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과정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많이들 궁금해하는 정식 출간까지의 과정

by mong

망중한(忙中閑)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말 그대로 바쁜 와중에 한가한 때라는 뜻인데, 이 세 글자에 생각보다 많은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바쁘다는 것은 할 일이 있다는 것이고, 또 이것은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 있다는 뜻이다. 그 와중에 한가함이라니. 밤 10시쯤 출출할 때 생각나는 꼬들꼬들하게 라면처럼 바쁜 와중에 가지는 한가함은 단순한 한가함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다. 의미있는 삶을 산다는 것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이 단어가 아닐까라고 개인적인 의미를 더해본다.


2026년이 되어 버린 현 시점에서 돌이켜 본 2025년은 나에게 '망중한'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해다. 그리고 그 한 축에는 단연 이 책의 출간이 당당히 자리잡고 있다. 책의 첫 출간은 나의 삶에,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 예상할 수 없었던 일련의 흐름들은 나에게 있어 매우 흥미로운 과정이었다. 지난 글에도 종종 언급했듯이 예상치 못한 변수와 상황을 즐기기 때문에. 오늘 이 글의 목적은 출간 후에 느끼고 경험한 그 흐름들, 그리고 나의 이런 모습을 보고 들었던 질문들을 기록하고 공유하기 위함이다. 그렇다. 누군가는 이미 아는 이야기. 출판에 목표를 가지고 있거나 그 과정에 있는 사람들에게 아주 약간이라도의 도움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듯 하다.



Timeline (update)

'25.02.12 ~ 03.10 (27일) 남미 여행

'25.03.23 ~ 06.04 (74일) 브런치스토리 연재(총 33화)

'25.06.15 출판사 투고

'25.06.16 미다스북스 출판 제의 메일 수

'25.06.20 미다스북스와 출판 계약

'25.06.20 ~ 07.31 (42일) 1~5차 원고 보완/탈고 작업

'25.07.29 예약판매 개시

'25.08.01 1쇄 인쇄

'25.08.12 정식 출간

'25.09.09 2쇄 인쇄

'25.11.08 소장 공공도서관 50개 달성

'25.12.30 소장 공공도서관 70개 달성



1. 출판을 염두해 두지 않고 글을 썼다.


기록하는 습관이 쌓여 콘텐츠가 되다.

출간 후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이랬다. '너 원래 글을 썼어?' 그럼요. 늘 쓰고 있었죠. 하지만 그것이 출판을 염두해둔 것은 아니었다. 중간 중간 기억을 하고 싶은 인상적인 상황, 장소, 느낌을 기록해왔다. 그것이 글이든 영상이든 사진이든. 이것은 꼭 긍정적인 것에 국한되어 있지는 않다. 간혹 발생하는 부정적인 상황에 대해 재발 방지를 위한 기록을 하곤 한다. 당시 있었던 일련의 상황들을. 짧은 여행들에서 느낀 점, 만났던 사람들의 나만의 기록 등. 요약하면 글은 계속 쓰고 있었으나 출판을 위한 콘텐츠로서는 적합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출판에 대한 의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막연하게나마 적합한 콘텐츠를 찾으면 한 번 쯤은 시도해볼 생각이었다. 그러던 와중의 이 책의 주제가 된 남미의 5개국 여행은 그것이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일단 남미 대륙 일주로 곳곳이 신비한 것 투성이로 일단 콘텐츠가 확보되었다. 여기에 이동과 대기 시간이 만만치 않아 나에게는 그것들을 기록할 수 있는 시간까지 확보된 셈. 신기하게도 처음에는 출간이 아닌 기록이 목적이었는데, 이것들이 쌓이고 보니 그렇게 되었다. 이 책과 글을 읽어본 사람들은 느끼겠지만 정말 현장에서 기록을 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여행을 3월에 다녀왔는데 아주 빠르게 8월에 출간이 된 것도 다 이 덕분이다. 나는 앞으로도 출간을 염두해 두지 않고 계속 기록할 예정이다.



