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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링 Aug 21. 2021

뉴욕, 나와는 어색한 도시




내가, 뉴욕이라니


뉴욕,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이후로 8년만이다. 쭈뼛거리며 관광지를 돌고, 어설픈 여행자 영어로 발품을 팔아봐도 썩 만족스럽지 않았던 기억이 피어오른다. 다들 그렇게 좋다던데 나에겐 그저 혼란하기만 하고 별 재미를 주지 못했던 도시. 이후, 징하게 돌아다녔음에도 휴가를 짤 때 지구본을 돌려도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skip하기 일쑤였다. 정말 모순적이게도, 미국 문화와 문학을 다루는 전공을 가지고도 어색했던 이 도시. 8년의 세월을 거쳐, 8년을 알고 지낸 친구와 떠나게 되었다. 


뉴욕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 A, 도시는 다르지만 미국 타 주에서 박사 과정 중인 또 다른 친구 B,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별러 온 직장인 친구 C, 그리고 나. 우리는 영미문학 전공 출신으로 만나 어느새 <8년짜리 관계>가 되었고, 모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는 이 곳 뉴욕밖에 없었다. A의 레지던스에서 일정을 보낼 수 있다는 황송한 컨펌을 받고,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우리가, 내가 드디어 맘 잡고 뉴욕을 가는구나.



14시간 동안 기내에서 푹 묵혀진채 눈을 뜬다. 아, 여전히 어색한 이 곳. 구석구석을 헤매다 보면 좀 길들여질거라 믿어.





색깔과 맛이 흘러넘치는 도시 (feat. 눈과 입의 열일)


허리케인의 전조로 흐렸던 첫 날. 필터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빨갛고 쨍한 색감이 도드라진다.



짐을 풀고, welcome parade라도 하듯 타임스퀘어를 쭉 가로질러 티저 한 편 정도를 보는 경험을 했다. 도착과 동시에 볼 거리와 먹을 거리가 넘치는 도시. 내게 주어진 밤+낮안에 이걸 다 해내야겠다는 부담감이 엄습하는 느낌이었다. 눈이 핑글핑글 돌았다. 마천루와 중세의 골목상점이 공존하는 느낌이 혼란감을 가중시키고, 몸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었다.


뉴요커가 포함된 일행이다보니 가장 좋았던 건, 초록색 검색창으로 모두가 찍고가는 클리셰는 꽤 많이 피해서 재미를 봤다는 것. 'ㅇㅇ맛집', 'ㅇㅇ핫플레이스' 이런 키워드를 네이티브가 아닌 외국어로 두드리는 작업은 정말 별로였다. 그녀는 여유롭게 동네 피자집으로 향했다. 너희들이 앞으로 먹을 것들은 끝도 없을거라고 장담하는 모습. 쫄아있던 기대감이 점점 몸집을 키워가고 있었다.



뉴욕에서의 첫 식사장소 <Emily> . 피자, 버거, 프라이 조합으로 기름칠을 시작했다고나 할까. 정말 맛있었다.




익숙하지 않아서 좋은


낯설었다. 단순하게는 상점의 브랜드와 패키지의 모습들이 너무나 이질적인 것들이어서. 동네 거리의 간판과 브랜드가 무지막지하게 분석하곤 하던 케이스 중의 하나여서. 또, 그 어느 곳보다 일관성의 '한 줄'이 아닌 '다발'로 와닿고 있다. 


그리고 그게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소비되는 가장 큰 도시. 왜 8년간 더 들춰볼 생각은 안했었는지 스스로 아쉽고, 궁금해졌다. 게다가 8년 묵은(?) 사랑하는 존재들과 함께라니 조금은 든든한 걸.


집 앞 슈퍼에서 매일의 디저트로 고르던 아이스크림 통들. 얼그레이맛이 베스트였다.



집을 나설 때 보이던 블루보틀과 위워크의 투샷. 이 지난한 일상이 나에겐 재밌는 경험이군.




이 도시에서 남은 날들만큼 행복한 여행자


첫 날을 기념하며, 와인, 나쵸, 과일, 치즈를 주욱 늘어놓고 긴긴밤 이야기를 나누었다. 행복해.



빠르게 첫 날 하루가 저물었다. 


"내가 뉴욕을?" 떠나는 비행기에서도 실감못하던 나였는데, 비행기에서 내려 색과 맛의 향연에 이미 뉴욕에 휩쓸렸다. 내가 낯설어하는 많은 것들을 가진 도시라서 더 흥분되었다. 처음에 그 느낌은 <압도>라는 부정적인 성격의 감정이었으나, 이내 "내가 이 도시의 일상에 일주일정도 길들여져 살아보고 싶다"는 <선망>과 같은 것으로 변했다. 


사실 뭐가 그렇게 나를 어색하게 만들었던건지 알 수 없지만, 알아가고 싶어졌다는 것.

잘 부탁해, 뉴욕. 



매일 밤 굿나잇-하던 뉴욕 야경을 빼꼼. 이런 뷰를 가진 친구에게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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