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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직스쿨 김영학 Apr 18. 2024

거제도 14일, 다녀와보니 워케이션

워케이션 제도 도입을 조직에서 승인하기 위한 선결 조건



갑작스럽게 다녀온 워케이션(?)



3월 30일부터 4월 13일까지 13박 14일 동안 거제도에 머물다 왔습니다.

매일 아침 조깅을 했던 코스 속 반환점
숙소 거실에서 본 풍광



별 뜻 없이 다녀온 여행(?)이었습니다.

1월에 장모님을 모시고 2박 3일 다녀간 것이 계기였습니다. "여기 잠깐이라도 살아보면 어떨까...." 공기, 분위기 끝도 없이 펼쳐진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를 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달, 보름 살기를 연결해 주는 앱으로 적절해 보이는 숙소를 찾으며 급하게 2주를 머물 수 있는 계약을 했습니다.


가기 전에 해결할 문제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거제도에 2주간 머물면서 일은 어떻게 할 것인가'입니다.

다행히 계약된 기업과의 컨설팅 일정은 여행 시작 전에 마무리될 수 있었지만, 주 1-2회 커리어, 비즈니스 코칭을 받는 분들과의 일정은 미룰 수 없었습니다. 또한, 월 3회 정기 모임을 갖는 커뮤니티도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기 전에 그분들께 모두 양해를 구했습니다. 거제도에 머무는 동안에는 부득이하게 '화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다행히 모두 이해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거제도에 머무는 동안에도

서울에서 처럼 일일 1~3회의 코칭 일정을 화상으로 수행했습니다.

화상으로 대화하며 하고자 하는 말의 중요한 부분은 공유한 Google Docs를 통해 보고, 읽고 하면서 각 코칭 세션별 2시간 내외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전에도 많이 해본 방식이었습니다. 저는 익숙하지만 꾸준히 직접 오프라인에서 뵙던 분들에게는 다소 생소했다는 반응도 일부 있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거의 모든 말을 타이핑하면서 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해하기 쉬웠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거제도에서 일상도 일도 모두 함께 즐기고(?)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막상 돌아오고 나니 주변에서 "워케이션 다녀오셨군요"라고 해서 알았습니다. 처음부터 워케이션 타이틀을 달지 않고, "Kim & Na's Family Workshop"이라고 걸었지만, 막상 그럴만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는 도착하고 난 이후 3일 정도만 가능했고, 그다음은 하루에 3시간 이상도 시간 내기 어려운 일정을 보냈습니다. 일을 멈추지 않고 해야 하는, 내 대신하여 누군가 해줄 사람이 없는 입장에서는 워케이션은 허상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면서, 회사를 다니는 여러 계층과 분야에 계신 분들이 워케이션을 가려면 어떤 것이 해결되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워케이션을 가기 위한 개인, 조직의 선결 조건 7가지



Workation = Work + Vacation

워케이션은 을 하는 것일까요, 아님 휴가를 가는 것일까요.

저는 여기서 모두가 헷갈려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혼용어(신조어)이기 때문에, 1) 누가 이 말을 2) 어느 상황에서 3)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그 의미가 많이 달라진다고 봤습니다.


1) 누가 - (조직에서 허용한) 모든 직장인들이 사용가능 합니다. 다만, 어떤 회사의 어떤 주요 직무, 직책을 맡고 있는가 그리고 현재 맡고 있는 주요 업무가 무엇이며, 사업상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맡고 있는가에 따라 일 또는 휴가 중에 어디에 더 무게중심을 둘 수 있는가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어느 상황에서 - 맡고 있는 직무, 직책, 업무뿐 아니라, 현 회사의 상황, 업무의 상황 등이 고려대상입니다. 아마도 '바쁘게 처리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일을 오래도록 집중해서 마친 이후에' 워케이션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외에는 쉽게 상대적으로 길어 보일 수 있는 휴가(?)를 가지기는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어떻게 - 워케이션을 가기 전 회사에서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부터, 워케이션을 떠난 이후, 워케이션을 다녀와서 각각 어떤 식으로 처신하고 후속조치를 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물론, 핵심은 회사, 팀이 동기간에 하고자 하는 일에 누를 끼치는 일을 범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다녀온 사람으로서,

워케이션을 공식/비공식적으로 경험해 본 여러 사람에게 물어본 결과

워케이션은 '일보다는 휴가에 더욱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한다는 것'에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다만 일과 휴가를 겸하는 애매모호함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에서 문화적, 제도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는 발생할 수 있는 조직 내 부작용 등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효과(자신의 일과 삶에 대한 리프레쉬 효과를 포함한 각종 자신에게 주는 긍정적 자극 모두를 포함)가 왜곡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하나. 누군가 워케이션을 가도 큰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비즈니스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오프라인 기반 비즈니스보다는 온라인 기반 비즈니스가 워케이션에 유리할 것입니다. 또한, 고객을 직접 만나 상대해야 하는 직업은 다소 불리할지 모릅니다. 이에 대한 대비책, 보완책은 회사 내에서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오히려 고객 입장에서 환영하는 부분도 있을지 모릅니다. 저의 경우에도 만나서 설명하면 말로 흩어질 것들이 "제가 하는 거의 모든 말을 공유된 파일에 타이핑함으로써 더욱 집중하여 들을 수 있어 좋았다는 반응"도 있었으니까요.


두울. 워케이션 기간 동안에 '최소한으로 해야 하는 일을 미리 정해놓고' 가야 합니다.

