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이 서사의 상업화와 감정 소비 구조에 대한 비판

― 드라마「더 글로리」와 「펜트하우스」를 중심으로

by 전문상담사 이희

1. 서론

서남동의 민중신학에서 그는 우리의 한은 우리의 에너지라고 말했다. 우리의 한에 대한 서사는 그 외에도 많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수없이 들어왔었던 이야기인데, 한국 대중문화 특히 드라마 영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한풀이 서사’가 불현듯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억울한 피해를 입은 인물이 장기간의 고통을 감내한 뒤 복수나 진실 규명을 통해 감정을 해소하는 구조는 시청자에게 강한 정서적 몰입과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서사는 「더 글로리」와 「펜트하우스」와 같은 작품을 통해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며, 하나의 장르적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한풀이 서사가 과연 억압받는 민중의 현실을 드러내고 해방을 지향하는 서사인지에 대해서는 비판적 재검토가 요구된다. 특히 이런 서사가 실제로는 감정을 해소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구조적 문제를 은폐하고 감정을 소비하게 만드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질문이다. 본 글은 한국 드라마의 한풀이 서사가 해방의 서사가 아니라 감정 소비의 구조로 작동하고 있음을 살펴보고, 이를 민중신학적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2. 한풀이 서사의 구조와 감정 정치학

한풀이 서사는 일정한 서사적 패턴을 반복한다. 피해의 극대화, 고통의 축적, 전략적 반격, 그리고 복수 혹은 정의 실현이라는 단계는 시청자의 감정을 점진적으로 고조시키고, 마지막 순간에 강한 해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이런 서사는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넘어, 감정을 조직하는 일종의 ‘감정 정치학’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서사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특정 방식으로 감정을 유도하고 배치한다. 피해의 잔혹함은 분노를 극대화하기 위해 과장되고, 복수의 성공은 정의의 실현으로 포장되며, 시청자는 이 과정을 통해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한 감정 해소를 경험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감정이 현실 인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감정은 구조적 문제를 성찰하도록 이끌기보다, 오히려 서사 내부에서 소진된다. 이때 한풀이 서사는 현실을 변화시키는 동력이 아니라, 현실을 견디게 하는 정서적 장치로 기능하게 된다.



3. 드라마 사례 분석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 피해자의 복수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작품은 피해자의 고통을 치밀하게 묘사하고, 복수의 과정을 설계함으로써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학교 폭력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개인 간의 악과 선의 대립으로 환원하는 경향을 보인다. 가해자는 극단적으로 악마화되며, 교육 제도나 사회적 방관 구조는 주변화된다. 복수는 개인의 차원에서 완결되고, 시청자는 이를 통해 정의가 실현됐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때 정의는 구조적 변화가 아니라 개인의 응징으로 대체된다. 결과적으로 시청자는 학교 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도, 그것을 사회 구조의 문제로 확장하기보다는 개인적 사건으로 소비하게 된다. 이는 한풀이 서사가 구조적 폭력을 가시화하는 동시에, 그것을 다시 개인화해 무력화하는 이중적 작동 방식을 보여준다.

「펜트하우스」는 상류층의 욕망과 폭력을 과장된 방식으로 재현하며, 끊임없는 갈등과 복수가 반복되는 구조를 가진다. 이 드라마는 한풀이 서사의 극단적 형태로, 감정의 과잉 생산과 반복적 소비를 특징으로 한다.

이 작품에서 억울함은 해소되지 않는다. 하나의 갈등이 해결되면 곧바로 새로운 갈등이 생성되며, 인물들은 지속적으로 고통의 순환 속에 놓인다. 이는 감정의 해소가 아니라, 감정의 지속적 재생산을 의미한다. 이런 구조는 시청자로 하여금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기보다,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반복적으로 탑승하게 만든다. 감정은 끝없이 생성되고 소비되며, 서사는 점점 더 자극적인 방향으로 강화된다. 이는 한풀이 서사가 더는 해방을 지향하지 않고, 감정을 소비시키는 산업적 장치로 기능하고 있음을 명확히 드러낸다.



4. 한풀이 서사의 자본주의적 조건

한풀이 서사가 반복적으로 생산되는 배경에는 자본주의 콘텐츠 산업의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드라마는 시청률, 플랫폼 내 체류 시간, 글로벌 확장성 등의 지표에 의해 평가되며, 감정의 강도는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된다.

이 과정에서 한은 더 이상 치유되어야 할 고통이 아니라, 상품화 가능한 감정으로 전환된다. 분노와 슬픔은 소비를 촉진하는 자원이 되며, 제작자는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서사를 설계한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 환경에서는 감정의 즉각적 반응이 중요해지면서, 서사는 점점 더 자극적이고 직관적인 방향으로 변화한다. 이는 한풀이 서사를 더욱 단순화시키고, 복잡한 사회적 맥락을 제거하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한풀이 서사는 자본주의적 생산 방식 속에서 감정을 조직하고 소비하는 구조로 편입되며, 해방의 가능성은 점차 약화된다.



5. 민중신학적 비판: 한의 해석과 왜곡

민중신학에서 ‘한’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역사적 억압의 축적이며, 해방을 요구하는 존재론적 외침이다. 서남동은 ‘두 이야기의 합류’를 통해 성서의 이야기와 민중의 이야기가 만나는 지점을 강조하며, 한을 해석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또한 안병무는 ‘오클로스’ 개념을 통해 억압받는 민중의 현실 속에서 예수 사건을 재해석하였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은 해소되어야 할 감정이 아니라 드러나고 해석되어야 할 역사적 현실이다. 한은 개인의 심리적 문제로 환원될 수 없으며, 반드시 구조적 억압과 연결되어 이해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대의 한풀이 드라마는 이러한 한을 개인의 감정으로 축소시키고, 복수라는 방식으로 어찌어찌 봉합해 버린다. 결과적으로 한풀이 서사는 민중의 한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소비하는 장치로 기능하게 된다. 이는 민중신학이 지향하는 해방의 신학과 근본적으로 긴장 관계에 놓인다.



6. 결론

한국 드라마에서 반복되는 한풀이 서사가 해방의 서사가 아니라 감정 소비의 상업적 구조로 작동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더 글로리」는 구조적 폭력을 개인화함으로써 문제를 축소하고, 「펜트하우스」는 감정의 과잉 생산과 순환을 통해 감정을 지속적으로 소비하게 만든다. 이런 서사는 시청자에게 강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만, 이는 현실의 변화를 동반하지 않는 일시적 해소에 불과하다. 오히려 감정의 해소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약화시키고, 체제를 유지하는 기능을 수행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민중신학적 관점에서 볼 때, 한은 해방을 요청하는 역사적 현실이며, 단순히 해소되어야 할 감정이 아니다. 따라서 한풀이 서사를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작업은 현대 사회에서 감정이 어떻게 상품화되고 소비되는지를 드러내는 중요한 과제다.



*주제와 소제 및 구성은 본인이 하고 그 외 ai도움을 받아 적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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