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훈 Aug 04. 2023

서울사람이 여름 시원하게 보내는 법

명절날이 면 다들 시골로 떠난다. 나는 서울이 고향이라 멀리 떠나는 것이 부러웠다. 그렇다고 여행을 즐겨 가는 편은 아니다. 집이 편한데,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태양을 피해 어디로 가야 할 것만 같다. 선글라스를 챙기고 모자를 쓰고, 반지를 입고 떠난다. 가방은 무게가 된다. 밖의 태양은 뜨겁지만 발걸음은 가볍다.


한강 가는 버스를 타고, 여의도환승센터로 내려 여의도공원으로 향한다. 여의도공원은 생각보다 크다. 넓은 공원과 중간마다 의자와 운동기구, 걷기 코스와 비행장, 세종대왕 동상이 서있다. 숲에 들어가 햇빛을 피해 휴식을 취한다. 한강이 아니라서 바람은 별로 없지만, 태양은 피할 수 있다. 싸 온 얼음물을 시원하게 한잔 들이켠다. 바나나로 당분을 섭취하고, 에너지 충전해서 휴식을 취하고 나면 열기가 좀 가라앉는다. 숲을 가로질러가면 한강 굴다리가 나온다. 굴다리를 지나가면 분수대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수영장이 보인다. 부모들은 밖에서 쉬고, 아이들은 물놀이를 즐긴다.


난 벤치에 앉아서 아이들 물놀이하는 것을 구경하면 나도 들어가고 싶어 진다. 탁 트인 한강이 보인다. 구름이 햇빛을 가려 주고, 바람도 부니 시원하다. 한강 옆에 시냇물처럼 물이 흐르는데, 아이들 옅은 물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하 논다. 아이들은 자유롭다. 대교밑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가족단위로 모여 짐을 끌고 발을 담그고 논다. 나는 햇빛이 비치는 곳에 가방을 놓고 양말을 벗어 물에 발을 담갔다. 물이 차다. 사람들이 왜 물에 발을 담그고 노는지 알겠다. 물을 발로 휘저으며 걷고 짙은 한강을 쳐다본다. 하늘은 맑고 구름이 둥실 떠다닌다. 뜨거운 태양을 잊어버리고 몸에 열기를 날려버린다. 밑에서 놀던 아이들이 내 쪽으로 몰려와서 물가에서 장난을 친다. 피서가 따로 없다. 서울에 한강이 없으면 어쩔 뻔했나 싶다. 10분이 지나니 발이 시리다. 얼음물 한잔 마시며 무더위를 잊어버린다. 신발을 신고 한강을 바라보며 길을 걷는다. 바람이 분다.


매실밭을 가로질러 가면 텐트족이 있는데, 오늘은 없다. 대교 및에는 자전거를 타는 아저씨들이 쉬고 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배가 출출하다. 컵라면 하나를 사서 싸 온 유부초밥과 깍두기를 꺼내어 한강을 바라보며 먹는다. 꿀맛이다. 한강라면 하는데 왜 그런지 알겠다. 더운 열기에 땀을 내고 차가운 물에 발을 담가 발이 얼얼한 채로 바람을 맞으며 먹는 라면은 최고다.


소화도 시킬 겸 여의도 야외수영장 뒷길로 가면, 수영장에 사람이 많다. 8월 말까지 개장이라는데 수영복을 안 갖고 와서 담에 기회가 되면 오는 것으로 패스했다. 여의도 벚꽃길은 조용하다. 나무가 그늘이 되어 그 길을 걷고 있으니 숨이 쉬어진다. 막혔던 코가 뚫리고 정신이 맑아진다. 그 길을 따라 걷고 있으니 심신이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왜 이곳을 진작 오지 않았나 싶다. 한참을 걷고 땀을 흘리다 보니 물도 마시게 되고 깊은 한숨을 내뱉는다. 힐링이다. 벤치에 앉아 남은 간식을 비우고 이제 집에 갈 준비를 한다. 돌아온 길로 되돌아가보니 사람이 많아졌다.


서둘러 집으로 향해야겠다. 돌아가는 길에는 버스에 사람이 많아 앉아서 갈 수가 없다. 가져온 간식과 물은 다 먹어서 다행히 가방은 가다. 조금 뒤 마포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간다. 집까지 40 분동 안 서서 갔지만 힘이 들지 않았다. 오랜만에 방문한 한강은 볼 것이 많다. 물과 바람, 뛰어노는 아이, 남녀노소 불구하고 가까운 곳에서 먹고 놀고 운동하다 보면 정신이 맑아진다. 몸도 마음도 힐링이 된다. 다음에 또 가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빔물냉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