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온라인시장 현황(1)에서 필자는 베트남 온라인 시장의 성장 동력에 대해 3가지를 언급한 바 있다. 유통기업 플랫폼이 주도, 편리 중심의 소비자라이프 스타일 변화, 중산층 증가가 그것이다. 그리고 첫번째 동력인 유통기업 플랫폼 현황에 대해 자세히 다루면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쿱마트(Co.op Mart)의 스캔&고(Scan & Go), 롯데마트의 스피드엘(Speed L), 빈마트(Vinmart)의 빈아이디(VIN ID), 빅시의 빅시앱(Big C App)의 현황과 함께, 순수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인 싱가포르계의 소피(Shoppee), 중국계의 라자다(Lazada), 베트남 현지기업으로 시작한 띠끼(Tiki)와 센도(Sendo)의 현황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아직 유통시장의 도입기 단계인 베트남에서 이렇게 수많은 업체들이 경쟁구도를 이루고 있는 것은 성장하는 베트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이다. 이들은 오프라인에 익숙한 베트남 소비자들을 자신들의 온라인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엄청난 자본을 쏟아부으며 소비자를 교육(education) 시키면서 베트남 온라인 시장을 성장시키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나머지 베트남 온라인시장의 성장 동력 중 나머지 두 가지에 대해 설명하고, 베트남 소비자들의 온라인 구매 프로세스 현황을 다루고자 한다. 더불어 익히 알려진 베트남 온라인 시장 진출 방법론이 아닌, 비용과 시간을 크게 들이지 않으면서 실제 베트남 현지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실질적인 접근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베트남 온라인 시장의 동력은 매력적인 인구구조에 기인한다. 현재 베트남은 익히 알려진 것처럼 국가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2030젊은층 비중이 가장 많은 인구황금기에 있다. 동남아의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경우 아직 20대 이하의 인구 비중이 가장 많은 단계로 이 국가들이 인구황금기에 접어들려면 앞으로 10~15년은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populationpyramid.net, 2020년 기준)
베트남 2030세대들은 베트남이 1986년 도이머이 이후, 2007년 WTO 가입과 함께 본격적으로 문호개방을 하면서 가장 큰 수혜를 본 세대들이다. 외국계기업 진출이 활성화되자 교육수준이 높은 베트남 젊은층들의 취업률이 증가하고 이는 소득수준 증가로 이어진다.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베트남의 중산층은 2020년 현재 전체 인구의 13%이나, 2026년까지 26%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득수준 증가로 경제적 여유는 늘어나고 있으나, 대신 바쁜 라이프스타일로 인해 시간 기근 현상도 생겼다. 특히 베트남 여성들은 집안살림뿐만 아니라 경제활동도 병행해야 해서, 온라인 쇼핑은 이들의 시간을 아껴주는 편리를 제공하고 있어 온라인 시장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베트남 소비자들이 느끼는 ‘편리’는 단순히 오프라인에 직접 방문하지 않는 데서 오는 시간 절약 이상의 것이다. 이제부터 소비자들의 구매 프로세스를 살펴보면서 베트남에서 중시하는 편리한 이커머스가 어떤 것인지 알아보자.
(사진출처: vtc.vn)
베트남 사람들은 목적성 구매를 하는 경향이 크다. 일상생활에서 오토바이로 이동하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처럼 걸어다니며 아이쇼핑을 하다 충동구매를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먼저 주변사람들에게 물어본다. 간혹 광고를 통해 상품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기도 하지만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이들은 지인이나 인플루언서의 실제 사용 경험을 참고한다. 그런 후 이들의 정보를 바탕으로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통해 상세 정보를 검색하여 자신의 필요에 부합한지 “자체 조사”를 한다.
다음 단계는 판매 채널을 알아보는 것이다. 최근 수많은 온·오프 채널에서 같은 상품을 취급하며 고객 유인을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제안하고 있기 때문에 베트남 소비자들은 가장 저렴한 판매채널을 검색한다. 이제 최종 단계가 남았다. 베트남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기 전까지 철저하게 상품에 대해 확인을 한다. 마지막 단계는 눈으로 직접 보고, 만져보고 기대했던 바와 다른 점은 없는지 최종 점검한 후 지갑을 연다. 이런 이유로 베트남 사람들은 오프라인 쇼핑에 선호하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 쇼핑이 발달하면서 이 최종 점검 단계가 상품을 인계받는 배송으로 변경되었다. 한국처럼 상품 주문과 동시에 결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베트남 소비자들은 상품을 배송받는 시점에서 결제를 한다. 그런 이유로 배송기사들은 배송시점에서 반드시 주문한 소비자를 만나야 한다. 만약 방문하려는 시간에 주문한 소비자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면 소비자의 편의에 맞게 배송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 소비자는 상품을 인계 받으면서 최종적으로 상품을 점검한다. 기대했던 것과 조금이라도 다르거나 단순 변심이 생길 경우 그냥 배송기사를 돌려보내면 그만이다. 필요했던 상품이 맞다면 그 때 지갑을 연다.
