 투자 시장이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으며, 2025년 상반기 국내 스타트업 폐업 건수는 88건으로 집계되어 연말까지 2024년 연간 191건과 비슷하거나 상회할 전망이다.
현재의 자금 경색을 돌파하기 위해 VC들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운영비용 절감과 수수료 구조 재설계다.
중소형 VC의 경우 일반적으로 5,000만 달러 미만의 운용자산(AUM)을 관리하며, 중견 VC도 5억 달러 미만인 경우가 많다. 이는 연간 운용보수 수입이 100만~1,000만 달러 수준임을 의미한다. 펀드 운영, 사무실 비용, 법무, 컴플라이언스, 행정 비용을 제외하면 직원 인건비가 가장 큰 비용 항목이 된다. 결과적으로 파트너들은 성과보수에 크게 의존하게 되어 성과 압박이 가중된다.
흥미롭게도 첨단 기술에 투자하는 VC들이 자신들의 운영에는 기술 도입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제 운영 기술 도입은 VC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 요건이 되고 있다. 목표는 직원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소싱, 포트폴리오 지원, 전략적 의사결정 등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포트폴리오 관리 측면에서도 개선의 여지가 크다. 단 10%의 손실 감소만으로도 할인율에 따라 펀드 IRR을 약 2% 향상시킬 수 있다. 1억 달러 펀드의 경우 이는 약 200만 달러의 추가 가치를 의미하며, GP 성과보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VC 펀드 클로징이 느려진 것은 단순한 경기 순환의 문제가 아니라, VC 산업의 구조적 모순이 표면화된 것이다. 2021년 정점 이후 지속된 LP 커미트먼트 감소는 2025년 들어 더욱 심화되어 펀드레이징 역대 최악의 해가 될 전망이다.
핵심 문제는 높은 수수료 구조(2%+20%)와 실제 수익률(DPI 1.01배, IRR 15~17%) 사이의 불균형이다. 더 낮은 위험과 높은 유동성을 제공하는 공모펀드 대비 VC의 위험 대비 보상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LP들의 판단은 합리적이다.
출구전략 병목도 생태계 전반을 마비시키고 있다. IPO와 대형 M&A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LP들은 현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이는 신규 펀드 투자 여력 감소로 이어져 스타트업 투자까지 위축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자본은 검증된 대형 VC로 집중되고 있으며, 신규 및 중소형 매니저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2024~2025년 이머징 매니저 중 상당수가 펀드 클로징 무기한 연기나 조용한 청산을 선택하고 있다.
VC 업계가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운영 효율화를 통한 비용 절감, 수수료 구조 재설계, 투자 품질 개선, 포트폴리오 구성 고도화가 시급하다. 첨단 기술에 투자하면서도 자신들의 운영에는 기술 도입이 더뎠던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
2025년 하반기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감과 일부 대형 엑시트 성공 사례가 있지만, 시장의 양극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AI 분야로의 자본 집중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전통 섹터 스타트업들의 자금 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VC 산업이 혁신 생태계의 핵심 역할을 지속하려면, LP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위험 조정 수익률을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본은 계속해서 더 안전하고 유동적인 자산군으로 이동할 것이다.
Carta, "VC Fund Performance: Q2 2025"
Juniper Square, "The State of Venture Capital: A look back at 2024, an eye on 2025"
PitchBook/NVCA, "Q4 2024 Venture Monitor Report"
Kaustubh Misra, "The Structural Reset in Venture Capital: Why LP Commitments Are Falling and What VCs Must Do Next", Medium, 2026년 1월 30일
NVCA, "2025 Yearbook Showcasing 2024 VC Trends"
한국벤처캐피탈협회(KVCA), "2025년 상반기 범부처 벤처투자 및 펀드결성 동향"
THE VC, "2025 한국 스타트업 투자 통계"
더벨, "1000억 이상 펀드 16개…벤처펀드 '대형화 전성시대'", 2024년 12월 31일
중소벤처기업부, "2024년 국내 벤처투자 및 펀드결성 동향", 2025년 2월 13일
Yahoo Finance, "U.S. Venture-Capital Fundraising Falls 35% as Firms Stay"LinkedIn - Pavel Prata, "VCs are taking 17.4 months to close funds in 2025"
작성: Venture Digest 인사이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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