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게 건넨 따뜻한 기억 한조각
"선생님, 저 11월쯤 한번 보러 가도 돼요?"
가을의 어느날,
그녀로부터 간결한 문자 한통이 날라왔다.
그녀를 떠올릴때면,
뽀얀 얼굴빛에 자기 얼굴보다 큰 안경을 쓴 아이
백마디 말보다는 초승달처럼 휘게 웃는 눈이 더 먼저 떠오르는 아이
어느날엔가는 검은색 마스크로 입을 가린채 침잠하고 있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던 아이
...
연락이 언제가는 뚝 꾾겼다가
"선생님, 아직 ***로 수강할 수 있어요?"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필요를 말하며 소식을 전해오던 아이
그랬던 그녀가 꼬박 일년만에,
'한번쯤 이곳이, 선생님이 떠올랐어요.'
'그 한번쯤이 지금이네요.'라는 말을 건네듯 문자 한통을 보내왔다.
그저 그 시절의 시간이, 그때의 공간이,
그 시간과 공간을 함께 했던 내가 그리웠다는 듯이.
그녀의 문자가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주저리 주저리 나의 마음을 토로했고,
그녀에게서 다시 받은 문자엔
그녀와 함께 했던 이전의시간을 통해선
볼수 없었던 분홍색하트 이모티콘이 보내져있었다.
분홍색 하트...이 이모티콘이 뭐 별거인가 싶겠지만,
나의 그녀에겐 그 별거가 '별거'였었다.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이일을,
나아가 내 업을 사랑하는 건
훗날에서야 확인되는
(어쩌면 확인할 기회조차 없을지도 모르는)
이 연결감이
확 느껴지는 이 찰라의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나아가 나의 그녀가 혹은 그가
다시 자신의 삶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들어갈때
끊어지는 연결감에 상실감을 느끼면서도
훗날 이렇게 때때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보며
나와 함께 했던 시간의 조각을
한번이라도 떠올리며 미소지어준다면
그 순간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짜릿함이, 전율이, 느껴진다.
이것이 바로
함께해온 시간의 조각을 통해
나의 그와 그녀에게 건내는
나만의 사랑의 방식이자, 사랑의 언어였다.
나는
너무나 사소해서 자칫하면 놓칠법한,
그와 그녀의 그 사소한 변화와 애씀을 알아봐주고
그걸 스스로도 알수 있게끔
내가 마치 거울이 되어 보여주고 싶다.
이것이 바로
내가 아이들에게, 그들의 부모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나만의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