2. 출판사가 처한 출판업계의 상황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


작가에게나 출판사에게나 돈이 되지 않는 출판

콘텐츠가 쌓이자 출간이라는 목표가 생긴 나는 여러 출판사에 '투고'를 했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다 올리면 물밀듯이 제안이 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내 콘텐츠는 상업적 가치가 없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 약간의 걱정과 절망감이 교차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투고 후 제안이 온 몇몇 출판사의 제의는 그런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키긴 했지만 말이다. 가장 조건이 좋은 출판사와 계약 과정은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로웠다. 본업에서는 사업적인 계약은 매우 흔한 일이고 계약이라는 행위 자체가 익숙하다. 다만 '회사 이름으로 하는 계약'만 하다가 '내 이름으로 하는 계약'은 온전히 나의 책임이며 별도의 안전장치가 없다. 생각보다 긴 계약서를 꼼꼼하게 읽어 나가면서의 첫 느낌은 출판업계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오래됐다는 것이다. 수많은 조항들은 그동안 있었던 작가(콘텐츠 소유)와 출판사(제작, 유통, 판매, 마케팅 담당) 간의 갈등들에 대한 합의가 압축되어 있다. 인류가 활자를 인쇄하면서부터 생긴 것이 출판업일테니 웬만한 어떤 업종보다 꽤나 오래되었을 것이고, 이것은 계약서만 봐도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게다가 복수의 출판사들에게 받은 제안들을 봤을 때 생각보다 작가에 대한 혜택, 소위 계약금이나 인세는 매우 소소하다. 계약 상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는 없다. 하지만 신인작가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게 맞나 싶기는 한 수준이다. 이것은 반대로 출판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긴 하다. 단순 계산만 해보아도 제작, 유통, 판매, 마케팅, 인건비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해보면 딱히 재미를 보기 힘들어 보인다. 당장 이름 아는 몇 개 출판사 매출과 영업이익 등을 검색해 보라. 타 업계에 비해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펜은 총보다 강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출판이라는 행위는 당연히 수익성보다는 영향력에 초점이 가는 것을 늘 염두해 둬야 한다. 작가에게 있어서도 출판이라는 행위는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닌 작가에 대해 참고할만 하고 영향력이 있는 이력이 되는 것에 의미가 더 크다. 투잡의 목적으로 접근하면 상당히 실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3. 작가 입장에서 출판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운칠기삼인 출간과 판매의 과정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에 이어지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의 근간에는 '출판물 시장의 위축'이라는 배경이 있다. '콘텐츠'라는 것을 보았을 때 이것을 대중에 게 보여주는 방식이 너무 많아졌다. 과거에는 글과 그림만 있었던 상황에서 사진, 영상, 오디오 등 다양화되었다. 그 와중에 OTT, SNS, 웹툰 등 매체 또한 너무나 다양화되어 책을 포함한 인쇄 출간물의 영향력이 매우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종이 신문과 영화관의 영향력 감소도 그 궤를 같이 한다. 그러다 보니 수 많은 출판사들은 늘 콘텐츠에 목말라 있다. 게다가 출판된 신간은 다른 신간으로 관심이 넘어가는 그 주기가 매우 짧아졌기에 계속해서 출판을 해야 하는 박리다매 구조가 반복된다. 출판사가 얼마나 힘든지 보이는가. 이것은 반대로 돈은 안 되지만 출판이라는 행위 자체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개인이 비용을 들여서 출판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나의 경험으로 미루어 봤을 때 마침 콘텐츠가 쌓여 있었고 출판업계는 힘든 상황이고 하니 출간 자체가 운이 맞아 떨어진 경우다. 또한 이 책이 다룬 남미 여행의 가장 대중적이고 기본적인 페볼칠아브(페루-볼리비아-칠레-아르헨티나-브라질) 루트에 대한 출간물이 부족한 상황인 점도 크게 한 몫했다. 그러니 출판사와 어느 정도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고 그 후 판매에도 영향을 주어 운 좋게도 2쇄를 찍기도 한 것이다.



4. 출판사는 작가와 싸우지 않는다.


가장 지루했던 42일

'출판사가 대부분 교정해주는 것 아니야?'라는 질문을 생각보다 많이 받았다. 사실 생각해보면 출간 전에는 나도 막연하게나마 출판사가 어떻게 해주겠지 했던 기억이 나긴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출판사는 중간 중간 약간의 방향만 제시해줄 뿐, 스스로 주관을 가져야 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물론 출판사마다, 그리고 편집자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진리의 케바케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아무래도 출판사의 이런 모습이 작가들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결국 처음부터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든 것은 작가이기에 출판사가 이것 저것 간섭을 한다고 하면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긴 하겠으니 말이다. 편집자는 치명적일 수 있는 어떤 실수나 오탈자 등은 알려주지만 그 조차도 작가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혹시나 의도한 것이 아닌지를 먼저 물어본다. 그러면서 이 책의 작가가 될 작가의 책임감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스스로 주도적으로 고민해보고 완전성을 높이라는 뜻이다. 책에 수록할 사진의 저작권 및 초상권, 자료 및 지도 등의 출처 등 문제가 될 여지가 있는 것은 출판사에 '먼저' 꼭 문의하고 알아봐야 한다. 아무래도 여러 책을 동시에 편집하고 운영하니 하나하나 세세하게 알려줄 여유는 없어보인다. 책에 수록할 지도 위의 루트, QR코드 영상들도 먼저 말하지 않았다면 책의 구성이 밋밋했을 것이다. 특히 지도는 저작권 없는 이미지를 찾고 그 위에 루트를 그리는 디자인 작업을 하느라 진땀을 뺀 기억이 난다. 그렇다고 출판사가 소극적으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긴 하다. 책 전체의 디자인과 구성 등은 출판사에서 어느 정도의 가이드를 주고 제안도 한다. 결론적으로는 내가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알아보고 그것을 적용하면서 출판사는 보조역할로 보는 것이 현명한 방향이다.

이런 과정들이 재밌을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아무래도 그것은 내 책을 수 차례나 다시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애초에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지 않기도 하는데 좀 더 완벽한 탈고를 위해 계속해서 읽어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비문과 맞춤법, 띄어쓰기 등을 고친다. 나는 내가 어느 정도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심지어 몇 번을 보고 지나친 구간에도 어색한 문장이나 비문이 있는 것을 보며 조금씩 지치기 시작한 것 같다. 어떻게 볼 때 마다 다른지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오타는 그렇다 치는데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또 그것을 고쳐주는 툴마다 조금씩 다르다. 특히 띄어쓰기에서는 어떤 툴은 맞다고 한 부분을 다른 툴은 틀렸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있지 않다. 같은 글을, 심지어 내가 쓴 글을 계속해서 반복해서 읽으니 지겨워진다. 이 감정은 자연스럽게 내 글이 재미가 없다라는 결론으로 점점 수렴하게 된다. 아마도 첫 출간이라 그런 듯 싶지만 이런 느낌을 가지게 되었을 때는 이게 맞나 싶었다. 어쨌든 내 책이고, 내가 주도적으로 책임감 가지고 진행해야 하면서 계약 상 출간은 꼭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루하고 절망적인 상황이 지나가고 탈고를 마쳤을때 비로소 해방감을 느낀다. 이 때의 마음은 이제 될대로 되라지의 자포자기의 심정이다. 어차피 엎질러진 물. 내 작업물이 세상에 나올 일만 남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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