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모토 1박 2일은 옳은 걸까?
熊本市
붕 뜨는 시간이 1주일 정도 생겨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후쿠오카를 갈까, 기타큐슈를 갈까, 시즈오카를 갈까..라는 나름의 행복한 고민을 하던 잠시 '이렇게 또 다녀와도 될까?' 싶은 죄책감이 들더군요. 여행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그 고민은 무언가의 결심으로 바뀌었습니다.
티웨이항공에서 뜬 왕복 티켓 68,000원으로 말이죠. 월, 수, 금, 일에만 운행되는 구마모토행. 평균 가격이 10만 원 대 초반이며 운이 좋으면 6만 원대에도 다녀올 수 있습니다. 가까운 제주도를 다녀오는 것보다 저렴해 고민할 것도 없이 티켓을 예매했죠. 문제는 일요일에 가서 월요일에 돌아오는 1박 2일의 여정이라는 것이랄까요.
늦은 점심쯤에 도착해 늦은 점심쯤에 돌아와야 하는 아주 빡빡한 일정입니다. 주위에서는 1박 2일이란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냐는 말도 많았지만 대략 총 20만 원 정도 쓴 이 번 여행은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인천에서 구마모토까지는 1시간 2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시간도 대략 40분 이내이죠. 도심 쪽으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지만 복잡한 게 싫어 현장에서 버스 티켓을 바로 구매했습니다. 내리는 역마다가 가격차이가 있고 제가 내린 교통센터는 720엔(2017년 9월 기준)이었습니다. 공항으로 돌아갈 때도 마찬가지로 맞은편의 26번에서 버스를 탑승하시면 됩니다. 다시 공항으로 돌아가실 때 드리고자 하는 한 가지 팁이라면 구마모토 국제공항은 국내선에 비해 정말이지 작습니다. 농담하나 안 섞고 시골에 있는 버스터미널 수준의 대합실과 면세점(이라고 해봤자 동네 구멍가게 느낌.)이라 상당 부분 아쉽습니다. 국내선 쪽으로 이동하시면 지역특산물을 구경하시거나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국제선에 가기 전 시간이 남으신다면 한 번쯤 가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물론 저는 가지 않았지만.. 대합실에서는 흡연실도 있고 나름의 작은 카페 겸 식당도 있습니다. 다만 출국대를 한번 입장하면 다시 나올 수가 없습니다. 출국대 안에는 흡연실도 카페도 없으니 입장하실 때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대합실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비행기에 입장할 때 맞춰 들어가거나 공항에 천천히 도착해도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오후 1시 14분 버스를 탔는데 그 후에 시간대를 타도 전혀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Richmond Hotel Kumamoto
위에서 언급을 안 했지만 비행기를 68,000원에 예매한 건 비행기 출발 전 3일 전이었습니다. 급하게 예매한 것 치고는 상당히 괜찮은 가격이죠. 하지만 호텔은 아닙니다. 조식을 포함하여 대략 5만 원 정도에 예약을 했습니다. 확실히 숙박은 시간과 비례하기 때문에 일찍 예약해놓는 것이 좋습니다. 가격이 저렴할 때 미리 해놓는 다면 이 정도 수준의 호텔을 3~4만 원에 예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구마모토 현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서부 규슈지방에서 3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 구마모토이지만, 시내 아케이드 쪽은 하루 반나절이면 구경이 가능합니다. 대부분 규슈 여행을 하다가 들리거나 근교의 온천을 가기 위한 목적으로 들리는 도시이기 때문에 며칠씩이나 구경할만한 도시는 아니죠. 2016년에 구마모토 지진 이후로 폐허가 돼버린 구마모토성은 정말 안타깝습니다. 지금은 반 정도 복원이 완료된 상태이고 진행 중이지만 확실한 복원을 위해 입장을 상당히 제약시켜서 그 큰 구마모토성의 30 % 밖에 구경하지 못하였습니다. 무리하게 저녁에 보기보단 다음날 일어나 오전에 산책을 하며 구경해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현재로썬 말이죠.
Okada Coffee
구마모토에서 매일 들렸던 오카다 카페입니다.라고 말해도 2번 들린 게 전부이죠. 1박 2일 여행의 매력일까요? 2층의 다락방 같은 느낌과 바리스타들이 눈앞에서 내려주는 커피는 시각적으로도 후각적으로도 훌륭했습니다. 물론 미각적으로도 말이죠. 2번째 방문했을 때는 일본식 크림과 브라운 슈가를 추천하며 일본의 클래식 스타일의 커피라며 추천해줬을 정도로 다른 도시와는 다른 넉살을 가진 도시입니다. 순수한 선의라고 해야 할까? 간사이에서 느꼈던 가식적으로 느껴졌던 친절과는 달랐습니다. 25년 동안 비흡연자로 살다가 흡연을 하게 되었는데 흡연이 되는 카페는 저에겐 언제나 새롭고 신선합니다.
이 도시는 말고기, 특히 바시시(말 육회)가 유명합니다. 그 외에도 괜찮은 음식들이 많고 특히나 이자카야가 눈에 많이 뜨입니다. 혼자 가볍게 온 여행이라 그런지 외식이 당기지 않아 첫날은 호텔에서 대충 마무리지었지만 나중에 친구와 혹은 연인과 함께 온다면 먹어볼 생각입니다. 간혹 쇼핑 때문에 오사카로 쇼핑을 하러 가는 분들을 봤는데 제 생각엔 구마모토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유명한 하이브랜드의 퀄리티를 지닌 도시는 아니지만 일본 특유의 감성 SPA 브랜드나 빔즈, 포터 등 상당히 물건량이 괜찮습니다. 아무래도 관광객들이 쓸고 다니는 도시는 아니기 때문인지 좀 더 현지 느낌이 나는 물건들도 많았고 쇼핑하기에 나름 적당합니다.
구마모토란 도시를 알게 된 계기는 이 '쿠마몬' 때문입니다. 일본 예능이나 광고에 많이 등장하는 쿠마몬.
구마모토의 특산품, 아니 마스코트입니다. 어딜 가나 존재죠. 그 매력은 정말 치명적입니다.
사쿠라노 바바 조사이엔에 가면 지역 특산품과 특산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간략하게 저의 1박 2일의 일정을 말씀드리면 늦은 점심쯤에 구마모토에 도착해 짐을 풀었습니다. 짐을 풀고 간단하게 끼니를 때운 뒤 구마모토 시를 천천히 구경했죠. 아케이드를 탐방하며 여러 매장도 가보고 특정 관광지를 가기보단 도시의 모습, 사람 사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정처 없이 걸으며 이곳저곳을 누비니 다른 도시에 비해 화려하진 않지만 구마모토만의 아기자기한 모습이 보이더군요.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아케이드 반대쪽의 길을 걷다가 보게 된 거리입니다. 양쪽에 술집들과 각종 상점들이 즐비해있는데 하나둘씩 가게를 정리하는 모습과 이제 막 켜진 조명에 비쳐 하나둘씩 손님이 차는 가게의 모습이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 아쉽게도 그 거리의 명칭도, 사진도 없지만 기억 속엔 아련하게 남아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사람의 기준에 따라 1박 2일 여행이 아까울 수도 이로울 수도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가는지, 얼마를 쓰는지, 얼마만큼 즐기고 오는지에 따라서도 말이죠. 물론 길면 길수록 좋은 게 여행이지만, 가끔 바람을 쐬고 싶고 떠나고 싶을 때 1박 2일로 여유롭게 다녀오는 여행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망설이지 마시고 과감하게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뭐 어때요? 여행에서 남는 게 득이 되면 득이지 해가 되진 않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