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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Jul 03. 2023

필리핀의 35도 날씨

Unsplash의 Justine Cordova

35도의 폭염이다. 가만히 있어도 덥고 머리가 어지러운 날씨가 시작되어 걱정스럽다. 지구의 온난화로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하지만 이상고온현상을 미리 막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작은 관심을 갖으려 노력하긴 하지만 개인과 전 세계적으로 환경을 되살리는 운동을 실천해야 하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필리핀에 공부를 하러 간 적이 있다. 아는 형은 필리핀에서 작은 병원을 운영 중이었는데 그곳에서 머물며 3개월간 지냈다. 마닐라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섬나라서 그런지 수분과 열기가 모아 한증막을 이루고 있었고 형은 마닐라의 화려한 모습 이면 속에 가난하고 어렵게 지내는 사람도 많다며 차로 이동 중에 설명했다. 차창 밖의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높은 빌딩과 정돈된 도시 곳곳에 친환경적인 야자수 나무와 상점을 지나 개발되지 않는 지역에 들어갔다.


한국의 70-80년대의 모습을 연상캐하는 다닥다닥 모여 있는 건물과 1차선 도로, 동네 개천과 징검다리를 건너 필리핀 교통수단 중 하나인 지프니라는 옛 미군이 사용한 지프트럭을 개조한 동네 버스, 지프니에서 나오는 검은 매연을 뚫고 어울리지 않는 대형마트를 지나 숙소에 도착했다.


35도 이상의 날씨와 습한 날씨 때문인지 사람들은 축 늘어져 보였다. 한국에서 올 때는 선선한 가을 날씨 10월에 출발하다가 필리핀의 습하고 더운 숨 막히는 공간에 오니 한 순간 환경이 바뀌어 적응이 되지를 않았다. 형은 이미 적응이 되어 필리핀 사람이 다되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고향음식이 점점 생각날 것이라며 웃었고, 같은 마닐라지만 극과 극의 모습이 존재한다며 가난과 부의 양극화현상을 상기시켰다. 형은 나를 잠시 숙소에 쉬게 하며 2시간 뒤에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장을 보자며 사라졌다.


숙소에 짐을 풀고 잠시 에어컨 사이로 나오는 찬 공기가 반가울 수 없었다. 그러나 창밖의 모습은 삭막했다. 더운 열기가 이곳까지 뚫고 올기 세였는데 다행히도 에어컨을 켜고 침대에 누어 쉬다 보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잠시 잤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형은 내게 이곳에 살면서도 나도 처음에는 에어컨을 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에어컨을 켜지 않는다며 이곳의 생활에 적응하려면 정말 더울 때만 잠시 틀라며 당부했다. 형의 진지한 태도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형은 차옆으로 지나다니는 지프니의 대중교통수단이 있다며 다른 좋은 교통수단도 있지만 이곳에 왔으니 지프니를 타고 이동하면 아마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말했다. 동네 근처 시장에는 치킨 비슷한 음식을 팔았는데 그나마 한국입맛에 맞을 거라며 골랐고 대형마트에 들러 다진 돼지고기인 시식이라는 음식을 술안주로 삼아 필리핀의 대표적인 술인 산미구엘 맥주인 큰 병맥주가 더 맛있다며 사서 한잔 하며 첫날고된 나를 위로했다.  


마트를 빠져나오니 덥고 습하긴 마찬가지였다. 날씨 탓인지 필리핀 음식은 짜고 기름지며 상큼한 깔라만시를 곁들여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어울린다. 오늘 같이 35도 넘는 덥고 열기가 가득한 날씨에 필리핀의 평범한 일상이 생각이 나는데 그곳에 가면 필리핀의 산미구엘 큰 병맥주이슬이 송골송골 맺혀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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