일반적으로 베트남 사람들은 COD(Cash On Delivery) 방식을 선호한다. 일부 자료에서는 베트남이 신용카드 보유율이 낮고, 온라인 결제 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COD가 발달했다고 설명하지만, 필자는 COD를 선호하는 근원적인 이유는 베트남 문화에 있다. 의심이 많은 베트남 사람들은 상품을 직접 봐야 지갑을 열기 때문에 신용카드나 결제 시스템이 발달한다 해도 배송 전 결제 보다는 배송 후 결제가 가능한 COD를 선호하는 것이다.
이런 문화적 요인을 고려한다면 온라인에 적합한 상품은 베트남 소비자이 믿을 수 있는 상품이어야 한다. 즉 한 번 이상 사용해서 익숙한 상품이거나, 많은 사람들이 이미 사용한 유명한 상품이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구매 결정 전, 의심을 없애기 위한 철저한 검증 과정 없이 온라인의 강점인 ‘편리한 바로 구매’가 이뤄질 수 있다. 따라서 신상품을 온라인으로 유통시키려면 반드시 오프라인을 통해 베트남 사람들이 상품에 대한 체험을 하며 필요성을 느끼고 신뢰할 수 있는 활동이 필수이다.
이상 베트남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결정 과정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주도적인 소비를 하는지 알 수 있다. 베트남은 이커머스 초기 단계여서, 온라인 플랫폼들이 소비자 유치를 위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지만 베트남 소비자들은 아직은 플랫폼 중심의 소비가 아닌 상품 중심의 소비를 하고 있다. 따라서 개별 소비자에 맞춤화 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채널을 중심으로 상거래가 이루어 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베트남 유통시장에서 이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4.2%밖에 되지 않으나, 실제로 베트남 소비자에게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한 적이 있냐고 물어보면, 열의 아홉은 ‘그렇다’고 답한다. 통계와 실상의 갭이 너무 큰데, 그 이유는 베트남 소비자들이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공식 온라인채널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 비공식채널은 무엇일까? 바로 페이스북이다. 베트남 페이스북을 총괄하고 있는 훙후인(Hung Huyen)에 따르면 베트남의 페이스북 이커머스 거래규모가 동남아에서 가장 크다고 했다. 인구 2억 7천인 인도네시아나 쇼핑 천국인 태국보다 베트남의 페이스북 이커머스 규모가 더 크다는 것은 매우 놀랍다.
(베트남 페이스북 총괄 훙 후인과의 인터뷰)
베트남에서 페이스북 이커머스가 발달한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베트남 사람들의 기업가 정신에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척박한 자연환경을 개척하며 생존하기 위해 가족·친지를 중심으로 촌락을 이루며 살아왔다. 농번기에는 농사를 지으며 먹거리를 해결하고, 비농번기에는 수공업에 종사하며 생계를 꾸려갔다. 이러한 전통은 본업 외에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하는 기업가 정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베트남 사람들의 평균 소득원이 1.7개라고 한다. 본업 외에도 이들이 하는 종사하는 일 중 많은 부분이 페이스북을 통한 상업 활동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누구나 페이스북 이커머스를 시작할 수 낮은 진입장벽에 있다. 베트남은 전자상거래를 위한 물류나 전자결제 인프라는 아직 열악하다. 하지만 이러한 거창한 인프라가 없어도 베트남에서는 온라인 상거래가 가능하다. 베트남에는 오토바이를 통한 배송 서비스(Last-mile Delivery)를 해 주는 회사가 많으며, 배송 시 현금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COD(Cash On Delivery)가 일반적이다. 때문에 전자결제나 물류 시스템 구축과 같은 대규모 투자가 없어도 사업시작이 가능하다. 베트남에서 개인소상공인들이 가까운 거리에 있는 단골 고객 중심으로 편리한 배송 서비스를 하고 상품을 거래는 하는 데 있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진출처: The Load Star)
세 번째 이유는 베트남의 관계 중심 문화 때문이다. 베트남어로 관계를 꽌혜(quan hệ)라고 부른다. 촌락문화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관계를 중시하는 문화를 낳았다. 베트남 사람들은 가족, 친지, 친구, 이웃 등 관계가 형성된 사람들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잘 믿지 않는다. 따라서 베트남 사람들은 상거래를 할 때, 이왕이면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채널을 선호한다. 현재는 많은 소상공인들은 페이스북으로 자신들의 물건을 홍보하고, 고객들과 편리하게 소통하면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있다. 베트남 페이스북 이용자는 6천 1백만명으로 스마트폰 이용자 대부분은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고, 페이스북 이커머스를 이용하기 위해 별도의 앱을 다운로드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연동된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셀러와 개인적으로 원하는 것을 ‘편리’하게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도 베트남 사람들의 정서와도 잘 맞다.
