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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놈Vietnom Jun 16. 2024

Willingness to Pay

돈이 없지 시간이 없냐

베트남에서 온라인 커머스 서비스 사업하고 있다.

이 동네서 플랫폼 서비스를 키워보고자 할 때 한국과 다른 점이 많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르지만, 대표적인 키워드를 꼽자면 'Willingness to Pay'다. 

대개의 베트남 사용자(특히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 정도까지의 나이)는 온라인에다 돈을 낼 생각이 없다. 좀 더 정확히는 단어 그대로 결제할 의지가 없다. 이게 뭐가 다른가, 같은 말 아닌가? 정확히 말하면 공짜로 먹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사업자를 사기꾼으로 간주하고 돈을 내기를 꺼려한다. 온갖 곳에서 피싱을 해대서 아주 강력하게 믿을만한 사이트가 아니면 결제를 안 한다. 피싱으로 간주한다(베트남에서는 '스캠'이라고 한다). 이제 이러면 퍼널의 핵심에 구멍이 나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는 거다. 나 전생에 콩쥐였나.

베트남 사용자들은 웹사이트는 스캠인 것을 전제로 한다.

이게 안 하는 거지 못 하는 거는 아니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못한다는 생각도 든다. '온라인 결제 침투율'이 낮다. 당일 도축한 뭉티기를 온라인에서 살 수 있는 한국이 비정상인가 싶기도 하지만, 여하튼 한국 대비 여기는 온라인 구매 비율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결제 인프라 구축이 덜 되어 있다. 토스 비슷한 회사도 있고 은행 계좌 이체 정도는 다 가능한 상태긴 한데 그걸 소소한 온라인 서비스에 결제하거나 이체한 경험이 별로 없다. 할 수 있는 거랑 익숙, 아니 능숙한 건 한참 다르지 않나. 


옆가지로는 '서비스 로열티'가 극히 저조하다는 점이 있다. 약간의 할인이 제공되면 원래 쓰던 서비스는 헌신짝처럼 버리고 바우처 주는 서비스 이용한다. 좀 과장해서 비유를 하자면, 치킨 시켜 먹을 때마다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배달통 다 들어가서 쿠폰 있나 없나 확인해 본다는 거다. 나아가서 교촌 먹으려다가 교촌 쿠폰 없고 굽네 쿠폰 있으면 굽네 먹는다. 어느 나라나 쿠폰 효과가 있지만 여기는 아무래도 시간은 많고 돈은 별로 없는 사정인 사람이 더 많다 보니 그 효과가 극적으로 나타나지 않나 싶다(실제로 식당이나 카페를 가봐도 매장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좀 심심해 보일 지경일 때가 많다). 이건 시간의 경제적 가치가 낮은 게 핵심 원인이다. 20대 가 주로 하는 저숙련 노동 인건비가 싸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카페에 사람이 8~10명씩 있는 거고. 


이게 대단히 새삼스러운 상황은 아니다. 

2010년쯤에는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서비스, 무형 자산에 돈을 내는 걸 아주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그냥 결제를 안 했다. 그래서 IT 종사자들이 볼멘소리를 많이 하기도 했던 것 같다. 이제는 결제 경험이 쌓이면서 다들 자연스럽게 다양한 유료 서비스를 결제하면서 사용하게 된 거니까.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인데, 타이밍이 맞을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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