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는 시간이 약이지만, 일에서는 때로는 독일 수 있다
우리의 일하는 영역(기획, 개발, 디자인 등)에서 실력 좋은 이들은 '타고난 재능'보다는 그동안 쌓아온 전문성에 비례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물론, 간혹 "이것이 재능인가"라고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들은 타고난 책임감, 실행력, 호기심 등으로 똘똘 뭉쳐서 쉬지 않고 자신의 분야를 탐구해가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그들에게는 그 자체가 재능이고, 보통이다. 따라서, 그들(?)은 남들보다 평균 퍼포먼스력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경력은 실력에 비례한다. 당연히 해당 분야에서 일하는 시간만큼, 그 안에서 다양한 문제와 상황 등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놓고, 그래서 주니어보다는 시니어가, 시니어보다는 매니저 혹은 디렉터가 더 좋은 실력을 갖추었을 것이라고 본다. 마치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사회적 기준) 더 좋은 학력을 가진이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무언가 더 나은 점이 있을 것이다'라고 가설을 세우고 채용을 진행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볼 수도 있다. "특정 조직 내에서 특정 영역의 문제만을 비교적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다뤄봤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이다. 쉽게 말하면 '과거에 이미 검증된 답이 있는 문제를 해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봤을 개연성'이 더 높다는 뜻이다.
그러니, 해당 조직(우물)을 벗어나면, 결국 개구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벗어나봐야 내가 있던 조직이 우물이고, 그 안에 있었던 나는 개구리라는 것이 실감 나는 것이다. 여기서 요즘 커리어와 예전 커리어를 가진 이들의 차이를 알아볼 수 있다. 보다 전투적으로, 전략적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고 싶은 방향에 맞춰 특정 경험(시장, 산업, 조직, 직무 등)을 조합하여 만들어가는 것이다. 결국, 전략 및 이를 실행하는 과정상의 차이가 경력을 뛰어넘는 실력을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커리어의 대전제]
커리어는 성장이 필수다. 이는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커리어와 비즈니스는 같이, 함께, 동시에 나아가는 것이고 반대로 혼자, 홀로, 따로따로 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가진 전문성 및 주특기에 관계없이 1) 변화를 조직 밖에서 정면으로 맞선 타입과 2) 조직 안에서 안전하게 변화를 추구한 타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커리어는 하나의 시장, 하나의 분야, 한 회사에서 오래도록 일한 사람을 인정해 줬다. 그것이 인내심이든, 책임감이든 지나온 세월에 비례하여 높은 평가를 해왔다. 게다가, 매니저급 이상(통상적으로 15년 이상)이라고 한다면, 또는 해당 조직에서 정년을 채울 수 있다면 그만큼의 (조직 내의) 생존력(또는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었다. 또한, 최소 조직이 갖춘 역사가 20년을 넘어 유지를 해왔다면, 그만큼 조직과 생사고락을 함께 했다고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직 안에서 그 긴 세월 동안 시장의 변화를 정면으로 맞닥뜨리지 않고 잘 피하며 잘 버텨왔다고도 볼 수 있다. 일명 '조직 내에서 시장의 변화를 비교적 안전하게 바라본 커리어'이다. 그들은 책임이 무거운 자리보다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자리에서, 직접적으로 책임질 일을 벌이기보다는 누군가가 하는 일에 함께 참여하며 각각의 일들을 해왔던 것이다. 따라서, 실무자 혹은 실무 책임자로서는 실력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위로 올라서거나 이전과는 다른 차원과 레벨에서 일을 하는 것(디렉터 이상)에는 검증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Peter's Principle)
다수의 대기업 등에서 디렉터 등을 내부 채용하지 않고, 외부에서 모셔와 큰 피해를 보는 경우가 간혹 발생한다.
반면에,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체감하고, 정면으로 맞서고, 그에 적절히 대응하는 등의 커리어를 걷는 이들도 있다. 수시로 자신의 바운더리를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편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변화에 보다 기민하게 대응하는 유연성과 잘 버틸 수 있는 내구성 등을 기른다. 게다가 일부러 책임 있는 자리에서 더 크고 무거울 수 있는 권한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을 즐긴다. 이른바 '시장의 변화를 온몸으로 맞은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각기 다른 시장에서 여러 상황 속 이슈(문제) 등에 직면한 경험치와 더불어 이를 해결하는 다양한 방식을 채택하고 이끄는 것을 즐긴다. 이는 시장의 변화 자체를 두려움으로 대상보다는 '해결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가장 현명한 해결 방안을 만들어 시험대에 올린다. 간혹 혼자 해결하려는 이들도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 조직력을 적절히 활용하며 움직이는 편이다.