(사진출처: Techcrunch.com) (사진출처:Ecwid.com)
이상의 세 가지 요소 때문에 베트남에서 페이스북은 판매자와 소비자를 편리하게 연결해 주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게 해 준다. 판매자를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메신저를 통해 상호 소통함으로써 마치 ‘개인 비서’에게 요청하는 것처럼 편리하게 원하는 것을 받아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페이스북 온라인 쇼핑이 주는 ‘편리’의 요소이다. 시간절약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베트남에서 이커머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수출입 및 도매업, 소매유통업 등으로 법인을 설립해야 한다. B2C로 소매유통을 할 경우 소매유통 라이선스(BL, Business License)를 취득한 후 영업이 가능하다. 또 소매유통업은 조건부 투자 영업이어서 라이선스 취득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뿐만 아니라 2019년부터 발효된 사이버보안법(Cyber Security Law)에 따라 베트남에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기업은 반드시 베트남에 물리적인 형태의 사무실(지점 또는 대표사무소)를 갖추고 베트남 내에 데이터 서버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베트남 온라인 시장 진출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그럼에도 베트남 온라인 시장에 쉽게 진출할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베트남 소비자들의 스마트한 구매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앞에서 설명했다. 그래서 자신에게 맞는 상품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만약 그런 상품이 베트남에 아직 유통되지 않고 있다면 기꺼이 외국에서 공수해 사용하려 한다. 특히 중상층 이상의 소비자들은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외국에 나가는 지인이나 외국에 살고 있는 친척들에게 부탁해 상품 구매를 요청해 왔다. 이러한 소비행태에서 사업기회를 읽은 현지 사업가들은 핸드캐리로 상품을 가져와 페이스북에서 팔며 사업화를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채널에는 문제가 있어 소비자 불만족 요인이 존재한다. 첫째는 밀수이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세금 징수를 할 수 없다. 둘째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하는 때에 원하는 상품을 소비할 수 없고 기다려야 하는 문제가 있다. 또 이런 채널에서 판매되는 상품 중 가끔 위조 상품(fake product)가 있어 안심이 되지 않는다.
베트남의 여행업 발달과 함께, 여행자 트렁크의 빈공간에 주목하여 베트남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려 한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엑스따이프로(Xtaypro)이다. 창업자인 응우엔 쭝 히에우(Nguyen Trung Hieu)은 Xtaypro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베트남 현지의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올리면, 해당 상품의 원산지에서 베트남으로 오는 여행자가 그 상품을 사서 베트남으로 가져다줄 수 있는 공유경제 플랫폼을 만들었다. 베트남어로 핸드캐리를 (Xach Tay)라고 한다. 여기서 나온 Xtaypro는 Stay Professional을 연상할 수 있도록 하여 프로패셔널하게 핸드캐리를 해 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진출처: Xtaypro 홈페이지) (사진출처: 필자 촬영)
Xtaypro는 한국에도 지사가 있다. Xtaypro는 나아가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한국 중소기업의 상품도 플랫폼에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 베트남에 법인 설립을 하지 않아도 베트남으로 상품을 유통시킬 수 있다. 이는 본격적으로 베트남에 진출하기 전 마켓 테스트와 소비자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베트남과 한국 간의 교류가 원활하진 않지만, 항공기 운항은 되고 있기 때문에 자본력이 많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지금부터 조금씩 준비해서 베트남 진출 전 이 채널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베트남에 현지 법인설립 후 마켓 테스트를 하는 것보다 진출 전 철저한 시장조사를 하면서 브랜드를 알려가는 방법으로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페이스북을 통해 베트남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홍보를 병행한다면, 베트남 법인 설립 후 소프트 랜딩이 가능할 것이다.
이상 2회에 거쳐서 베트남 온라인 시장 현황에 대해 알아보았다. 성장하는 베트남 시장은 제조기지이자 소비시장으로 동반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온택트(Ontact) 트렌드는 베트남도 예외는 아니다. 젊은 층을 기반으로 한 중산층의 증가는 베트남의 이커머스를 더욱 더 가속화시킬 것이다. 방법론으로 베트남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페이스북을 필수로 갖추고 현지의 대형 유통 플랫폼과의 협력도 병행한다면 베트남의 도시와 시골 지역의 잠재 소비자들까지 낮은 비용으로 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베트남 현지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서 이들에게 필요한 것(needs)과 원하는 것(wants)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베트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오랜 시간과 비용을 투자(Wait & See Strategy)해 왔다. 하지만 선점보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Right Timing)이다. 유니클로, 무지, 마츠모토 키요시 등과 같이 라이프스타일 관련 일본 기업들은 코로나로 많은 외자기업들이 베트남에서 철수하는 상황에 오히려 베트남에 투자를 하고 있다. 유럽 기업들도 FTA를 기점으로 그 동안 시장조사한 내용을 기반으로 베트남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한국의 대기업들 역시 베트남 시장 선점을 위해 오래 전부터 투자를 하여 많은 학습비를 지불하며 쌓은 신뢰를 기반으로 베트남에서 제 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연결된 지금 시대는 글로벌 시장에서 누구나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코로나 이후 본격적으로 예전처럼 하늘길이 열리기 전까지 제대로 베트남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