워케이션은 일을 하는 것과 동시에 휴가를 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내가 해야 하는 최소한의 일을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과 협의하여 그 일의 범위와 내용과 수준(과정, 방식, 방법 등)을 정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기존의 일하는 체제와 흐름, 속도 등을 유지하여 함께 일하는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소한이란 직무, 업무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 판단은 현장을 이끄는 자신과 주변이 협의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제가 리드하는 이라면 워케이션 가는 이에게 기존의 업무에서 최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업무 조정을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대세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겠죠.


세엣. 위의 내용을 '워케이션 기획서'로 만들어 기존의 보고 체계를 통해 공식화해야 합니다.

휴가와 워케이션의 다른 점은 '일을 하는가, 하지 않는가'의 차이입니다. 따라서, 휴가는 휴가원으로 충분하지만, 워케이션은 그렇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워케이션 기획서에 기간, 장소, 목적, 기대효과, 기간 동안에 하게 될 일의 범주와 내용, 수준, 동의한 팀원들의 날인 등을 보고서로 담아 정식 결제 체계를 통해 결제되어 공식화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


네엣. 워케이션을 가지 않는 사람과 가는 사람 간의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모두가 갈 필요는 없습니다.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정식 절차를 밟아 갈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적절한 결격사유는 있어야 할 것입니다. 대신에 가는 사람과 가지 않는 사람 간의 보이는(혹은 보이지 않는) 차별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팀 리더 이상급과 HR 등에서는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다섯. 회사 내부적으로 권장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차원의 여러 활동을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워케이션은 육아휴직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확실히 제도화, 보편화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하도록 여길 때까지는 모두가 최소한 한번쯤 경험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이를 통해 자신에게 혹은 자신이 하는 일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스스로 혹은 직접 연결된 이들의 여러 반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더욱 성숙된 조직문화, 일을 할 수 있는 여러 방식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여 여러 긍정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봤습니다.


여섯. 결국, 회사가 그동안 꾸준히 재택, 원격 근무가 가능했고,

이를 통해 생산성, 성과 등이 하락된 경우가 없어야 가능합니다.

갑작스러운 시행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동안 재택, 원격 근무 등이 가능했고, 이 과정에서 생산성과 비즈니스 성과 등의 손실, 하락 등의 부정적 효과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충분히 도입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또한, 모두가 그러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고, 이를 기반으로 오래도록 다방면으로 좋은 관계를 이어왔다면 역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일곱. 본 제도를 악용하지 않도록 하는 대비책을 계속해서 만들어야 할지 모릅니다.

제도가 아무리 훌륭해도 구멍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이를 악용하는 여러 사례들이 도입 이후에 등장할 것입니다. 그래서, 위의 절차를 최대한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워케이션 가기 전 - 가 있는 동안에 - 다녀온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스스로도 주변 그리고 리드하는 사람이 함께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하며 더욱 집중, 몰입할 수 있는 근무 환경, 방법 등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짧은 경험과 이를 통한 생각만으로는 이게 전부이고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아마도 회사마다 적용 가능한 수준과 내용은 제각각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도입하려고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래서, 가라는 건가, 말라는 건가



저는 위의 7가지 최소한의 조건을 최대한 지킬 수 있다면

한 번쯤 가보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욱 많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롭게 적응하며 나 자신에 대해 또 다른 의미의 시험도 하고, 되돌아볼 수도 있습니다. 내가 해왔던 일이 이런 환경과 방법으로도 가능한가, 가능하게 하기 위해 혹은 더욱 향상된 성과를 위해서는 어떤 대응이 필요한가 등, 여러 하지 않았던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 수 있습니다.


만약 저처럼 가족과 함께 간다면 원래보다 많은 시간을 가족과 보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저는 30개월 딸을 키우고 있는데요, 제가 이 일을 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가족입니다. 가족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데, 그게 역시 현실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물론, 일주일 정도가 지난 이후에 제 딸이 "엄마 어린이집 가서 선생님이랑 친구들 보고 싶어요"라면서 울어서 도중에 접고 올라올 뻔했던 위기(?)도 있었습니다. 물론, 일정을 끝까지 잘 마치고 무사히 귀환하기는 했습니다.


저는 다음 워케이션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어디가 될지는 모르지만, 아직 아이가 어려 국내를 위주로 생각 중에 있습니다.

일상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어렵지만, 그 일상의 변화를 단시간에 크게 가져가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것은 살면서 매우 중요한 일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제 입장과는 전혀 다른 직장인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은 잘 압니다. 그동안 재택과 원격 근무를 해왔던 회사에 제안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단기간의 휴가(일주일 내외)를 내는 것만으로 워케이션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기간 또는 개념의 차이로 동일한 효과를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어떤 것이든 원조를 이기기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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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이직스쿨 김영학 대표. 16년차 전략 컨설턴트.

2016년부터 7년이 넘는 동안 1,500여 명의 직장인을 만나 커리어 코칭을 했고, 함께한 사람들이 스타트업 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중견기업에서 전도유망한 스타트업 기업으로, 외국계 기업이나 해외로 취업하는 것을 도왔다. 또한 수년간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전략 기반의 비즈니스 컨설팅을 했으며, 현재는 스타트업 전문 비즈니스 코치로도 활동 중이다. 또한, 직장생활과 커리어에 인사이트를 주는 글을 꾸준히 쓰고 있으며 〈이코노믹리뷰〉에 ‘직장에서 생존’이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책 구매 링크 :  교보문고,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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