이들에게 일하는 시간은 철저히 '약'이다. 일을 하면 할수록 강해진다. 1) 같은 일이라고 해도, 그 일을 같은 방식으로 하기보다는 새로운 방식으로 시도하려고 한다. 따라서, 각 업무에 대한 장악도 자체가 남다르게 발전하게 된다. 2) 게다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분야의 일들도 해결 가능성을 비추며 뜻하지 않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는 지식보다는 지혜를 바탕으로 일하는 것이 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3) 주변에게 성장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제시하거나 비추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이러한 긍정적인 면들이 시너지를 만들며 생각하지 못한 기회를 만들어낸다.
일하는 상황은 곧 내가 속한 조직 체계, 분위기, 일해왔던 일처리 방식, 그 모든 것을 내 주변의 가까운 구성원이 어떤 목적과 목표를 갖고서 임하는가에 따라 다양하게 펼쳐질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 일하는 시간(대)에 중독되기 마련이다. 그 분위기가 주는 안락감에, 이를 잘 유지만 하면 매달 나오는 월급에, 내가 하는 지금의 업무를 가장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도취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건 잠시 뿐이다. 조직은 구성원의 성장을 리드해주지 않지만, 적절한 수준과 내용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위로 올라가면 생존 자체를 위협당할 수 있다. 아마도 22년 말 현재 다수의 직장인들이 당면한 문제가 바로 이런 부분일 것이다.
결국,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갖추어진 조건에 얽매이지 않고, 역이용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는 스타일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자신의 직무 및 직급상 꼭 필요한 기본기와 더불어 다음 단계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미리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특정 분야의 지식을 머릿속에 넣고, 자격증 등을 따는 등의 방식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것을 말한다. 추천하는 것은 조금 더 '현실에 부합하거나 가까운 인사이트(지혜 등)'를 발현할 수 있는 '가장 기본에 가까운 것'을 말한다.
*비즈니스 기본기(우선순위 X)
비즈니스를 다루고 참여하는 이들이 꼭 갖추어야 하는 고객을 향한 비즈니스 마인드(Taker 보다는 Giver)
우리 비즈니스에 적합한 목적과 목표를 설정 및 실현할 수 있는 비즈니스 문제해결 경험 및 인사이트
비즈니스상 발생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말하기, 쓰기, 듣기 등) 관련 노하우(협력과 협업)
비즈니스의 동반 성장을 위한 부서 및 팀이 일하는 지향점(R&R)과 이를 위한 그들 특유의 일하는 방식(Partnership)
비즈니스가 가진 원리 원칙에 입각한 균형감 있는 나 또는 우리를 위한 리더십
그리고, 추가로 꼭 해야 할 것이 위에서 말한 두 타입(시장의 변화를 온몸으로 맞은 커리어 vs 조직 내에서 안전한 변화를 추구한 커리어) 중에 나는 어떤 커리어를 지향하고, 실제로는 얼마나 지향하는 만큼 실천하고 있는지를 나의 '과거-현재' 속 실제 경험을 통해 나 또는 남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내가 잘 가고 있음을 스스로 검열해봐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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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스쿨 김영학 대표. 16년차 전략 컨설턴트.
6년이 넘는 동안 1,500여 명의 직장인을 만나 커리어 코칭을 했고, 함께한 사람들이 스타트업 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중견기업에서 전도유망한 스타트업 기업으로, 외국계 기업이나 해외로 취업하는 것을 도왔다. 또한 수년간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전략 기반의 비즈니스 컨설팅을 했으며, 현재는 스타트업 전문 비즈니스 코치로도 활동 중이다. 또한, 직장생활과 커리어에 인사이트를 주는 글을 꾸준히 쓰고 있으며 〈이코노믹리뷰〉에 ‘직장에서 생존’이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